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선기 목포대 교수] 도심 가로수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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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기 목포대 교수] 도심 가로수의 변신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11.2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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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기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교수, 생태학)
홍선기 목포대 교수
홍선기 목포대 교수

[목포시민신문] 가로수가 아름답게 물들고 있다. 아름다운 도시, 품격 있는 도시의 상징은 무엇으로 대표할 수 있을까. 고층아파트도 아니고, 쇼핑몰도 아니고, 저는 멋진 가로수라고 말하고 싶다. 도시를 계획하면서 도시의 미관, 환경을 지키면서 역사경관을 조성하는데 가로수만큼 기여하는 것도 없을 것 같다. 유수한 해외 명품 도시를 가보면, 대부분 멋진 가로수를 함께 보게 된다. 로마의 소나무, 파리의 칠엽수, 베를린의 너도밤나무, 일본 센다이시의 느티나무 등등 한 도시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것이 가로수인 도시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담양의 메타세코이아 길은 명품 가로수로 많은 관광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가로수란 도로를 이용하는 보행자에게 그늘을 제공하고 가로의 정연한 경관미를 조성하기 위하여 식재하는 수목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가로수는 보행자의 그늘을 제공할 뿐 아니라 도시 미기후를 조절하고, 매연이나 분진을 흡착하여 도시 공기를 맑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특히 도로변 교통 소음을 감소시키는 역할도 하여 가로수 주변 주거지의 생활환경의 질을 높이기도 한다. 산림청 통계(2018)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가로수 8,230천본 중에서 가장 많이 식재하는 가로수로는 벚나무류(1,533천본, 18.6%), 은행나무(1,029천본, 12.5%), 이팝나무(608천본, 7.4%), 느티나무(534천본, 6.5%), 무궁화(497천본, 6.0%) 순으로 조성되어 있다. 그 외에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 튤립나무, 층층나무, 가죽나무 등이 가로수종으로 선정되어 있다.

기왕에 싶은 나무들은 수형이나 잎 모양, 색채 등이 아름다워 도시미관을 빛낼 뿐 아니라 도심내 불량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속성수여야 하기 때문에 수종을 고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눈이 많이 내리는 도시의 경우, 도로의 눈을 녹이는 염화칼슘 같은 화학제에도 내성을 가져야 하고, 바람이 많은 도시의 경우에는 가지가 잘 부러지지 않은 강한 줄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처럼 가로수의 선정은 도시의 성격, 위치, 토양 특성, 교통량 등에 따라 구분하여 결정된다. 목포에는 느티나무와 은행나무, 이팝나무가 많이 심어졌다.

앞서 나열된 가로수종 중에서 은행나무는 호불호가 강한 가로수종이다. 가을에는 아름답게 노랑색 단풍으로 도심을 물들이는 은행나무이지만, 한편으로는 냄새나는 은행열매 때문에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싫어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을이 되면 떨어진 은행나무 열매를 발로 밟아서 씨를 빼가는 실속 챙기는 분들이 많고, 더욱이 나무까지 흔들어서 대량으로 열매를 챙겨가는 시민들도 있으니 무조건 냄새나는 기피수종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산림청 통계에서 나온 봐와 같이 은행나무는 두 번째로 제일 많이 심어진 가로수종이다.

왜 이렇게 많이 심어졌을까. 은행 열매를 위해서일까. 우선 가로수로 선정하려면 몇 가지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차량이 많이 통과하는 도로의 경우에는 아황산가스나 질소산화물 등이 많이 배출되기 때문에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는데 가장 적합한 식물이 필요하다. 은행나무는 이러한 오염된 공기 정화에 적합하고 나무 자체에서 항균 물질을 내기 때문에 병충해에도 강한 나무이다. 여기에 잎이 넓어서 피음효과가 좋아 보행자들에게 그늘을 제공한다던지 도시 열섬효과를 상쇄시키는 역할도 하여 더운 여름에도 효과적이다.

은행나무의 도시미관, 생태환경적인 효과가 큼에도 불고하고, 시민들의 혐오감은 증가하고 있다. 산림청의 조사(2018)에 따르면, 11개 광역자치단체에서 5년간 제거된 은행나무가 5328그루가 된다고 한다. 한 그루 제거하는 비용이 108만원 가량 든다고 하니 제거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열매가 열리지 않아 냄새가 나지 않는 수나무를 찾아서 심는다고 한다. ‘DNA 성감별법을 개발하여 1년생 이하 어린 나무에서도 은행나무 암수구별이 가능하여 수나무를 찾아서 식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이기적인 인간들에 의한 이기적 유전자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는 열매도 없고 냄새도 없는 은행나무가 도로를 장식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은행잎과 은행열매는 인체에 매우 유익한 화학성분을 가지고 있어서 의약제품에 많이 활용되고 있는 고마운 식물이다. 요즘엔 열매있는 나무들을 가로수로 선정하는 곳이 많다. 이것은 꽃을 찾아오는 곤충이나 열매를 선호하는 새들을 도시에서도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팥배나무, 산딸나무, 꽃사과나무 같은 수종들이 우선한다.

문제는 이러한 나무를 선호하지 않은 시민들도 있다는 것이다. 새들이 많으면 새똥이 차를 더럽힌다고 할 것이고, 곤충이 많으면 인간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 과도하게 예민한 분들도 있다. “종로에는 사과나무를 심어보자라는 예전 한창 유행했던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올해 서울시와 예산군이 협력하여 종로 율곡로에 사과나무(수종 : 예금정) 거리를 조성했다고 한다. 과거 70~80년대에 경제개발시대에 심어진 가로수들은 대기정화를 위하여 심어진 것이었다면, 최근에 조성되고 있는 가로수는 도시의 미관과 품격을 나타내는 수종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미항 목포의 미래 도심을 멋지게 장식할 가로수는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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