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김인숙 칼럼니스트] 고양이 목숨이9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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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김인숙 칼럼니스트] 고양이 목숨이9개?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5.0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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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갑자기 달궈진 아스팔트 위로 소낙비가 내렸다. 이 비가 어제 고성에 내려줬으면 좋았을텐데. 그래도 고성에서는 산불이 12시간 만에 진화가 되었고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일까? 지인과 산불에 대한 걱정을 나누다 그 산불 속에서 말 못할 동물들은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걱정이 튀어나왔다. 그 중 다른 동물들은 잘못됐을지 몰라도 고양이는 다 살았을거라는 말을 누군가 했다. 정말 그러길 바라지만, 이유를 물으니 고양이는 목숨이 아홉 개라면서?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우리가 고양이를 떠오르면 흔히 하는 속담 중 자주 듣는 소리이다. 어지간해서는 잘 죽지 않는다는 소리인데, 왜 이런 소리가 나오게 되었을까? 투명 와이어가 달린 것은 아닐까 의심되는 점프력과 그저 인간의 눈으로는 믿기 힘들 정도의 유연함, 유사시에는 눈으로 따라잡기 힘든 빠른 스피드를 갖고 있는 대상이기 때문이었을까? 이런 뛰어난 신체적 조건들 때문에 사고가 나도 잘 다치지 않는다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사실 1미터 정도의 높이는 가벼이 뛰어오르고, 높고 좁은 길도 잘 걸어다니며, 높은 곳에서 거꾸로 떨어져도 공중에서 재빨리 몸을 돌려 안정감 있게 네 다리로 착지도 곧잘 하는 고양이를 보면 그런 환상을 품을 만도 하다.

지금은 발군의 신체능력이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었지만, 옛날에는 그저 경이로울 따름이었을 것이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큰 부상이나 사망을 면치 못했을 상황에서도 고양이가 온전한 것을 보며 고양이는 불사신이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렇기 때문에 고양이는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는, 목숨이 여러 개인 동물이다라는 말이 나왔으리라 생각된다. 거기다 고양이는 번식력도 강하고 생명력도 강한 편이니 말이다.

일례로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죽은 줄 알고 땅에 묻은 고양이가 5일 만에 스스로 무덤을 파고 나와 화제가 되기도 한 적이 있었다. 이를 소개한 신문의 제목은 좀비 고양이의 부활이었다고 하니, 고양이의 끈질긴 생명력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놀래켰는지 짐작이 된다. 생각해보면 화재로 인해 내려앉은 건물에서 고양이가 살아나왔다는 이야기는 비교적 흔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런 것들로 인해 고양이의 목숨은 아홉 개라는 설이 나온 것으로 본다.

또 중세 유럽에서는 고양이를 마녀의 정령쯤으로 간주하기도 했단다. 사람을 잘 따르지 않는 자유로운 성격과, 어두운 밤에도 빛나는 두 눈동자를 섬뜩한 마녀와 연결시켰을 것이다. 마녀는 죽지 않는다고 믿었던 그 시대의 사람들은 정령인 고양이도 당연히 불사신일 것으로 여겼으리라. 그들의 시선에서 고양이의 목숨이 엄청나게 질기게 보였을 것이다.

웃긴 농담처럼 하는 말이지만,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고양이의 목숨이 아홉 개라는 것이 사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번 즈음은 했을 것이다. 실제 고양이는 사실 너무 나약하고 예민해서 스트레스에도 취약하며 그로 인해 아프기도 하다. 집에서 사는 고양이의 평균수명은 15년으로, 그들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보다 빠르게 흐른다. 언젠가 자연스럽게 이별을 해야 하는 것을 생각할 때면 정말 고양이의 목숨이 아홉 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사랑하는 고양이가 나와 함께 늙어가, 비슷한 시기에 마무리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간의 욕심일까? 어쩌면 고양이 목숨이 아홉개라는 말은 지금의 우리처럼 집사들의 소망 섞인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도 믿어보기로 한다. 고양이 목숨은 아홈개. 아니, 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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