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목포 동네서점들, 지역 문화공간으로 재도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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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목포 동네서점들, 지역 문화공간으로 재도약하다
  • 김영준
  • 승인 2020.01.08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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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 책 파는 공간 넘어 목포의 인문학 부활을 꿈꾼다

[목포시민신문=김영준기자] 어떤이는 말한다. “최근 동네에 들어서고 있는 작은 책방을 볼 때마다 민들레꽃이 떠오른다자본과 규모로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는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 틈에서 자신만의 색깔로 존재를 드러낸 작은 책방은 동네 풍경을 바꾸고 주민의 삶에 빛과 향기를 더하고 있다.

최근 전국 곳곳에 문을 연 작은 책방들’,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이 동네서점들을 투어하는 관광객들이 생겼고, 동네 생활문화공간으로 자리맺음 하고 있다. 나아가 풀뿌리 문화공간인 동네책방을 지원, 육성하려는 지자체들의 움직임도 일고 있다.

본지는 올해 책 읽는 목포, 인문학 부활을 꿈꾼다라는 주제로 연중 캠페인을 펼친다. 목포에서도 더 많은 동네책방이 들꽃처럼 자생적으로 생겨나 풀뿌리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어느덧 독서가 스트레스 해소의 방법이자 즐거운 일이 되었고, 습관적 독서가 생활이 되었다. 서점에 갈 생각 만 해도 기분이 좋고, 동네책방에서 책을 둘러보는 것 만으로도 설레인다.”

독립서점 책방지기들은 이런 목포인()이 많아지기 바란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독서는 스트레스였다. 7~80년대를 걸쳐 2000년대를 너머 오면서 동네마다 하나씩 자리 잡았던 작은 서점은 그 수가 급속히 줄어들었고 그나마 있는 학교 앞 서점엔 인근 학교에서 보는 참고서가 책장을 점령했다. ‘독서를 위한기회는 점점 줄어들었고 취미란에 독서라고 쓰는사람도 줄었다. 독서는 작심하고 덤벼야하는 일이 됐다.

1897. 목포는 개항장으로 그리고 근대도시로 거듭났다. 우리나라 근대문학의 한 획을 그은 목포의 천재문사김우진 또한 이 해에 태어났다. 김우진으로 인해 항구도시 목포는 인문도시 목포로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한국문단에서 여류작가로선 최초로 장편소설을 집필한 박화성. 수필을 본격적인 문학 장르로 끌어올린 김진섭. 한국 비평문학의 위상을 세운 김현. 전후 문학의 1세대 대표 극작가 차범석. 한국시단의 균형주의자 최하림. 70년대 정치 권력에 맞선 불온 문학을 대표하는 김지하. 휴머니즘 소설가이자 극작가 천승세. 그 이름만으로 한국문학의 국가대표격인 이들이 오거리 일대를 중심으로 문학청년기를 보냈다.

북교 초등학교를 나온 김현은 1977년 이렇게 썼다. “국민학교 오학년 때의 일이다. 그때의 내 고향에는, 유식한 피난민들이, 할 장사가 없었기 때문에 벌여놓은 헌책방들이 숱하게 많이 있었고, ~ 그 헌책방의 소설책들을 거의 다 읽어냈다. 읽었다고는 하지만, 지루하고 무슨 소린지 잘 알 수가 없는 지문은 성큼성큼 뛰어넘고, 멋진 대화같이 느껴진 것만을 읽어가는 괴상한 독법으로 읽은 것이었다. ~ 이형식에서 오유경에게로, 허숭에서 임꺽정에게로, 그리고 오필리아에서 파우스트로 정신 없이 뛰어다닌다.”

김현이 들락거렸을 그 책방들을 문학청년 최하림도, 김지하도, 천승세도, 내 동창 춘호도, 철웅이도, 시정이도, 수많은 목포 아무개도 들락거리며 책 속을 뛰어다녔을 것이다. 그리 멀지 않은 오래 전, 목포는 책방이었고 인문학이 일상이었다.

지난 1년 사이에 그 일상의 인문학을 꿈꾸며 다시 책방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지지난해 어린 김우진이 친구들과 뛰놀던 북교동교회 가는 골목어귀에 작은 책방 하나가 문을 열었다. 지금까지 다섯 개의 작은 책방이 김현이 지나간 자리에, 춘호가 지나간 자리에 문을 열었다. ‘산책’, ‘퐁당퐁당’, ‘고호의 책방’, ‘지구별서점’, 그리고 동네산책까지. 이른바 독립서점이라고 하는 이 작은 책방들은 주인의 취향대로 자유롭게 큐레이션을 하기 때문에 꽤나 개성이 강하다.

작은 책방들의 등장은 목포의 풍경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이 책방들은 각자의 개성대로 책이 있는 공간을 꾸려가고 있다. 만화책을 잔뜩 들여놓기도 하고, 기존 출판사의 논리와 상관없이 독립출판물을 팔기도 하며, 베스트셀러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독서모임을 열고, 글쓰기 강좌를 하며, 심지어 여행자의 가이드가 되어 목포를 소개하기도 한다. 동네책방은 그야말로 동네의 문화사랑방이다.

얼마 전에는 다섯 개의 책방이 모여 독립공감(獨立共感)’이란 협동조합까지 만들었다. 목포의 인문학적 일상을 위해 책방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도모하고 있다. 모여서 작은 책장터를 열기도 하고, 공중전화 박스를 재활용한 김우진책방을 열기도 했다.

책방지기들의 이 선하고 따뜻한 연대가 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누군가가 힘껏 밀어줄 거라 믿는다. 그가 바로 당신이다. 온라인으로 할인까지 받아가며 편하게 책을 살 수 있는 세상에 살면서, 굳이 작은 책방을 찾는 김현, ‘춘호가 더 많아져서 덩달아 책방도 많아지는 동네. 그 동네가 목포의 일상이면 좋겠다.

동네산책 윤소희 책방지기는 칼럼에 이렇게 썼다. “가끔 상상한다. 책으로 넘쳐나는 문학 도시 목포를. 한 블록 지날 때마다 자그마한 동네 책방이 불을 밝히고 있는 목포. 푸드트럭들 사이로 북트럭들이 즐비한 목포. 사용하지 않는 공중전화 박스가 그 자리에서 책방이 된 목포.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 책 한 권씩 손에 들고 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흔한 목포. 그런 목포의 풍경을 상상한다. 그런 목포의 품격을 상상한다. 김우진과 박화성과 차범석과 김현이 나고 자라던 그 시절, 목포는 원래 그런 도시가 아니었을까. 아주 먼 상상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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