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교수의 맛으로 읽는 남도 인문학 - 4 세발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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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교수의 맛으로 읽는 남도 인문학 - 4 세발낙지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10.2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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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낙지는 발이 10개, 남한낙지는 8개다
홍어와 함께 외국인들이 기피 하는 한국 음식

[목포시민신문=김대호시민기자] 10여 년 전 무안군에서 열린 해양수산 관련 자문회의에서 세발낙지의 자원화에 대해서 발언한 적이 있다. 지역재생 전공자로서 낙지의 판로개척과 어민소득 증가에 대한 아이디어를 말씀드렸다. 그 아이디어가 신선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름 흡족했다.

목포식 탕탕이. 소고기 육회와의 조합.
목포식 탕탕이. 소고기 육회와의 조합.

그런데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하시던 계장님 왈() “죄송한 말씀이지만 무안에서 생산되는 낙지는 굳이 서울로 보내지 않아도 현지에서 물량이 다 소비됩니다.” 하신다. 쪽팔림 때문에 얼굴이 화끈거려서 혼이 났다. 무안에서 생산된 물량이 외지로 유출되지 않고 다 소비될 정도라니 전라도 사람들의 낙지 사랑은 어마어마 하다.

외국인들이 기겁하는 한국 음식 1, 2위를 꼽으라면 단연 냄새로 홍어, 모양새로 낙지를 꼽을 것이다. 서양인들은 인간을 공격하는 괴물 옥토퍼스(octopus)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미국 청년 둘을 2주간 다율재에 데리고 있었는데 세발낙지를 나무젓가락에 통째로 말아먹는 것을 보고 기절 지경까지 갔던 기억이 있다. 용기를 낸 청년은 젓가락을 들고 토막 낸 낙지가 죽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더라는고래 심줄 같은 뻘낙지의 생명력은 그 후로 30분을 갔다. 하지만 이 친구들도 낙지요리에 맛을 들이면 헤어나지 못한다.

채소를 끓인 뒤 마지막에 산낙지를 넣는 연포탕.
채소를 끓인 뒤 마지막에 산낙지를 넣는 연포탕.

자산어보에서는 낙제어(絡蹄魚)라고 기록하고 있다. 8개의 발이 얽혀 있는 모습 때문에 얽힌 발을 지닌 물고기라는 이름을 붙인 것 같다. 또한 낙제(落第)와 동음 이어서 과거를 앞둔 선비들은 먹지 않았다 한다. 그 외에도 석거(石距), 소팔초어(小八梢魚), 장어(章魚), 장거어(章擧魚), 낙체(絡締), 낙자, 낙짜, 낙쭈, 낙찌, 낙치 등으로 불렸다.

자산어보에서는 살이 희고 맛은 달콤하고 좋으며, 회와 국 및 포를 만들기에 좋다. 이것을 먹으면 사람의 원기를 돋운다.”라고 쓰인 것으로 보아 낙지요리는 자양강장 음식으로 사랑받아 왔음을 알 수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이 평()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낙지에는 타우린, 베타인, DHA, 아르기닌, 아미노산, 히스티딘 등이 풍부해 간 기능 개선과 심혈관 기능 개선, 치매 예방 및 두뇌활동 촉진, 발기부전 개선 및 정력 강화, 피로 및 원기회복, 골다공증 예방에 좋은 음식이다.

원조 목포탕탕이. 참기름과 통깨를 비며 먹었었다.
원조 목포탕탕이. 참기름과 통깨를 비며 먹었었다.

세발낙지의 명성 영암 독천에서 목포로 옮겨와

영암 연포·갈낙탕, 무안 기절낙지, 신안 탕탕이

낙지요리는 원래 영암군 독천낙지거리가 유명했다. 낙지회나 연포탕, 갈낙탕, 낙지호롱구이 등으로 명성이 자자했었다. 연포탕은 갖은양념과 채소를 넣어 끓인 후 마지막에 산 낙지를 넣는 요리다. 갈낙탕은 낙지를 넣어 끓인 갈비탕이다. 호롱구이는 볏짚에 낙지를 통째로 감아 고추장 양념을 발라 구워낸 요리이다. 낙지 비빔밥도 빠뜨릴 수 없는 요리이다.

그러나 영산강 간척사업으로 갯벌이 사라지면서 옛 명성은 사라지고 자연스레 목포로 옮겨오기 시작했다. 목포에서는 낙지가 거의 생산되지 않고 무안과 신안에서 사 온다. 낙지 중 으뜸으로 부드러운 것은 신안군 하의·신의도다. 무안군 복길리·탄도와 신안 압해도 인근의 낙지는 쫄깃함이 으뜸이다.

