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탐방기 목포에서 창업했어요 - 그 여섯 번째 이야기. 동네 아짐들의 수다방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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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창업탐방기 목포에서 창업했어요 - 그 여섯 번째 이야기. 동네 아짐들의 수다방 ‘산책’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10.02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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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영창 밝은 달 가을 밤 마실 동네 책방 가볼까요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책방에도 멀어지는 책읽기
대한민국 첫 극작가 김우진 거리 동네에 문 열어
독립서점 ‘산책’ 최희정 대표
독립서점 ‘산책’ 최희정 대표
 
[목포시민신문=박광배 시민기자] 아침 저녁으로 제법 시원한 바람이 온 몸을 휘감는 요즘이다. 이른 추석을 맞이하였지만 가을이 성큼 다가온 듯하다. 여러분은 ‘가을’ 하면 어떤 것들을 떠올리시나요? 풍요로운 수확의 계절, 천고마비의 계절 등 다양한 표현들이 떠오른다. 특히 ‘독서의 계절’하면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가을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어렸을 때부터 책은 마음의 양식이며 지식을 넓히고 풍부한 감성을 갖는데 독서만큼 훌륭한 방법이 없다고 배워왔다. 그만큼 습관화 하면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안겨주는 독서지만 바쁜 일상에 지친 학생, 직장인들에게 꾸준히 일정량의 독서를 권하는 것은 안타깝게도 어려운 일이 돼버렸다.

목포 원도심에는 김우진거리, 차범석 길 등 목포 출신 작가들의 이름을 딴 거리가 있다.

천재 극작가 김우진, 1920년대 표현주의를 직접 작품으로 실험한 유일한 극작가이자 우리나라 최초로 신극운동을 일으킨 근대극의 선구자다. 차범석은 국민드라마였던 ‘전원일기’의 작가이기도 하다.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이들을 기념하기 위해 거리를 조성하였다. 우연일까? 목포 최초의 독립서점 ‘산책’ 또한 이곳에 자리하고 있어 찾아가 보았다.
 
■ 독립서점 ‘산책’ 최희정 대표

“목포가 좋아 정착 결심하고 책방 열었어요”
 
독립서점 ‘산책’ 목포시 차범석길23번길 15
독립서점 ‘산책’ 목포시 차범석길23번길 15
 
- 목포에서 그것도 원도심 이 공간에서 독립서점을 창업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전 직장이나 남편 직업 특성상 여러 도시에서 거주했고, 목포도 1년 동안만 머물 계획이었다. 그런데 유달산과 죽교동, 북교동, 원도심이 너무나 신선하고 매력적인 동네여서 아예 작은 단독주택을 구해 정착해버렸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지만 아직 책만큼은 포기하지 못해 작은 집 전체가 책장이 된 지경이었는데, 2017년 ‘목포시 문화예술 및 청춘창업지원사업’에 ‘독립서점’ 이란 아이템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 했었다. 책 정리도 할 겸, 좋은 책도 동네 주민들에게 소개도 할 겸, 독립출판 작가들 응원도 하고, 또 좋은 책을 맘껏 읽을 수 있겠다 싶은 개인적인 욕심으로 동네 책방을 열게 되었다.
 
‘산책’의 내부, 새활용 된 낡고 오래 된 물건들
‘산책’의 내부, 새활용 된 낡고 오래 된 물건들

그동안 해 온 일들이 정말 많다. 수학강사, 조교, 회사원, 세관 공무원, 청소년 소설작가 등 아르바이트까지 포함하면 그간의 직종만 25종류 정도 된다. 그 이력에 책방 주인도 한 줄 추가하게 되었다.
 
- ‘산책’이라 지은 이유, 그리고 이 공간은 어떤 곳인지?

책방 여기저기 곳곳에 책이 흩어져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산책(散册)이라 지었고, 그 밖에는 산책(山册)은 산처럼 쌓인 책 모양, 산책(散策)은 동네를 산책하며 설렁설렁 걷다가 만난 책방, living book, buy a book... 다양한 동음이어의 뜻을 가지고 있다.

