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조준 동신대교수] 혐오 : 말이 칼이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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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조준 동신대교수] 혐오 : 말이 칼이 될 때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2.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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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준(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목포시민신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와 관련해서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우리나라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2020131일부터 24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가 지난 7일 공개됐다. 설문 결과를 보면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은 시민들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신종 코로나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은 12.7%에 그쳤지만, ‘감염될 경우 건강영향 등 피해가 심각할 것이라는 응답은 73.8%에 달했다. 응답자들이 가장 두려워한 상황은 확진자가 됐을 때 주변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것이었다. 상황별로 두려움을 느끼는 정도를 물었을 때 이 응답은 5점 척도에서 평균 3.52점을 기록해 가장 높았다. 그리고 응답자의 60.4%는 최근 1주일간 신종 코로나와 관련된 혐오 표현을 한 번 이상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혐오표현의 대상을 복수응답으로 물었을 때 중국인82.1%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8.9%)’라는 응답도 일부 있었다. 이 조사결과를 보면서 안타까웠던 것은 늘 그래왔듯이 전세계적인 비상사태 속에서도 여전히 특정계층을 향한 마녀사냥식의 혐오발언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같은 날인 7일 혐오와 관련된 기사가 또 있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하고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대학에 최종 합격했던 트랜스젠더 A씨가 학내 반발에 부딪혀 결국 입학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A씨는 7숙대 등록을 포기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작금의 사태가 무서웠다. 내 몇 안 되는 희망조차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언행을 보면서 두려웠다고 털어놓았다. A씨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는 더 알아가고자 하는 호기심이 되어야지 무자비한 혐오여서는 안된다혐오를 멈추었을 때 사회의 다양한 가치들을 이해하고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공동체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그의 저서 <말이 칼이 될 때>에서 혐오를 감정적으로 싫은 것을 넘어서 어떤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차별하고 배제하려는 태도로 정의했다. 또 혐오표현을 어떤 개인집단에 대해 그들이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멸시모욕위협하거나 그들에 대한 차별, 적의, 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혐오는 자기와 타인 사이에 선을 긋는 데서 시작한다. 서로 차이를 인식하고 구별하는 것이다. 한편 일본 정신의학계 권위자인 오카다 다카시는 저서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에서 혐오가 마지 전염되듯 2차적으로 학습된다고 말했다. 직접 나쁜 경험을 한 적이 없는데도 주변 사람이 강한 혐오감을 드러내면 자신도 모르게 그 대상에게 혐오반응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누구나 혐오에 가담, 동조할 수 있고 전혀 관심이 없었던 대상에 대해서도 특정한 일을 계기로 혐오감을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자들은 혐오 표현을 영혼의 살인’, ‘말의 폭력’, ‘따귀를 때린 것이라고 비유하는데, 말이란 실제 해를 끼치지 않지만, 언어 폭력도 칼과 같은 무기가 될 수 있다. 사용할수록 그 의미가 강해지는 혐오 표현은 공존과 상생의 사회에서는 추방돼야 마땅하다.

차별과 혐오의 확산을 막기 위한 대안은 촘촘해야 한다. 우선 전염병처럼 차별과 혐오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신속한 방역조치가 필요하다. 성별, 장애, 인종, 국적, 종교, 성적지향, 학력, 직업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노골적인 혐오선동은 처벌하는 내용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만드는 게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합리적 이유 없이 약자를 차별하고 공격하는 것은 범죄라는 인식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대중매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갈등을 조정하고 화합을 이끌어야 할 미디어가 선정적인 보도와 자극적 콘텐츠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한 일이 많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혐오와 차별 확산의 배경을 제대로 짚고 건강한 토론을 통해 대안을 끌어내는 역할을 언론이 해주어야 한다. 유아교육기관부터 대학까지, 인권과 민주주의 교육을 제대로 하는 일도 시급하다. ‘차별과 혐오의 바이러스 대신 연대와 화합의 정서가 충만한 사회를 향해 좀 더 빠른 걸음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차별과 혐오로 인해 어렵게 이뤄낸 대학 입학을 포기한 A씨가 남긴 마지막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이 사회가 모든 사람의 일상을 보호해주고 다양한 가치를 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비록 여기에서 멈추지만 앞으로 다른 분들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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