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홍선기 목포대 교수] 질병과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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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홍선기 목포대 교수] 질병과 섬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4.01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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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선 기(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목포시민신문] 섬의 특성 중 하나는 바다로 둘러싸인 고립성이다. 고립의 특성으로 인하여 도서성(insularity)라는 용어도 탄생하였다. 이 용어는 “insular’라는 단어의 명사인데, 편협한, 고립한, 점재하는 등의 뜻이 함유되어 있다. 아마도 대륙인들은 섬이 바다에 둘러싸여 좁고 한정적으로 보였기 때문에 그러한 발상을 오랫동안 가졌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역사적으로 섬과 섬 주민을 대하는 인식은 육지에 비하여 낮게 평가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육지 중심적인 섬 인식은 최근까지도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려서부터 어른들로부터 물가에 가지마라라는 말씀을 듣고 했다. 결국 물가는 무섭고, 위험한 곳이라는 인식이 우리 머릿속에 잠재하게끔 되었다. 그러한 결과는 국내외 역사적 사건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반정부 인사들의 유배지, 중범죄자들의 수용소, 그리고 역병 환자들의 격리 수용소 등으로 섬을 사용한 사례가 많다. 세계 각지의 아름다운 섬이 많지만, 아름다움 이면에는 슬픈 역사가 자리 잡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COVID-19)가 전 세계로 확산되어 세계질병대전이라고 할 펜데믹(pendemic) 상태에 있다. 발생 초기에 각국에서는 중국 우한에 거주하는 자국민들이나 환자들을 이송하여 격리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그 가운데 호주 섬을 이용한 격리 조치는 매우 의외의 사례라 우리나라 매스컴에도 많이 알려졌다. , 크리스마스섬에 호주민들을 격리한 것이다. 인도양에 위치한 호주령의 관광섬으로 본토에서 2,600km 떨어져 있으며 2001년부터 호주 정부가 이민자 및 난민을 위한 수용소를 세워서 운영했던 섬이다. 우한에 거주하는 600여명의 호주민들과 50여명의 뉴질랜드인 모두 이 섬에서 격리되었다고 한다.

이태리를 대표하는 섬으로 시실리섬 다음으로 큰 섬인 사르데냐(Isola di Sardegna)가 있다. 로마시대에 점령한 아프리카를 관리하기 위한 거점으로 이용된 사르데냐섬은 르네상스시대에는 지중해 경제를 견인한 중요한 섬이었다. 그러다 보니 물적, 인적 교류가 활발하면서 다양한 사회문제도 많이 발생하게 되었다. 사르데냐에는 부속섬으로 아시나라섬(Isola Asinara)이 있다. 섬 면적이 51로 섬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1990년대까지 천여명이 살면서 어업활동을 했으나 인구가 줄면서 현재는 생태관광으로 활발하게 지역 활성화를 하고 있는 섬이다. 필자도 직접 가 본 섬이기도 하지만, 뛰어난 경관과 자연생태는 국립공원으로서의 가치 뿐 아니라 관광으로서 중요한 자원이 되고 있다. 그러나 근대사에서 이 아시나라섬은 무척 악명이 높은 섬이었다. 1차대전에는죽음의 섬(Isola del Diavolo, Devil's Island)’이라고 할 만큼 형무소, 유형지나 질병격리소로 이용되었고, 1960~1970년대에는 척결된 마피아들의 교도소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특히 습지가 많은 사르데냐섬은 모기가 많아서 늘 말라리아가 번창하여 일종의 고질적 풍토병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그 결과 말라리아에서 생존한 유전자를 가진 섬 주민들에게는 다발성경화증 같은 자가면역질환자가 이태리 다른 섬에 비하여 높게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섬 중에 소록도가 있다. 고흥반도 끝에 위치한 소록도는 경치도 아름답고 특히 소나무가 절경이다. 이런 소록도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설치령에 의하여 소록도자혜의원으로 선정, 한센병 환자들을 격리 수용하는 장소로 이용하게 된다. 당시 원주민들의 강력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섬 면적의 24%30만평의 토지와 재산을 몰수, 1916224일 조선총독부령 제7호가 발표되어 한센병 전문특수 병원이 소록도자혜병원이 설치된 것이다. 초기에는 일본인 원장과 환자 사이에 문제가 없었으나 4대째 원장 스오 마사스에(周防正季)가 지나친 노동 착취로 인하여 갈등이 깊어지게 되어 결국 살해당하는 일까지 발생한다. 여러 가지 아픈 역사를 뒤로 하고, 소록도는 아름다운 해변과 해송이 남아 있어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편안한 안식을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대부분의 국가들이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특히 몰디브, 키리바시, 태평양의 도서국가들은 중국에서 신형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한 후, 일찌감치 자국 섬의 입국을 금지하는 강력한 조치를 발표하였다. 질병의 전파는 매체에 따라서 다르지만, 이번 바이러스의 경우에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공중으로 배출되는 비말(飛沫)감염으로 확산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는 관광지나 백화점의 경우는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 섬 지역은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한 곳이다. 연륙연도가 증가하면서 외래종들이 유입, 자생식물 서식처를 위협하고 있다. 질병도 마찬가지로 사람을 매체로 하여 섬으로 이동한다. 대한민국의 유일한 청정지역인 섬, 부디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도 승리하여 남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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