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지만, 시시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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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지만, 시시하지 않아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11.0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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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의 발견』
(유병욱 지음/ 북하우스/ 2019년 8월 5일 발행)

[목포시민신문] 새로운 계절이 오면, 마중 나갈 음악이 필요합니다.”

카피라이터 유병욱이 쓴 새 책을 대강 훑어보다가 이 문장에서 눈길이 잠시 머물렀다. 나도 그런데! 봄이면 봄노래를, 여름이면 여름노래를 신물 나게 듣다가 가을 무렵이면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앞에마중을 나가는 기분이 된다. 이 노래 저 노래 되는대로 흥얼거리다 보면 괜히 쓸쓸해지기도 하고 아슴아슴해지기도 한다. 유병욱은 택시 안에서 우연히 90년대 히트곡들을 들으며 문득 누구나, 흘러간 노래가 된다는 생각을 한다.

새로운 계절이 오면 마중 나갈 음악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누구나 흘러간 노래가 된다는 생각도 평소의 생활 속에서 발견한 평범한 생각이지만, 시시하지 않은 문장이 되었다.

유병욱의 평소의 발견 은 저자가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로부터 발견한 평소들을 담담하게 써내려간 책이다. 평소의 관찰, 평소의 메모, 평소의 음악, 평소의 밑줄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소설 속에 나오는 음악을 찾아 들으며 좋은 음악은 의외로, 음악 밖에서 발견된다는 문장을 적게 된다. 추억의 과자 빅파이를 먹으며 빅파이란 이름에 기대했다가 그 스몰함에 좌절하는 게 인생일까?’ 생각하다가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기대치를 조금씩 낮추게 되는 것 아닐까?’하는 성찰에 이르게 된다.

그럼에도 유병욱은 성찰이라는 단어 대신에 발견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소박하고 겸손하다. 게다가 그의 문장은 대단히 쉽고 편안하다. 어려운 용어나 복잡한 표현을 하나도 쓰지 않으면서 삶에서 건져 올린 곡진한 발견들을 편지처럼 전한다. 이렇게 읽기 편하고 쉽게 쓴다는 것은 오랜 글쓰기 훈련으로 단단한 내공을 쌓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광고 카피나 책에서 그가 발견한 문장들까지 가세해 이 책을 더욱 감각적으로 만들고 있다.

밑줄 긋고 베껴 쓰고 싶은 문장들이 페이지마다 쏟아져 나온다. 문장 수집이 취미인 독자라면 차라리 이 책을 문장 수집 노트 삼아 소장하고 싶어질 것이다. 저자의 직업이 카피라이터이다 보니 좋은 문장을 수집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는 덕분이기도 하리라.

그러나 이 책의 미덕은 제목 그대로 어디까지나 평소의 발견에 있다. 아름답고 중요한 것은 특별한 순간보다 평소의 시간 속에 깃들어 있다는 사실. 평소 속에 숨겨진 놀라운 힘을 발견하고 만끽하는 것이 하루하루의 인생을 빛나게 해준다는 사실. 이런 사실들을 발견하여 깎고 다듬어 정성스럽게 포장해 선물처럼 내민다. 선물 속 메시지 카드 같은 마지막 문장과 함께.

 

인생의 보석들은, 평소의 시간들 틈에 박혀 있습니다.”

 

동네산책 책방지기/윤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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