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신서의 교육이야기]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수학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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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신서의 교육이야기]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수학교육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2.1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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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신 서(목포사회혁신네트워크 상임대표)

[목포시민신문] 30년이 넘는 교직생활에서 학교에 근무하는 내내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친 필자로서 수학교육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당연해 보이지만, 가르치는 것과 수학교육정책이 어떠해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여서 교실에서 가르친 경험보다는 수학교육 정책적 내용을 중심으로 말하려 한다.

수학은 우리 학교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분야이다. 한해 143천억원에 달하는 사교육비 지출 중에서도 수학 사교육비가 55천억 원에 달할 정도다. 사교육비의 투여비중이 가장 높은 수학에 대해 여전히 그 중요성과 세상 살아가는 데에 필요함과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수학은 학문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의 구석구석에 뿌리내려 있다. 예금 이자를 계산하는 것, 요리하는 것, 피아노 연주를 하는 것이나 집을 짓고 정원을 꾸미고 토지를 가꾸는 것 등 거의 모든 생활 분야에 수학적 원리에 기반을 둔다. 앞으로 세계 경제를 주도할 4차 산업의 핵심인 빅데이터, 인공지능, 컴퓨팅 등의 분야도 각종 수학적 이론과 개념을 핵심으로 한 기술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매일매일 수학으로 돌아가는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음에도 우리는 그 사실을 깊이 자각하지 못하고 어떻게 수학이 일상에 활용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국가 주도 수학교육이 수학의 기초 학문적 가치나 무한한 활용성을 제대로 강조하여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어 수학을 현장에서 가르친 자로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 동안 한국 경제발전의 궁극적인 원인은 교육 때문이라고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그렇게 진단한다. 한국은 OECD 2016년 기준, 공교육 수학수업 시수는 중등학교 전체 수업시간의 11%가 수학 시간으로, OECD 평균인 12%보다 낮으며 이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OECD 2016, PISA 2015 Results]) 그러나 방과 후 수학 활동 참여 시수는 OECD 평균 주당 3.1시간, 우리나라 5.0시간으로 상대적으로 높다. 공교육에서 부족한 수학 수업 시수를 사교육에서 보충하고 있다는 뜻이다. 고등학교에서는 대학입시 때문에 정규 수업시간에도 EBS 문제풀이로 정규 교과목마저 파행 운영되고 있다.

수학포기학생(수포생)의 첫 시작은 초3년부터 비롯

작년 201911월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중학교 3학년 학생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11.8%, 고등학생 9.0%인 것으로 밝혔다.

이는 2008년 전국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수학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12.9%를 기록한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부에서는 올해 1'3차 수학교육 종합계획'을 마련하여 기초학력 미달률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해마다 수학 교과에서 기초학력 미달인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교육부의 대응책이 과연 실효성을 보일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구심이 든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2017~2018) 동안 학습부진 초·중학생 50명의 성장 과정을 추적한 결과 대부분 수학에서 어려움을 호소했고, 학습 부진 최초의 시점은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이 때 처음 분수와 도형을 접하면서 수학에 부정적인 감정을 갖는 학생이 많아지고 실제로 수포자’(수학을 포기하는 학생을 일컫는 말)가 초등학교 때 배우는 분수와 도형에서 판가름 남을 의미한다.

이것은 학교와 부모, 심지어는 학교 밖 사교육에서도 어느 시기에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함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이다. 타이밍을 놓쳐 정작 열심히 해야 할 중·고등학교 때가 되면 기초학력이 부족하여 수업을 따라갈 수 없고 결국 수포생’(수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되는 것이다.

그나마 초등학교 과정은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을 수 있다지만 중학교 이후부터는 흥미를 잃어버리면 수학수업시간에 온전히 졸거나 딴 짓을 하게 된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더욱 심각하다. 학교에서 배우는 지수·로그, 미적분, 삼각함수, 통계 같은 개념이 외계어(外界語)’ 같이 느껴진다고 말하는 학생이 상당하다. 이러한 현실의 진단에서도 미래 세대에게 수학적 사고와 능력을 갖추어야 할 교육의 방향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시대적 상황이다.

과거에서 미래까지 모든 발전은 수학에서 출발

선사시대부터 생활에 기초적 셈 사용을 해온 인류는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농산물에 대한 세금부과로 산술이 발전되었고 그 때부터 달력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이 후 농경과 건축을 위해 기하학을 사용하였고 방정식 해법에 대한 발전으로 상업과 금융업이 발달하였다. 미적분을 포함한 수학의 발달로 과학혁명과 우주의 시대가 도래 하였다.

