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나무 가지 위
가시 찔린 참새 한 마리 바르르 떨고 있다
가을걷이는 대충 끝났나본대
기상 특보가 늦는 바람에
겨울은 제 자리를 맴돌 뿐,
미리 떠난 일행은 보이지 않는다.
링링과 미탁이 다투어 심술을 부리고
언덕빼기를 기어오르던 초승달이
실눈을 흘기지만
밤과 낮은 어김없이 소임을 다하고 있다.
미련이 남았을까
아직 버리지 못한 후회들이
신발을 신은 채 토방위를 어정거려도
위로의 한 마디는 없다.
모든 계절이 자리바꿈하기 전까진
서둘러 모든 채비를 끝내야 할 모양
저녁놀 살얼음 밟듯 날개를 펴면
새벽잠은 어차피 내 차지가 될 밖에 없다.
-이따금 가시 찔린 바람이
손가락 하트를 그리며 바쁘게 내닫고 있다.
<약력>
.서라벌 예대 문창과 졸업
.중앙일보 신춘문예와 월간「시문학」추천을 받아 등단
.한국문협 목포지부장/한국현대시협 부회장 역임
.현 국제 펜 한국본부 이사, 「이 한 세상」 동인
.한국현대 시인상/대한민국향토문학상/전라남도문화상 등 수상
.시집: 표구속의 얼굴/이승기행/청계리행 등 1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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