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이 주의 책]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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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이 주의 책] 트라우마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5.2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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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주디스 허먼 / 역자 최현정
열린책들
2012. 12. 01
원제 Trauma and recovery : Aftermath of violence

[목포시민신문]

올바른 분노. 생존자는 가해자에게 똑같이 갚아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안전한 환경에서 분노를 풀어낼 수 있다면 무력했던 분노는 점차 가장 강력하고 만족스러운 형태의 분노로 변화할 것이다p.315

한국사회에서의 4월을 지나 5, 그리고 6월에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은 국가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 질문을 던졌다. 범죄에 책임이 있는 모든 공범자들은 아직 처벌의 책임을 오롯이 받지 않았으며 생존자와 피해당사자들은 그 사실을 안은 채로 여전히 슬픔 속에 살아간다.

이 책은 3가지 입장에서 쓰여졌다. 첫 번째 여성주의적 입장, 두 번째 이미 확립된 진단 개념에 대한 도전, 세 번째 그리 달갑지 않은 끔찍한 이야기들. 이러한 입장들을 염두에 두고 책을 읽으면 허먼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들을 따라가기가 수월할 것이다.

허먼은 폭력의 구조는 어디에서나 동일하며, 이러한 폭력을 종결짓기 위해서는 인권 운동처럼 정치적이고 공적인 행위의 개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로 상대적 강자인 남성이 여성보다, 어른이 아이보다, 국가가 군인보다 우월한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는 인간이 폭력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 그리고 인간은 얼마나 사악할 수 있는지를 고통스럽게 보여준다.

주디스 허먼은 서론에서 "끔찍한 사건을 기억하고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회 질서의 회복과 개별 피해자의 치유를 위한 필수 조건" (p16)이라고 하며 그녀의 책의 운을 뗀다. 대게 외상, 즉 목숨에 위협을 느끼는 정도의 사건을 경험한 이들은 파편들처럼 조각난 기억들을 갖게 된다. 그 파편들을 다시 맞춰 사실로 복구하는 과정이 있어야만 그들이 과거를 놓아줄 수 있는 단계까지 가게 되는데 대부분은 표현되지 못한 외상이 증상으로 남게 된다. 허먼은 사실과 마주하고 그 사실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결국 진실은 끝내 밝혀질 것이고 생존자는 그토록 소중한 일상적 삶 속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트라우마>는 과거에도, 지금 이 순간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삶의 힘과 희망이 될 연대와 연결의 의지를 긍정하고 회복의 힘에 대해 증언한다. 인간 내면에 숨겨진 악을 대면해야 했던 사람들 속에서, 인간 속의 선한 내면을 믿고 인간 사이의 연결 가능성에 대한 굳은 신념을 바탕으로.

회복은 관계를 밑바탕으로 할 때 이루어질 수 있으며, 고립 속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 새로이 연결된 가운데, 생존자는 외상 경험으로 인해 손상되고 변형되었던 심리적 기능, 즉 신뢰, 자율성, 주도성, 능력, 정체성, 친밀감 등의 기본 역량을 되살려 낸다.p.374

고호의책방 이효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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