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김인숙 칼럼니스트] 버리는 자, 살리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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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김인숙 칼럼니스트] 버리는 자, 살리는 자.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3.2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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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거기 유기묘카페죠? 저희가 이번에 이사를 가게 됐는데요. 이사 갈 곳이 고양이를 키울 수가 없는 곳이에요. 저희가 3년 키우던 고양이가 있는데, 거기서 좀 맡아주실 수 있으신가 해서 전화를 해봤습니다.

한동안 정적이 흐른다. 상대방은 내가 혹시 전화를 끊었는지 불안해 다급하게 말을 건다. 네 듣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양이를 버리고 가신다는 말씀인가요? 버린다는 말에 정곡을 찔렀는지 발끈해서는 버리는 것이 아니라 변명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게 버리는 거예요. 그게 전부다. 3년 키우던 고양이가 있는데 고양이를 키울 수 없는 곳으로 이사를 가신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이렇게 고양이를 받지 않습니다. 정 사정이 힘드시면 개인적으로 재입양을 추진하셔야지요. 이곳은 고양이를 버리는 곳이 아닙니다. 그 후에도 한참을 자신들의 사정만 이야기하다 고양이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자 고양이도 받아주지 않으면서 가르치려 든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리고 말았다.

이런 전화는 한 달에 한두 건씩 꾸준하게 걸려온다. 지겹게도 이 수치는 줄어들지를 않는다. 수치를 모르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며칠씩 마음이 무겁고 그들의 고양이가 진짜 버려지진 않았을까 하는 불안이 생긴다. 정말 버리고 가진 않았겠지? 조금 더 다정하게 설득했어야 하는 걸까.

어김없이 유기묘들은 늘어나고 있고, 이것은 분명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늘 그렇지만, 구조되어 유기묘입양카페로 들어오는 아이들의 사연은 하나같이 눈물겹고 처절하다.

어느 구조자는 일주일째 그 자리에 있는 고양이를 보았다. 며칠째 비가 내리고 있었고, 날씨도 제법 차가워 늘 그 길을 지나는 사람으로서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박스 안에 늘 웅크리고 앉아있던 고양이는 누군가 챙긴 흔적이 있었지만, 밥도 그대로이고 움직이지도 않아 결국 주변에 이 고양이를 아는 이가 있는지 찾기 시작했다.

물어물어 고양이가 온 행적을 찾아보니, 누군가 박스 채 학교 근처에 버렸고, 어떤 학생이 고양이를 들고 집으로 들어갔으나 엄마가 다시 내다놓으라고 해서 고양이는 그 자리에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비쩍 말라 등에는 뼈가 그대로 드러났고, 한눈에 봐도 건강해 보이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고도 받지 않을 수는 없었다. 대신 중성화와 접종비는 책임져 달라고 했다. 그렇게 받은 고양이가 아라곤이었다.

아라곤은 카페에 와 며칠은 미친 듯이 먹고 토하기를 반복하면서 설사를 줄줄 해댔다. 토한 내용물 중 과자 껍질, 나무뿌리 같은 것도 섞여 나와 더욱 안쓰러웠다. 문제는 그렇게 먹는데도 이상하게 살이 찌지 않고, 점점 움직임도 적어졌다. 느낌이 무서웠고 검사 결과는 참담했다. 정상적인 장기가 하나도 없었다. 간부터 신장을 비롯해 혈소판 수치까지 전부 정상 범위를 한참 벗어나 있었다.

아라곤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니 약값만 500만 원이 들었다. 구조자에게 당연히 상의했으나, 구조자는 그 금액을 책임질 수가 없다고 했다. 결국 우리가 결정해야 했다. 어마어마한 치료비 때문에 고민하는 일분일초마다 아라곤의 상태는 급속도로 나빠졌다. 더는 미룰 수가 없었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치료를 하자고 결정을 냈고, 약을 구하고 치료를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을 하자 기적처럼 많은 분이 도움을 주었고, 아라곤도 너무 다행히 차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도 치료 중이지만, 정말 거짓말처럼 좋아지고 있다. 아라곤이 왜 길에 그렇게 버려졌는지 알 수는 없다. 아마 아픈 것을 알고 내다 버렸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미친 듯이 버리고, 또 한쪽에서는 그런 아이들을 최선을 다해 구조해서 살려낸다. 우리가 살리고 있는 동안에도, 어떤 아이들은 버려져 죽어가고 있을 것이다.

이제는 인식해야 하지 않을까? 알면서, 모두 알고 있으면서 외면하는 것을. 당연하게도 평생 책임질 수 없다면 아무것도 키우지 말아야 한다. 생명이 있는 그 어떤 것도 함부로 자신들의 욕심 때문에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오늘도 말한다. 제발 버리지 마세요.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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