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책방 이주의 추천 도서] 나와 당신을 돌보는 글쓰기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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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책방 이주의 추천 도서] 나와 당신을 돌보는 글쓰기 수업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3.0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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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홍승은 지음/ 어크로스/ 2020년 1월 30일 발행)

[목포시민신문] 글을 쓰고 싶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잘 살고, 돈을 잘 벌고, 건강을 잘 지키고, 연애를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 만큼이나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전문가의 특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글쓰기가 이제는 삶의 필요충분조건처럼 인식되어, 스스로 의무감마저 느끼는 사람들도 자주 눈에 띈다. 인터넷의 등장 이후, 어쩌면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더 많아졌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문득 든다. 쓰기의 시대가 도래한 것일까.

글쓰기는 어렵다, 고들 흔히 말한다. 고통스럽다고도 한다. 재능을 타고 나야 쓸 수 있다고도 한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런 푸념들은 세상 그 어떤 일에 적용시켜도 다 해당하는 내용일 것이다. 결국 글쓰기 역시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런 의미에서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는 글쓰기의 비법이나 기술을 가르쳐주는 대신에, 그저 깨어있는 삶의 방식으로서의 글쓰기를 말하고 있어 반가웠다.

체육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우리는 꾸준히 운동한 경험을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 서로에게 운동을 가르쳐줄 수 있고, 함께 운동하며 운동 자세를 봐주기도 하고, 운동 방법을 조언해 줄 수도 있다. 운동을 하며 얻은 육체의 건강 뿐만 아니라, 규칙적인 생활이라든지, 정신의 건강, 마음 치유, 성숙해진 삶의 태도 등의 변화를 겪으며 운동 전도사가 될 수도 있다. 사람만 만나면 당신이 운동을 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권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요리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라면 요리를 권할 것이고, 여행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라면 여행을 권할 것이다. 운동이라면 값비싼 장비와 운동복보다는 꾸준한 끈기가, 요리라면 귀한 식자재보다 정성스런 마음가짐이, 여행이라면 유명 관광지를 구경하느냐보다 무엇을 느끼느냐가 더 중요할 것이다. 결국 태도가 모든 것을 압도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명문장을 탄생시키는 기술보다, 어떤 글을, 왜 쓰고 있으며, 어떤 태도로 써야 하는지를 마련하는 게 훨씬 어렵지만 의미있다.

이 책의 소개를 목차별로 낱낱이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글을 잘 쓰는 법, 소재 찾는법, 문장 다듬는 방법, 비유 잘 하는 요령 등 전문가의 기술을 찾는 사람에게 이 책은 적합하지 않다. 왜 글을 쓰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사람, 내가 쓰는 글이 나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알고 싶은 사람,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깊숙히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밑줄 긋고 싶은 부분이 많은 책이 될 것이다.

동네산책 책방지기/윤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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