무안사람들은 낙지를 바구니에 넣어 민물로 박박문질러 기절시킨 다음 다리를 찢어 먹는다. 기절한 낙지가 초장에 닿으면 놀라 다시 살아나는데 그때 먹으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신안식 탕탕이. 달걀노른자를 비벼 후루룩 마시는 낙지. 소고기가 빠지기도 함.
신안식 탕탕이. 달걀노른자를 비벼 후루룩 마시는 낙지. 소고기가 빠지기도 함.

신안 사람들은 낙지탕탕이를 즐겨 먹었다. 목포로 나가는 철부도선을 기다리면서 토막 낸 낙지에 달걀노른자를 섞어 보해소주 한 대접 후루룩마시고 한숨 붙이면 목포항에 금세 도착했다. 그 맛이 목포에 전해지면서 소고기 육회와 함께 섞어 먹는 목포식 낙지탕탕이가 탄생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조선말 대사전에는 낙지는 다리가 10개로 머리 양쪽에 발달한 눈을 갖고 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북한에서는 오징어를 낙지라고 부른다. 그래서 남북교류가 활발하던 시기에 싼값에 혹했던 북한산 낙지 수입업자들이 큰 낭패를 보기도 했다. 분단이 죄였던 사건이다. 

발이 3개라 세발낙지? 5~6월 발이 가는 어린 낙지 일컫는 말

손낙지, 가래낙지, 홰낙지, 통발낙지, 주낙낙지 등 조업방법에 따라 가격 달라 

낙지는 조업 시기에 따라 세발낙지, 꽃 낙지, 묵은 낙지로 구분된다. 새로 태어난 낙지들은 5~6월이 되면 한입에 넣어도 될 정도의 크기로 자라는데 이를 세발낙지라 한다. 세발낙지는 발이 가늘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발이 3개라서 세발낙지라는 낭설이 있는 모양이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전라도 낙지 사랑.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전라도 낙지 사랑.

특히, 목포 인근 바다에서 잡히는 낙지를 세발낙지로 부르기도 하는데, 유네스코가 생물권 보호지역으로 지정할 만치 부드러운 갯벌이 발달해 발이 가늘고 육질 또한 부드러워서 대명사가 된 것이다. 꽃 낙지는 겨울잠을 자기 위해 영양분을 비축하는 가을 낙지를 일컫는다. 낙지 맛이 우수하고 생산량이 많아 어민들에게도 소득을 안겨준다. 실력 있는 맨손어업 어민들은 가을 한 철에 한국 평균연봉의 2배인 7,000만 원까지 벌어들인다. 묵은 낙지는 겨울잠을 잔 후 봄에 산란을 앞둔 낙지를 말한다. 동작이 워낙 느린 탓에 잡기도 쉬워 게으르고 행동이 느린 사람을 늘 낙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라남도 해역은 연간 국내 낙지 총생산량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낙지 어업이 발전해 있다. 낙지의 조업방식은 크게 5가지로 나뉜다. 부럿(숨구멍)에 맨손을 넣어 잡는 손 낙지는 맛이 부드러워서 웃돈을 얹어 판매된다. 그 외에도 가래낙지도 맨손어업으로 분류된다. 맨손어업은 목수와 함께 미래유망직업군이 될 것이다. 횃불을 통해 잡는 홰낙지를 비롯해 통발과 주낙으로 잡는 방식도 있다.

흑산홍어도 그렇지만 목포사람들은 홰낙지와 통발낙지와 주낙낙지를 손 낙지로 속여 팔면 색과 육질로 금세 알아차린다. 특히, 센 물살과 모래톱이 많은 여수와 보성 등 남해안에서 잡은 낙지는 육질이 질기고 맛이 심심한 것이 특징인데 입맛 까다로운 이 지역 식도락가들은 입도 대지 않는다. 주로 관광객들이나 외지인들에게 판매된다.

낙지요리는 목포와 영암의 독천식당과 신안뻘낙지, 청정어가촌, 송학낙지회관, 갯내음(탕탕이) 등이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무안과 신안의 세발낙지를 믿고 먹고 싶다면 무안읍 버스터미널 뒤편 낙지골목으로 가면 기절 낙지를 비롯해 다양한 낙지요리 맛집이 줄지어 있다. 영암은 독천 낙지거리를 찾아가면 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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