정의는 누구를 비난해야 하는지 아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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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누구를 비난해야 하는지 아는 것
  • 이효빈
  • 승인 2019.09.2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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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지음/ 창비/ 2019년 7월 17일 발행)

[목포시민신문] 당신은 차별을 받고 있는가.

경우에 따라서 차별을 당한 경험이 종종 있을 것이다. 어쩌면 여기저기서 꽤 많은 차별을 경험하며 분통 터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은 차별을 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답하기가 쉬울 것이다. 나는 결코 누구를 함부로 차별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그런 당신에게 이 책은 말한다. 당신은 차별하고 있다고. 차별주의자라고. 다만, 선량한 차별주의자라고. 왜냐하면 의도한 차별이 아니기 때문에, 당신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차별이라는 것을 알지 못 했기 때문에, 차별이 아니라 차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었기 때문에. 

당신은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고 평등하게 대하며 존중하는 태도로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차별과 맞서 싸우기도 하는 정의로운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럴수록 이 책은 불편하다. 

‘결정장애.’
‘한국인이 다 되었네.’
‘희망을 가지세요.’
‘나는 성소수자를 인정해.’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말들이 어떤 경우에 어떻게 차별적인 표현이 될 수 있는지 별로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우리는 그저 자연스러워 보이는 사회질서를 무의식적으로 따라가며 차별에 가담(79쪽)’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살고 있다. 어떤 차별은 공정함으로 둔갑하여 버리기도 한다. 차별을 호소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예민하다거나, 불평이 많다거나, 특권을 누리려고 한다며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사실을 깨닫고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인정은커녕 거부감이 생겨서 저자와 한바탕 싸움이라도 하고 싶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실제 사례와 통계를 소개하며 하나하나 친절하게 일깨워준다. 당신이 어째서 선량한 차별주의자인지. 차별이라는 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다층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차별을 극복하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정의는 ‘누구를 비난해야 하는지 아는 것(171쪽)’이며, 누가 변해야 하고 무엇이 변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실현될 수 있다. 정의로운 마음만으로는 선량한 차별주의자로 머물 뿐이다. 세상이 얼마나 불공정한지, 구석구석에 숨어 웅크리고 숨죽여 울고 있는 자는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익숙한 질서 너머의 세상을 상상하지 못한 채 그들을 울린 주범이 혹시 내가 아닌지 스스로 의심해야 한다. 정의와 평등을 추구하는 당신, 이 책을 읽을 때 비로소 선량할 것이다.                     

글. 윤소희 (책방 ‘동네산책’ 대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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