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박찬웅] 설날 떡국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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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박찬웅] 설날 떡국이야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1.1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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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웅 칼럼니스트
박찬웅 칼럼니스트

[목포시민신문] 설 명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민족의 세시풍속 중에서 추석과 함께 큰 명절이 설날이겠지만 나에게 가장 큰 명절 넘버원을 고른다고 하라면, 나는 주저함 없이 설날을 택하겠다. ... 추석에 없는 새뱃돈과 설음식 때문이다. 두 명절에 대표적 음식이라면 설은 떡국. 추석은 송편일 것인데, 누가 봐도 명절 대표음식만 봐도 설이 승리하지 않을까 한다.

설날에 떡국을 먹는 것은 떡국이 본래 긴 "가래떡"으로 만들기 때문에 국수면발처럼 길고 오래 살라는 장수의 뜻과 동전처럼 동그란 떡을 먹고 돈을 많이 벌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새해 첫날에 먹는 떡국은 장수를 누림과 더불어 재물을 바라는 소망을 담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새해 첫날 떡국을 먹는 풍습은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에도 있는데 중국에서는 쌀농사를 주로 하는 양쯔강 이남 지역에서는 설날에 니엔까오(年糕)라고 하는 가래떡이나 사각형으로 빚어 찐 떡을 사용해서 국이나 각종 요리에 넣어먹는다. 중국에서는 설날 쌀농사가 잘되는 남부지방에서 떡국을 쌀농사가 어려운 북부지방에서는 만둣국을 주로 먹는다. 이는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일본에서도 새해 첫날 조니(雑煮)라고 하는 찰떡을 어묵, 채소를 넣은 가스오부시와 간장육수에 넣어 먹는 떡국요리가 있다.

우리나라 떡국 중에도 모양이 좀 특이한 조랭이 떡국이 있는데, 원래 개성지방 양반집에서 먹던 떡국인데 흰떡을 대나무 칼로 잘라 동글동글하게 다듬어서 조롱박 같기도 하고 누에고치 같기도 한 모양으로 만든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고려가 망하고 조선 왕조가 들어선 뒤 박해를 받은 개성 사람들이 조선태조 이성계에 대한 원한을 잊지 못해 그의 목을 연상하며 떡을 썰었기 때문이란다고 한다. 요즘은 개성에서 피난 내려온 실향민들이 서울에서 개업한 개성음식점들이 몇 곳 있어 맛을 볼 수도 있고, 조랭이떡을 파는 곳도 있어 이성계를 목을 썰어먹는 약간은 섬듯한 생각도 들지만 한번 경험 삼아 먹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떡국 육수는 지역과 집안에 따라 조리법이 다른데 보통 소고기나 사골육수를 이용해서 육수를 만들지만 예전에 꿩대신 닭이라는 표현이 있듯이 꿩고기나 닭고기를 쓰거나 해안지역에서는 멸치, 북어, , 매생이, 미역들도 활용된다. 떡국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는데 고명이다. 보통은 계란지단이나 김가루. 깨소금등을 쓰지만, 계란지단도 흰자와 노른자를 따로 지단을 만들어 채를 썰거나 각종모양을 내서 올린다. 지역에 따라 육수를 낼 때 쓴 재료인 소고기, 꿩고기, 닭고기를 찢거나 갈아서 고명으로 올리기도 하고, 육전이나 버섯류로 한껏 멋을 낸 고급스런 떡국들도 있다.

새해 첫날 떡국 한 그릇을 먹으면 한 살 더 먹는다고 두 그릇 세 그릇을 더 먹으면서 내가 나이가 더 많니 너가 나이가 적니 하면서 티격대던 어린시절도 있었지만 이젠 한 살 나이먹는게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겨울눈을 포드득 포드득 밟아 가면 새뱃돈 수금(?)하러 친척집을 찾아가던 어린시절 설날을 추억하기에는 요즘 날씨가 너무 겨울 같지 않지만, 이번 설날에 떡국 한 그릇 더 먹어서 좀 철든 아저씨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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