공간 구성은 물건을 버리질 못하는 성격이라 그동안 모아놓은 잡동사니들로 인테리어가 이루어졌다. 초등학교 여름방학 숙제였던 식물채집으로 말려놓은 40년 가까이 되는 나뭇잎 액자, 소녀시절 추억의 책갈피, 대학시절 들락거렸던 카페의 성냥갑들, 폐종이로 만든 책과 책장 미니어처. 그리고 지금 살고있는 죽교동에서 득템(?)한 원목 의자와 이제는 돈 주고도 못사는 예쁘고 낡기까지 한 간유리 문짝들, 밭에 버려진 두꺼운 도마, 폐목재 등을 활용해서 약 3개월에 걸쳐 수작업으로 간판, 테이블, 책상 등을 만들었다. 누군가 ‘산책’의 컨셉을 말하라면 재활용을 넘어 “새활용”이 되겠다.
 
‘산책’의 내부, 새활용 된 낡고 오래 된 물건들
‘산책’의 내부, 새활용 된 낡고 오래 된 물건들

-‘산책’은 어떻게 운영 되는지 외에도 또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책방 문 열기 전에는 청소와 책 정리, 또 한 달에 한 번 주제를 정해 거기에 맞게 책 전시를 한다. 9월의 주제는 ‘집으로’다. 책방 문을 연 후에는 오신 손님과 책과 인생 이야기, 손님 없을 때는 책 읽으며 지낸다. 얼마 전 구례에 사시는 동화책 ‘섬진강’ 작가님 가족들이 방문하여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눴다. 꼭 다시 뵙고 싶다.

최근 3년간 목포에 다섯 개의 독립서점과 독립 영화관이 생겼다. 이들이 모여 “독립공감”이라는 협동조합을 만들었는데, 목포에서 함께 재미난 일들을 벌이고 지치지 않고 오래 가려고 뭉쳤다. 앞으로 우리가 하는 일에 많은 관심과 참여해주시고 즐겨주시면 감사하겠다.

또한 평생 숙원 사업인 만화 그려서 책 내는 것이다. 그 외 자잘하게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나 많다. 목원동에 빈집들이 많고 나무도 많아 고양이들도 많은데, 인간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그들이 맘 편히 살 수 있는 고양이 마을을 만들고 싶은 꿈을 꾸고 있다.
 
‘산책’의 내부, 새활용 된 낡고 오래 된 물건들
‘산책’의 내부, 새활용 된 낡고 오래 된 물건들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관심사가 많다보니 산책에 있는 책의 종류도 다양하다. 생태, 건축, 환경, 여성, 인권, 다양성, 예술 등. ‘산책’에 오셔서 편안하게 이 책 저 책 보시고 영감을 얻어가셨으면 한다. 물론 책을 구매하시는 게 독립서점 ‘산책’에게는 가장 좋다.

요즘 목포 원도심에서 하는 축제들이 많다. 최근에는 세계마당 페스티벌이 열렸고, 9월 26일부터 29일까지 목포국도1호선독립영화제가 열려 독특하고 다양한 시선의 독립영화들을 목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목포 야행, 항구축제, 게다가 이 곳 골목길이 예쁜 목원동의 주민들이 모여 골목길 축제도 처음 열릴 계획이다.

오늘도 하당에서 오신 손님 한 분께서 목포에 살면서 유달산 아래 목원동이 이렇게 예쁜 줄 몰랐다고 한다. 골목도 예쁘고 산책하기도 좋고, 아기자기한 서점과 특색 있는 작은 가게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동네 모습에 반해 꼭 다시 놀러 오시겠다 약속하셨다.

평일이든 주말이든 산책 삼아 쉬이 오셔서 방문객에서 참여객으로, 그러다 주체적으로 작정하고 놀다가 예술도 하고 그러다 보면 인생이 풍성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목포는 그러기에 적절한 도시라고 장담한다. 목포에 작가와 예술가들이 많은 것을 보면 알수 있듯이.
 
박광배 시민기자
목포청춘창업협의체 회장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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