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 - 이철호 칼럼니스트] 인간의 다양성과 공존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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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 이철호 칼럼니스트] 인간의 다양성과 공존하는 사회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11.1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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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칼럼니스트

[목포시민신문] 우리는 정치체제를 구분할 때 민주주의인가 공산주의인가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이러한 구분은 올바르다고 할 수 없다. 정치체제의 분류는 경제시스템을 어떤 방식으로 운용하느냐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다. 그 기준은 이념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즉 진보와 보수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에서 그 기준은 단연 세금이다. 극우는 현실적으로 존재한다고 보기 힘들지만 초기자본주의 정도, 극좌는 시장경제제도를 부정하는 공산주의가 이에 해당된다. 자한당이 민주당을 일컬어 친북좌파라고 하지만 서구의 기준으로 볼 때 기껏해야 중도우파에 지나지 않는다. 민주당은 자한당을 수구꼴통이라 하지만 이 역시 옳지 않다. 그러면 양당은 이러한 기본적인 구분도 못하는 바보들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다분히 정략적인 수사라고 보여진다. 양당 모두 일정부분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를 옹호하고 추구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민주당이 신자유주의에 대해 다소 비판적이고 정부의 개입을 상당 부분 인정한다는 점에서 진보라 칭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것처럼 스스로를 진보라 하지 못한 것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이다. 진보는 우리 현대사에서 공산주의와 동의어로 둔갑되어 이념 논쟁의 씨앗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민중이 주인인 정치체제이다. 경제체제가 공산주의인 북한도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다(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에서 정치에 참여하는 주체의 숫자라고 하겠다. 바꿔 말하면 의사가 다수에 의해 결정되는 정치방식이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의사 결정을 하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아서 고대 그리스의 직접민주주의를 제외하고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런데, 요즘 대한민국에 직접민주주의가 부활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세칭 보수와 진보로 양분된 대규모집회가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성황(?)을 이룬 바 있다. 상대방은 안중에도 없다. 마치 나라가 두 쪽 난 사과와 같다면 나만의 생각일까? 필자 또한 분명 한쪽을 지지하고 있지만 이런 현실이 아프기만 하다. 모두들 자기 확신과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 정치 집단별로도 동일한 이념으로 똘똘 뭉쳐 있고 미디어 또한 편 가르기의 횡포가 극심하다. 숨을 어디서 쉬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150년 전,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유럽을 유럽답게 만든 요인, 그것은 바로 성격과 문화의 놀라운 다양성이라고 설파하였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유럽은 다양한 민족으로 엉켜있다. 기원전, 알렉산더대왕은 동방에 진출한 후 현지인의 문화를 인정함으로써 독특한 헬레니즘 문화를 탄생시켰다. 로마제국도 세계대국이 된 요인은 여러 국가, 민족들의 다양성을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밀은 사회가 전진하는 경로를 여럿 가지고 있었고 다면적인 발전을 추구했다는 점, 전적으로 이 덕분에 당시의 유럽이 있을 수 있었다고 주장하였다. 훔볼트 역시 인간발전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자유와 상황의 다양성을 들었다. 결국 사람이 모두 똑같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편적인 교육의 기회가 확대되거나 교통, 통신의 발달 등은 사람을 동일하게 만드는 요인들로서 다양성의 적대적 요소들이지만 이렇게 하여 동일화된 점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 사회를 하나로 묶어야할 때 중추적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연대해 나가는 사회가 폭발적 에너지를 분출한다고 생각한다. 광화문거리에 앉아있던 사람들 모두가 검찰개혁을 반대했을 리 없고 서초동거리에 촛불을 든 시민 모두가 조국을 지지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보편적인 생각이어야 상대를 인정하고 진정 함께 나아갈 수 있다. 독일 히틀러 당시 자기시대를 비판한 슈테판 츠바이크처럼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를 보유한 시민들이 시대정신을 읽어내고 우리의 미래를 설계하는 지혜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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