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와 학교에 ‘작은 교육박물관’ 설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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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와 학교에 ‘작은 교육박물관’ 설립을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11.0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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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신서의 교육이야기-⑪
구신서 전 전남교육발전연구원장
구신서 전 전남교육발전연구원장

[목포시민신문] 지난 30년간 농촌인구 감소와 도시 전출, 저 출산 기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전국적으로 폐교가 증가하였고 미활용 상태로 방치되는 폐교도 상당수이다. 그 중에서도 전남은 전국에서 문을 닫은 학교와 미활용 폐교수가 가장 많다. '1982년 이후 시·도별 폐교 현황'에 대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전남은 789개교로, 국내 전체 폐교 3595개교의 21.9%를 차지하며 세종시를 포함해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위인 경북(660개교)에 비해서도 129개교나 많았다. 폐교 중 대부분이 매각됐고, 대부하거나 자체 활용중인 폐교를 뺀 139개교(17.6%)는 이렇다 할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채 폐교 경과기간이 평균 10.5년 이상이 지나도록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임대료 미납 문제와 더불어 미활용 폐교에 대한 효율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학교가 없어지면 지역사회 공동체의 해체

한 마을에 노인이 한명 사라지면 도서관 1개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라고 한다. 한 인간이 이 세상에 와서 삶을 지내며 보고 배운 것, 느끼고 스스로 체득한 지혜가 도서관 1개의 양과 같다는 뜻일 것이다. 또한 한 마을이 없어지면 박물관 한 개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고 한다. 마을에는 마을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기능, 전통문화와 풍습, 각종 도구, 가옥의 형태와 음식문화 등 모든 것이 곳곳에 널브러져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남의 군 지역은 대부분 초 고령화 지역이거나 진입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번 1024일 통계청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2018년 농촌인구 2315천명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은 1035천명으로 고령화율이 44.7%에 달했다. 군단위에서 인구가 집중된 읍 지역을 빼면 면지역은 실제로 70~80%에 육박하리라 본다. 나이 든 여성 혼자 사는 가구가 태반인 마을은 이미 공동체로서 마을의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다. 농어촌 지역은 마을 중심이 아닌 면() 단위 혹은 섬 단위로 공동체적 기능이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는 지역사회의 교육기관을 넘어서 그 면() 공동체의 심리 문화적 중심이기도 하고 체육, 축제행사나 동창회 등의 모임의 공간이기도 하다. 학생 수 감소로 인하여 학교가 없어지면 면() 단위 공동체의 상실이다. () 단위의 해체의 일환이기고 하고 농촌사회의 급속한 재편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역사회의 작은 교육박물관설치를 제안

전남도교육청과 함평군은 사라져 가는 전남 교육사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하고 교육문화 유산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전남교육박물관'(가칭)을 함평 엑스포공원에 부지 14000, 건축면적 5000규모로 오는 2021년까지 총사업비 100억 원을 투입하여 건립을 추진한다고 한다. 함평군이 지난해 12월 전남도교육청에 설립제안서를 제출하였고, 광주·무안공항, 광주송정역 등이 인접한 지리적 장점과 함께 나비축제’, ‘국향대전등 우수한 문화관광 인프라가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하여 결정되었으리라 생각한다. 학교나 지역교육 역사 자료의 관리 소홀로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자료가 유실되고 있고 학교 역사 자료의 체계적 관리 및 보존, 전시 시스템이 절대적으로 미흡한 현재에서 이렇게 전남전체 교육에 대해 학교 역사 자료를 보존하고 활용할 교육 시설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지역사회의 학교가 폐교되었거나 폐교가 예상되는 면() 지역과 섬들의 역사를 담기는 어렵다. 폐교된 학교를 지역사회 작은 교육박물관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시 군 지자체와 도교육청이 공동사업으로 정하고 지역사회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마을지(), 면지(), 군지(), 향토사학자, 마을 원로 대상 면접과 학교와 교육지원청 등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 운영하였으면 한다. 마을교육 공동체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여도 될 것이다. 그 지역의 몇 개의 초중학교의 역사와 추억이 소중하게 보존하고 관리하여 동문, 지역민, 학생들이 늘 찾아볼 수 있길 바란다.

학생, 동문, 교사를 기억하고 전수 교육하는 학교 역사실운영

최근 10월 초에 목포시와 자매도시이고 인구 540만 명인 중국 장쓔(江蘇) () 롄윈강(連雲港) ()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례윈강 시에서 소위 명문 학교라 불리는 신해고등학교를 방문하였다. 재학생 3500여명, 교직원 350명에 이르러 우리가 보기에 큰 학교이지만 시내고교의 일반적 규모였다. 그 학교의 시설과 운영도 체계적이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학교역사실의 운영이었다. 최근에 전남에서도 학교별로 학교 역사실, 사이버 학교역사관, 학교 교육박물관 등을 만들고 다양한 방식을 전시, 보존하면서 교육적 활용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학교 역사실이 만들어진 학교는 평상시에는 닫고 있다가 필요시 1년에 몇 번 개방하거나 사이버 박물관도 학교홈페이지 잘 안 보이는 곳에 형식적으로 만들고 그 자료도 부실한 것이 태반이다. 롄윈강(連雲港) () 신해고등학교의 학교 역사실 특징은 학교장이나 운영위원장 사진 배치가 아니라 학교를 빛낸 졸업동문의 학교 때 상황과 현재의 활동, 그 시기에 가장 학생들에게 존경받은 교사의 활동내용, 현재의 학생교육활동 전시와 동문, 교사, 재학생의 연구 자료를 비롯한 책과 보고서, () () () 등의 예술작품 등이 보관되었고 일상적으로 학생들이 접하는 공간에 배치해 놓았었다.

이와 같이 없어지고 사라지는 학교의 자료들이 현재는 학교에서 학교역사실로, 나중에 폐교되면 폐교를 활용한 지역의 작은 교육박물관으로 이전 보존된다면 졸업생, 지역사회가 항시 보고 추억하거나 자랑스럽게 여기는 공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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