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광장] 여름 숭어, 겨울 민어는 개도 안 먹는다
상태바
[시민광장] 여름 숭어, 겨울 민어는 개도 안 먹는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11.28 12: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참숭어 12월부터 제철…탕은 신안식으로 된장 넣고 끓여야 제 맛.

[목포시민신문=김대호시민기자] 지난해 겨울 일이다. 서울서 오신 지인에게 무안 복길리로 숭어회를 먹으로 가자고 했더니 순간 인상이 굳는다. “돈은 걱정 말고 좋은 것 먹으로 가자. 민어 어떠냐?”고 말씀하신다.

목포가 고향인 분이라 돔이나 농어, 우럭같이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생선을 찾지는 않으셨는데 숭어는 개도 안 먹는다.”는 기억이 남아 계신 듯 했다. 가깝지 않은 분이라면 그러자고 했을 터인데 기어이 설득해 숭어를 드시게 했다.

이거 진짜 숭어 맞아? 살이 쫀득존득 하고 참기름 냄새까지 나는데.”

여름숭어를 개도 안 먹는 것이고요. 겨울숭어는 민어와도 안 바꾸는 것이랍니다. 겨울민어는 개도 안 먹어요. 겨울 민어는 건장으로 먹어야죠.”

숭어(崇魚)는 치어(鯔魚수어(秀魚·水魚)라고도 하고 동어(冬漁), 밀치로도 부른다. 밀치는 눈이 노란색이고 눈 커플이 없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숭어라고 하는 종류는 보리숭어, 게숭어이고 밀치는 참숭어, 가숭어라고 불린다. 정약전(丁若銓)은 어린 숭어를 등기리(登其里)’라 하고 가장 어린 것을 속칭 모치(毛峙)’라고 불렀다. 그래서 서남해안에서는 어린 숭어를 주로 모치라고 부른다

참숭어와 가숭어(밀치) 구별해야 제대로 즐길 수 있어

 

숭어의 맛에 대해 희비가 엇갈리는 것은 겨울에 가숭어(밀치)를 먹거나 여름에 참숭어를 먹기 때문이다. 맛이 드는 시기를 알고 먹으면 최고의 숭어를 먹을 수 있다. 흔히들 숭어를 바다생선으로 알고 있는데 겨울에는 기수(汽水) 및 담수역 같은 연해의 하천에서 살다가 4월이 되면 바다로 나간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수어(秀魚)가 전국에서 생산되는 흔한 생선임을 밝히고 있다. 세종실록지리지의 토공조에는 건수어(乾水魚)로 기록되어 말린 건장으로 소비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허균(許筠)이 지은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수어(水魚)는 서해에 모두 있는데 경강(京江 : 뚝섬으로부터 양화도에 이르는 한강의 일대)의 것이 가장 좋으며, 나주(羅州)에서 잡은 것은 극히 크고 평양에서 잡은 것은 언 것이 좋다.’고 기록한다. 이수광(李睟光)의 지봉유설(芝峰類說)에는 숭어는 진흙을 먹어 토기(土氣)가 있으므로 비위(脾胃)를 보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서유구(徐有榘)의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서는 숭어는 성질이 진흙을 먹기를 좋아하므로 숭어를 먹으면 비장(脾臟)에 좋고, 강에서 나는 물고기 중에서 제일 크고 맛이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 알을 햇빛에 말리면 빛깔이 호박(琥珀) 같은데, 호민(豪民귀인(貴人)이 이를 진미로 삼으며 이를 속칭 건란(乾卵)이라 한다.’고 하였다. 영산강 일대에서 생산된 숭어의 알로 가공한 영암 어란(魚卵)은 진상품이었으며 지금도 마니아들에게 고가에 팔리고 있다.  

숭어알로 가공한 어란.
숭어알로 가공한 어란.

영암 어란은 진상품비장이 않 좋은 사람에겐 최고의 보약

 

1433년 세종조에 펴낸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과 동의보감, 본초학 등에서는 맛이 감()하고 평()하고 무독하다. 위를 열고 오장을 통리(通利)하며 오래 먹으면 사람을 비건(肥健)하게 한다. 이 물고기는 진흙을 먹기 때문에 백약(百藥)에 기()하지 않는다.’고 약성(藥性) 약성을 설명하고 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아주 오래 전 일부 유통업자들이 마취성분이 든 약품을 통해 활어상태로 횟감을 서울로 운송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때 북유럽 어민들이 성질 급한 청어를 산채로 런던까지 운송하는 노하우가 알려져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북극지방의 청어를 넣은 수송선에 숭어 몇 마리를 넣었더니 긴장해서 눈치보고 움직이느라 죽을 여유가 없더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정약전는 성질은 의심이 많아 화를 피할 때 민첩하다. 또 잘 헤엄치고 잘 뛴다. 사람의 그림자를 보면 급히 뛰어 달아난다. 물이 탁하지 않으면 여태까지 낚시를 문 적이 없다. 물이 맑으면 그물이 10보쯤 떨어져 있어도 놀라서 움직이고 그물 안에 들었다 하더라도 그물에서 곧잘 뛰어나간다.’고 하였다.

어란 저장고.
어란 저장고.

숭어는 주로 회로 먹지만 말려서 찌기도 하고, 알은 어란으로 만든다. 탕은 매운탕이 아니라 된장기로 끓이는 신안식으로 특유의 흙냄새를 잡아 제대로 먹을 수 있다. 보름 뒤부터 본격적으로 홍어를 드셔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