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tnr의 계절 - 김인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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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tnr의 계절 - 김인숙 칼럼니스트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09.2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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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칼럼니스트
김인숙 칼럼니스트

하루는 길고양이 눈에서 빨간 물이 흐르는 것을 보았다. 설마 그것이 피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로 선명해서 가까이 다가가 봤더니 내 밥자리에 밥을 먹으러 오는 애교 많은 고양이었다. 너무 놀라서 고양이를 맨손으로 잡아 들쳐 업고 병원으로 향했다. 많이 놀랐을 텐데도 너무 아파서인지 아니면, 무서워서인지 꼼짝을 하지 않았다. 검사를 해본 결과 임신된 아이들이 배 안에서 모두 죽어있었다. 모두 10마리였다. 어미고양이는 바로 수술이 들어갔고, 아이들은 모두 사산이 되어 꺼냈다. 어미 고양이는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얼마 못가서 어미 고양이도 세상을 등졌다.

그 후부터였던 것 같다. 길에서 사는 고양이들의 삶이 얼마나 치열하고 고통스러운지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던 시점이. 인터넷을 뒤지고 시청과 도청에 전화를 하고, 타 지역 캣맘들과 연락하여 궁금한 점들을 알아보고 정보들을 수집했다. 안타깝게도 당시 목포시 담당자는 tnr(trap-neuter-return.길고양이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해서 인도적인 방법으로 포획하여 중성화수술 후 원래 포획한 장소에 풀어주는 활동)에 대해서 알지도 못했다. 방법을 알지 못했던 나는 개인 사비를 들여 tnr을 시작했다.

벌써 6년 전이었으니, 당시 우리지역에서는 길고양이를 받아주는 병원도 흔치 않았다. 타 지역은 길고양이 tnr을 위해 벌써 시작된 일들이 우리는 동물병원도 담당공무원도 또 길고양이를 보살피는 나 같은 캣맘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내가 보살피는 길고양이들부터 한 마리씩 잡아 tnr을 시작했다. 병원에서는 그렇게 들어가는 길고양이를 반기지 않았다. 길고양이 수술만이라도 해주는 것이 고마워서 한껏 머리를 조아리며 수술을 하러 다녔다. 지금도 그 선생님과는 좋은 인연이 되어 가끔 연락을 주고받고 여전히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제법 시간이 흘러 지자체에서도 예산이 확보되고, 그것으로 tnr을 했다. 2년이 지난 지금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점차 좋아지고, 캣맘들도 이전보다는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고양이들을 보살피고 있다. 갈 길이 아직도 멀었지만, 몇 년 사이 이룰 수 있는 것을 많이 이뤘다고 생각한다. 바라는 게 있다면 tnr 시 예산이 조금 더 많이 확보되어 더 많은 길고양이들 tnr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턱없이 부족한 tnr예산으로 미처 하지 못한 많은 길고양이를 위해 동캣(동네고양이를 돌보는 캣맘들의 모임)에서 자체 tnr을 실시중이다. 마리당 6만원을 내면 나머지는 단체에서 부담을 하는 시스템이다. 어렵게 시행되고 있는 tnr을 위해 동캣단체가 나서서 tnr을 실시하고 있으니 알아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수술에 부정적인 사람들은 말한다. 길고양이는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 아니며, 누구를 위해 아이들을 잡아서 마음대로 수술을 시키냐고.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태어나서 성묘가 되는 고양이는 35프로 정도밖에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보살피는 캣맘이 늘어날수록 길고양이의 수명도 늘어나고 살아나는 고양이들도 많아질 것이다. 예전과 환경 자체가 달라졌다. 산과 숲을 깎아 아파트를 만들고 그곳에 터전을 잡고 살았던 고양이들은 오갈 곳이 없어졌다. 쓰레기봉투를 더 치열하게 뜯을 수 밖에 없었고, 최선을 다해 새끼들을 출산했다. 많게는 4번까지도 출산하는 고양이를 봤으니, 이 또한 tnr을 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된 것이다.

우리가 마음대로 그들의 생명을, 삶을 좌지우지 할 수는 없다. 그들은 우리와 함께 지구를 살아가는 존재이며, 존중받아야 마땅한 생명인 것이다. 공존하는 삶이란 어렵지 않다. 그들의 보금자리를 빼앗아 그 위에 집을 짓고 원치 않은 곳으로 내 몰았으니,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들도 우리처럼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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