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홍선기 목포대 교수] 도시와 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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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홍선기 목포대 교수] 도시와 질병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2.1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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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기 교수-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생태학)

[목포시민신문] 질병으로 인해 오래된 문명이 멸하고, 인구가 절멸된 사실을 알고 있다. 이미 많이 알려지고 있는 것은 14세기 유럽인구 3분의 1을 몰살시킨 페스트, 일명 흑사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질병의 근원은 중국 운남성으로 알려지고 있다. 1300년대초 중국에 가뭄과 기근 등 자연재해가 닥쳐와 몽골세력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몽고군이 운남성과 미얀마지역의 폭동지역을 진압하게 되었는데, 이때 지역 풍토병이었던 페스트가 하필 몽고 기마병 이동에 의해 전파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페스트에 의해 1333년에는 북경 인구 70%를 절멸시켰다. 몽고가 유럽을 정복하는 14세기에 페스트도 함께 유럽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러나 이미 페스트에 의해 약해진 몽고군은 유럽 입구인 이태리에서 철수하게 되지만, 이미 페스트는 유럽 전역에 전파되기 시작했다. 한편 15세기 중미의 아즈텍 문명을 쓰러뜨린 것도 스페인 정복자들이 아니라 천연두라는 전염병 때문이었다. 2,000만명에 달했던 중미 아즈텍인들은 이 질병으로 100년이 지난 1618년에는 160만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스페인은 쉽게 아즈텍을 멸망시켰다.

그러나, 인류사에서 질병에 의한 최대 사망자를 기록한 것은 1918년에 발생하여 2년간 전세계 2,500~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Spanish influenza)이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이 독감을 무오년독감(戊午年毒感)이라고 해서 740만명 감염, 14만명이 사망하였다. 1차 세계대전이 조기에 종전하게 된 원인이 이 독감 때문이라고도 한다. 최근까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었던 조류독감(Avian influenza)의 바이러스가 이 스페인 독감의 바이러스와 일치한다는 보고가 있다. 과거 10여년간 우리나라는 사스, 메르스, 조류독감 등 인체에 위험한 질병에 노출되었다. 사람에게는 감염이 없지만 최근까지도 아프리카돼지열병(Afirican Swine Fever) 전파 때문에 전국에서 멧돼지 살육과 사육돼지가 살처분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처럼 모든 질병은 사람 자체가 원인이라기보다는 동물에 기생한 바이러스가 다른 매개체를 통해 인체에 접촉, 확산되면서 발생된다. 질병 발생에는 동물과 관련된 인간의 생활방식, 식문화, 전파력 등 여러 가지 요인들에 좌우되며 특히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는 집단 발생도 일으킨다.

오래전에 사스에 의하여 충격을 받았지만, 이번 신형코로나바이러스 발생을 놓고 보면, 생활방식이나 식문화가 그 때와 크게 변한 것이 없는 중국이다. 개인적으로 한·중 국교수립 바로 전인 1992년 초에 중국 산악 경관생태 조사를 위하여 처음으로 중국 운남성 주변 지역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지금은 명품역사 도시로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찾는 곤명(昆明)시가 있는 아름다운 지역이지만, 당시 곤명시를 제외하고는 외국인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된 지역이 많았다. 재래시장에 가면, 가금류나 가축을 물론, , 곤충, 어류(담수어), 양서파충류 등 살아있는 모든 것이 식재료였다.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 시골 장터에 가도 비슷한 풍경이었고, , 굼벵이, 지네, 자라 등등 수많은 것이 공통적으로 있어서 일종의식문화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이러한 살아있는 야생 생물체의 포획과 처리, 또 다른 생물체와의 접촉, 인간의 식생활 문화 등과 뒤섞이면서 새로운 질병을 탄생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라 본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남과 다른 정력과 건강을 갖고 싶고, 더욱이 음식의 출중한 맛을 내기 위하여 비상의 재료를 찾아 온 민간 지식이 있다. 간혹 그 비상한 재료는 현대 의약품에서도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귀한 자원이 되기도 한다.

도시와 도시, 지역과 지역, 국가와 국가 사이의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질병의 확산 속도와 빈도 또한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번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형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결국 우한의 재래시장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선박과 비행기를 이용하여 타지역, 타국가에 입출국하여 활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초기 대응에 성공하여 확진자 증가를 막아내고 있지만, 발생지역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를 비롯하여 주변 지역 도시까지 확산되면서 우한 폐렴 누진 사망자 1,380명과 63851천명의 확진자가 확인되고 있다(중국국가위생건강위원회 2020214일 현재). 한편 일본의 경우, 요코하마항에 정박하고 있는 크루즈선 이외 지역에서 하루사이에 8명이 확진자가 추가되면서 크루즈선 확진자를 포함하여 모두 259명으로 급증, ‘대유행이 될 수 있는 초비상사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일본 의료전문가들의 의견이다(2020215일 요미우리신문). 특히 오키나와현에서부터 북해도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일본 전역에서 대규모 확산 가능성이 있어서 특별 경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류가 동물과 접촉하고 집단생활을 해 오면서 이질적인 환경에 적응하는 차원에서 질병과의 싸움은 계속되어 오고 있지만, 알렉산더대왕의 아시아 원정이나 징기스칸의 유럽 정벌의 역사, 천연두에 의한 아즈텍인의 절멸에서 보는 봐와 같이 과거 질병의 확산이 대규모 전쟁으로 인한 사람과 물자 이동을 통해 증가해 왔던 사례를 보면, 작금의 신형코로나바이러스의 발생이나 확산 또한 크게 다름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비행기를 통하여 빠른 시간에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력이 증폭되는 것이 과거와 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도시는 앞서 거론된 질병들의 원천이기도 하고, 또한 많은 인구가 집중되어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늘 위생과 보건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 이외에 조류독감이나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의 질병은 우리 일상생활이나 식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재래시장에서는 특히 생물의 관리가 철저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신형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통하여 모든 국민들이 스스로 위생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건강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 독감(Influenza)이라는 단어는 영향을 준다라는 영어‘influence’의 어원인 ‘influere'의 라틴어에서 왔다. 그 뜻은 내부로 흘러 들어간다(flow in)’이라는 뜻이다. 밖에 있는 나쁜 질병이 우리 국가, 지역사회, 가족에게 흘러 들어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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