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문애준(사)전남여성장애인연대대표] 디지털 성범죄와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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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문애준(사)전남여성장애인연대대표] 디지털 성범죄와 장애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5.0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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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문애준대표 (사)전남여성장애인연대

우리 사회는 다이나믹 코리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하루에도 수십번씩 새로운 일이 발생하고 사라지는데 그 많은 사건 중에서도 최근 대한민국을 놀라게 한 텔레그램 n번방·박사방 등의 사태는 충격을 넘어서 분노스럽기까지 하였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은 우리 사회의 여성·아동혐오, 성차별적 인식을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였다. 소라넷, 불법촬영, 다크웹, 그리고 이번 텔레그램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성범죄는 법망을 피해 진화하고 있다. 텔레그램의 강력한 보안 정책은 러시아 정부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되었지만 성착취의 강력한 도구가 되어 버렸다. 조주빈과 공범인 강훈등은 자신들을 박사, 부따로 호칭하며 허황한 자신감과 가학성으로 지배하는 남성을 각인시켰다. 텔레그램 성착취 네트워크는 방을 관리하기 위해 서열을 만들고, 규칙을 정하고, 심사를 거쳐 참가자를 선정하는 등 조직범죄의 면모를 갖춘 것이다.

지금까지 성범죄 관련 처벌수위는 소라넷의 경우 1명만 처벌을 받았을 정도로 약해서 n번방 관련하여 국민들의 공분은 매우 커 국민청원을 비롯한 거센 여론이 형성되자, 정부부처에서는 423일 디지털성범죄 근절을 위한 종합 대책으로 여성·아동·청소년 성범죄 피해에 대해 처벌은 무겁게, 피해자 보호는 철저하게, 예방은 확실하게 한다는 대책을 발표하였다.

그동안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성폭력 사건들이 사회적 인식도 낮고,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현장에서 피해자 지원에서의 고충이 많았는데 실질적인 대책이 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유형으로 온라인상에서의 그루밍을 포함한 성적 영상 유포 협박·촬영을 강요하는 범죄를 근절강화하겠다고 하였는데, 제가 활동하는 현장에서 만나는 여성장애인 피해자들은 친밀한 관계에 의한 취약성으로 인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전남여성장애인연대는 여성장애인들의 권익보호와 삶의 질 향상 그리고 역량강화를 통한 사회참여를 목적으로 활동하는 단체이다. 부설기관으로 장애인성폭력상담소와 장애인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을 운영하고 있는데 신체적 장애 보다 정신적 장애 피해 유형이 80% 이상을 차지고 하고 있다. 피해 특성을 보더라도 피해자의 환경을 잘 아는 동네사람에 의한 성폭력 피해도 높지만 최근에는 SNS 등 디지털을 매개로 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도 높아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것은 즉, 사회적 자원의 부족과 고립, 대인관계에서 배제의 경험으로 친밀한 관계 형성이 주로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가해자들의 유인이나 회유에 쉽게 노출되는 경향이 있다. 가해자들은 이러한 취약성을 이용하여 장애인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만남을 매개로 강간·강제추행 사건이 발생되므로 실질적인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도 안되고 있으며, 강간·강제추행 피해를 입증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지 못하고, 여성을 성적 대상이자 놀이 도구로만 취급하는 세태, 피의자도 피해자도 청소년이라는 사실, 그리고 26만여명의 남성이 n번방 회원이라는 현실이 암울하게 느껴진다. 누구도 어디에서도 안심하며 살 수 없는 이 땅의 여성들이 모두 미투들임을 통감하면서, 미투운동과 함께 하는 전남시민행동의 연대단체인 전남여성장애인연대는 피해여성들의 불안과 고통에 동참한다. 또한, 파괴된 자기 삶의 피해조차 마음껏 드러내지도 못하는 이 사회의 현실에 함께 분노하며 이번 정부 대책이 실효성 있게 추진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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