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를 사랑한(?) 시인 두 번째 이야기 - 박찬웅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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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를 사랑한(?) 시인 두 번째 이야기 - 박찬웅 칼럼리스트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10.2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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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웅 칼럼리스트.
박찬웅 칼럼리스트.

[목포시민신문] 중국최고의 시인이자 미식가, 요리사(?)였던 소동파가 동파육말고 사랑한(?) 돼지요리가 또 있었으니 바로 하돈(河豚) 강의 돼지라 불리 우는 황복이다. 황복은 일반 복과 달리 연어와 철갑상어와 같은 회귀성 어종이다. 바다에서 2~3년간 25~30로 자란 뒤 4월 중순~6월 중순 알을 낳기 위해 강으로 돌아온다. 소동파가 황복을 접한 것도 지리상으로 봤을 때 중국 절강성 항주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항주에는 동중국로 흘러드는 전단강이 있어 황복이 많이 잡혔을 것이다. 황복은 몸통이 다른 복어 보다 2~3배 크고 무게는 800~900정도이다. 예전부터 우리나라 파주의 임진강 황복을 최상품으로 친다. 힘들게 강을 거슬러 올라와 육질의 탄력이 다른 복보다 훨씬 좋다.

소동파는 황복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대밭 밖에 복사꽃 두세 가지/ 따스한 봄 강물을 오리가 먼저 아네/ 쑥은 땅에 가득하고 갈대 움 돋으니/ 이제야말로 하돈(河豚)이 올라올 때같은 시를 짓기고 했으며, “천계의 옥찬이라고 극찬하며 복어를 먹어보지 않고는 고기의 맛을 논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복어를 다른 표현으로 서시유(西施乳)라고 하는데 복어 살이 중국 월나라 미녀 서시의 젖가슴처럼 부드럽고 희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렇게 소동파가 사랑하고 즐겨했던 복어에 또 다른 치명적인 매력(?) 빠지면 진짜 죽을 수도 있다, 아니 죽는다. 복어에는 테트로도톡신이라는 청산가리의 100배에서 1000배정도의 매우 강력한 무색·무미·무취의 신경독소가 있는데 이렇다 할 해독제가 아직 없고 높은 열로 가열해도 독성이 남아있으니 정말 주의해야 한다. 이 독은 복어의 내장, 난소, , , 안구등에 많이 있다. 소량이라고 아주 위험하니 물로 여러 번 세척한 순수한 살점이외에는 안먹는 것이 좋다. 반드시 복어조리기능사 자격증을 가진 요리사가 있는 식당에서만 먹을 것을 권한다.

복어요리는 중국, 일본, 우리나라와 아프리카 아주일부에서만 찾아볼 수 있고 다른 지역에서는 위험성 때문에 일절 먹지 않는다. 중국 절강지역을 중심으로 한 강남 연해지방 일부와 일본에서는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가 복어요리가 유명한데, 원래 중국 절강에서 즐겨먹던 복어요리를 일본 야마구치를 중심으로 하는 왜구세력들이 중국 강남을 약탈하면서 복어요리를 수입(?)해서 유명해 졌다고 한다. 그후 일본에서는 복어요리가 유행하면서 영주들과 장수들이 많이 죽자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복어요리 금지령을 내렸다가 300년후 한일병탄의 원흉인 야마구치 출신인 이토 히로부미가 복어요리를 해금시겼다고 한다.

복어요리는 요리 중에서도 가장 까다롭고 어려운 요리일 것이다. 치명적인 독 때문에 제독과정을 거쳐야하고, 복어 살의 쫄깃한 맛을 즐기기 위해 창호지처럼 회를 얇게 썰어야 하는데 회를 올린 접시문양이 비칠 정도로 복어 회를 떠야 요리실력을 인정받기 때문에 숙련된 최고의 기술이 필요하다.

소동파는 복어를 두고 죽음과 바꿀만한 맛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맛있어도 목숨과 바꿀만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중국사람 특유의 과장법과 시인의 호기로움에서 나온 시적표현일 것이다. 진짜 죽음과 바꿀만한 맛을 찾고 싶다면 지금부터 미식의 세계로 긴 여행을 떠나 보는 것을 권해본다. 즐기고 자주 먹는 음식 말고, 생소하지만 꼭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요리를 정해보고 한 가지씩 하나, 하나의 음식을 음미해 보기 바란다.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는 기분으로 말이다. 어떤 때는 정말 먹으면 죽을 것 같은 요리도 만날 것이고, 진짜 먹다 죽어도 좋을 정도로 맛있는 요리도 만날 것이다. 우리네 인생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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