20세기에 들어서서 컴퓨터의 등장으로 인한 우리 사회구조의 혁명적 변화가 시작되었고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드론, 3D 프린팅 등으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또한 미래의 성장 동력의 하나로 꼽히는 빅데이터에 대한 교육구상이 대단히 시급하다. 규모와 주기, 형식 등이 너무 크고 복잡해 저장, 분석이 난해한 데이터이지만 연결고리를 만들어 내면 현재상황이나 미래에 대한 결론을 예측할 수 있다.

빅데이터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승자의 전략, 승리의 핵심은 통계적 사고이다. ‘빅데이터를 지배하는 통계의 힘을 운용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국내 빅데이터 팀에서도 이미 서울시내 심야버스 노선개발, 조류독감 확산경로 예측을 해내고 공공 복지에 활용하고 있다.

두뇌 신경회로 연구에 대수 위상수학도입되어 신()피질 데이터를 분석하고 뇌 속의 신경세포(뉴런)들이 이루는 기하학적인 구조를 밝혀내고 있다. 이렇듯 인류발전의 핵심에는 수학이 있었고 앞으로의 미래사회도 수학이 주도할 것이라고 학자들은 예견하고 있다.

앞으로의 수학교육의 방향

4차 산업혁명은 전 세계적으로 소득수준을 향상시키고 삶의 질을 개선할 것이라 예측한다. 그렇지만 고용환경은 더 좁아지리란 전망이다. 미래 일자리 동향에 대해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불과 몇 년 이내에 총 710만개의 일자리가 소멸되고 200만개의 일자리 창출로 총 510만여개 일자리 감소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수학·컴퓨터 분야는 미래 증가 직업군의 3위로 4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리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 변화의 속도와 방향을 예측하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을 위한 교육 방향은 어찌해야 할까?

수학은 점점 더 중요해 지는 미래사회에 대비해 세계 각국은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노력을 하고 있다. 미국은 Project 2061을 세우고 전 국민의 수학과학기술적 소양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표준형 교육과정 제시, 수학과학 교과서 평가, 교사 연수 개발 등의 프로젝트가 연방정부 차원에서 범국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20182월 수학교육의 강화를 위해 21가지 조치를 발표하고 실행하고 있다.

해외 여러 나라는 수학과학 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심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해 가고 있으며 대학입시에도 그 비중을 높혀 나가고 있다.

한 아이도 수학으로부터 소외받지 않고 모두를 품는 공교육

교육부가 올해 1'3차 수학교육 종합계획'을 마련하여 기초학력 미달률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해 추진키로 한 것에 발맞추어 전남도교육청에서도 다양한 대책을 세우고 현장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 기본생각은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역량을 키우는 교육방식으로 흥미도를 높이는 방향일 것이다. 전남도교육청은 지능정보시대에 기초 소양인 수학적 사고력의 중시 및 수학교육 강화하는 세계적 추세에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재미있는 수학교육을 목표로 세우고 추진하고 있다. 이미 구상하고 추진하는 것을 포함하여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권역별(목포,나주,순천)수학교육체험센터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을 적극 지지하고 내실 있게 추진되기를 바란다.

둘째, 통계청과 협업하여 자료를 수집-분석-정리 등 통계적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중심의 실용 통계교육 실시를 초등학교 때부터 수준에 맞게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셋째,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미래를 주도하는 수학을 목표로 하는 수학책임교육의 일환으로 수학대안교과서를 마련하고 교사 대상 사전 활용연수를 실시하기를 바란다.

넷째, 미래 수학 교실의 발전 단계를 제시하고 수학 교실의 환경 요소, 교사 지원 체제, 학생 지원 체제, 수학 교구 및 공학적 도구에 대하여 현재의 실태와 미래의 필요성 측면을 고려하여 추진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대학입시를 바꾸는 것이 교육개혁의 시작이고 미래교육을 담보할 수 있다. 기성세대가 책무감을 갖고 미래 과학기술계를 이끌 이공계 진학 예정인 학생들을 위한 수학·과학 교육과정 및 대학 입시의 타당한 정책 제안을 하길 바란다.

미래인재는 읽고 쓰고 말하는 능력만큼이나 기본적인 통계적 사고법을 익혀야 한다. 이공계 진학하는 학생들의 수능 선택에 미적분학’,‘확률과 통계이 포함되고 문과계 학생들의 수능선택에 확률과 통계과목이 포함되는 것이 그 내용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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