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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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서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12.1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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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페르난두 페소아 (지은이),

배수아 (옮긴이)

봄날의책

20143 

마음이 불안(不安)하거나 무엇인가의 실행에 있어서 불안정(不安定)함을 감지한다면 <불안의 서>책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일기장이 문학이 될 수 있는지 찬찬히 살펴보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은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주류언어권의 작가가 아닌 페르난도 페소아의 일기장이다. 페소아는 엄밀히 말하면 작가가 아니였다. 그는 포르투갈의 무역회사에서 일하던 회계사였는데, 단지 일기장을 열심히 썼던 사람이었다. 그가 죽고 나서 발견된 일기장들이 문학성을 인정받아서 한 권의 책으로 출판되는데, 바로 <불안의 서>이다.

살아 생전, 생계를 위해 회사에 다니며 한 편으론 예술적 욕망을 실현하고 실행시키고 있었던 그의 예술에 대한 치열한 고민의 흔적들은 일기장 곳곳에 나타난다.

[예술은 모든 삶의 활동으로부터 빠져나옴을 의미한다. 예술은 감정의 지적 표현이고 감성은 삶의 의도적 표현이다. 우리가 갖지 못한 것, 감행하지 못한 것, 도달하지 못한 것을 우리의 꿈이 가능하게 해준다. 이 꿈으로 우리는 예술작품을 창조한다. 종종 감성은 비록 행위만으로는 감성을 충족시킬 수가 없다. 삶에서 조금밖에 표현되지 못한 이런 과도한 감성이 예술작품을 창조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두 종류의 예술가가 있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예술에 투영하는 예술가와 자신이 과도하게 가진 것을 예술에 투영하는 예술가다.230p]

소설책에 있을만한 섬세한 어투나, 일상에 대한 첨예한 시선이 있으면서도, 퇴고를 거듭해야 하는 고통이 없이 편안하게 적혀있는 책 속 구문들.

일평생 써온 원고 27천여 매 중 '불안의 서'라 적힌 봉투 5개에 약 350편의 초고와 단상들이 남겨져 있었다는 페소아의 방. <불안의 서>라는 이름이 붙은 책이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것은 페소아 사후 50년이 흐른 1982년이었다. 그러므로 이것은 완결되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완결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독특한 의미를 가지는 저서가 되었다.

과거의 페르난도 페소아는 세관원 출신으로 살다가 그렇게 생을 마감했지만, 현 시대의 그는 자기도 모르는 새에 국가를 대표하는 문학가가 되어 있다. 어쩌면 페소아의 삶은 우리 생이 언젠간 끝나리란 걸 알지만, 각자의 삶이 끝난 뒤에도 문학에 대한 꿈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를 보여준다.

이 책의 장르를 하나로 규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에세이로 분류되어 있으나 일기 혹은 자서전으로 읽히기도 하고 픽션으로 읽는다고 해도 틀렸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봄날의 책 세계산문선, 불안의 책, 페르난도 페소아, 옮긴이 이름 배수아. 이름의 유사성이 재밌다.

/ 고호의책방 이효빈 북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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