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김인숙]예비 살인마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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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김인숙]예비 살인마의 탄생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19.12.1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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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숙 칼럼니스트
김인숙 칼럼니스트

[목포시민신문] 우리는 이 사건을 경의선 고양이 살해사건으로 알고 있다. 고양이 이름은 자두였다. 자두는 2살로 만짐 당하는 걸 싫어하고, 낚시놀이를 좋아한다는 안내문까지 있는 돌봄을 받는 고양이었다. 사고가 있었던 날은 햇살이 좋은 7월이었고, 자두는 평상시처럼 카페 근처에서 늘어지게 잠을 자며 여유를 부리고 있었을 것이다. 살인자가 우왁스러운 손으로 자두를 잡아 무참히 살해하고 유유히 사라지는 cctv를 공개하였지만, 정작 자두 보호자는 지금까지도 볼 용기가 없다고 했다.

자두의 보호자는 길고양이의 밥을 챙기는 캣맘이었고 원래 살던 곳에서 사건이 일어난 경의선 쪽으로 자두를 데리고 함께 이사할 정도로 자두에게 애정이 각별했다. 그랬던 자두가 끔찍한 일을 당했고 보호자는 자기가 이 곳에 자두를 데려와서 자두가 험한 일을 당한 것이라며 굉장히 자책하고 있다고 한다.

자두를 살해하고 잡힌 살인자에게 이례적으로 실형 6개월이 선고 되었다. 이것은 동물학대죄보다는 재물손괴죄로 판결이 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두가 길고양이라고 했다면 실형은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결론이다. 자두가 병원을 다니고, 돌봄을 받았던 것을 목격했던 사람들의 증언이 있고 여러 가지 증거자료를 모으고 내는 데에 온 힘을 쏟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자두 보호자는 안 그래도 힘든 시간을 증거자료를 준비하면서 또 다른 고통을 받았다고 했다. 

최근 끔찍한 동물학대 사건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데, 얼마 전에는 승냥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유튜버가 개인방송에서 개를 때리고 집어던지는 방송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내 개(내 재산), 내 맘대로 하는데 무슨 상관이냐며 출동했던 경찰들에게 대들자 경찰들은 적절한 대꾸를 하지도 못했다. 동물학대에 가장 기본적인 법상식도 인지하지 못하는 실정을 방송을 보면서 가슴을 쳤던 기억들로 이 사건은 유명세를 탔다. 결국 이 유튜버는 한 동물보호단체의 고소로 인해 개는 포기하였고, 지금 그 사건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외에도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사건들이 비일비재하다. 새끼고양이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장면을 촬영해 유투브에 게재한 초등학생이 있는가하면, 여자 친구와 헤어져 기분이 안 좋다며 어미고양이 앞에서 새끼고양이 잔혹하게 살해한 10PC방 알바생 사건도 있다. 하지만 이들 중 동물학대로 적법한 처벌을 받은 사건은 없다. 

경의선 숲길 살해사건은 범인이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 되며 유명무실한 동물보호법에 실망만 했던 국민들에게 큰 의미를 남겼다. 하지만 자두가 길고양이였다면 이 판결 또한 없었다고 하니, 진정한 보호를 받아야만 하는 힘없는 길고양이들은 지금도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으면서 지내고 있을까? 사람들은 자신이 상관없는 일에는 조금의 관심도 없다. 하지만 분명 명심해야 할 것은 잔혹한 살해의 칼끝이 언젠가는 사람에게도 향한다는 것이다. 예비 살인마들의 탄생은 생각보다 간단하게 용서하는 이 사회에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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