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문학상-노성애] 황석어 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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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문학상-노성애] 황석어 ⑥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5.2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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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남도 작가상

군인들이 몽둥이를 들고 뒤쫓고 있었다.

[목포시민신문]

경숙의 눈에 비친 목포라는 도시는 신기루도 동화나라도 아니었다. 영아언니가 이야기해주었던 것처럼 사람들이 우글거리고, 뒷산만 한 여객선들이 뱃고동을 우렁우렁 울리며 항구로 들어왔다 나가곤 했다. 어머니는 그런 풍경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경숙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채며 시외버스에 바삐 올라탔다.

경숙은 치솟는 차멀미를 가까스로 참아내느라, 시간이 일 년이나 흐른 듯싶었다. 광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소금에 흠뻑 절인 배추가 되고 말았다. 집을 떠나올 때는 목포보다 훨씬 크다는 광주가 어떻게 생겼는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그런데 그 궁금증은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 ! !”

경숙의 귀청을 발기발기 찢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를 껴안고 생쥐처럼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의 상황을 재빨리 살폈다. 대학생처럼 보이는 오빠들이 뭐라고 외치다가 도망치고, 얼굴에 철망을 쓴 얼룩무늬 군인들이 몽둥이를 들고 뒤쫓고 있었다. 도로 위에는 돌멩이와 깨진 유리병이 제멋대로 널려 있었다. 경숙은 난생 처음 맡아보는 알싸한 냄새 때문에 콧물 눈물이 절로 흘러나와서 더 이상 살펴보기 힘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구역질이 치솟더니 급기야 토악질을 했다.

오메, 저게 웬 난리여잉!”

경숙을 와락 끌어안은 어머니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잠시였을 뿐이다. 어머니가 경숙의 손목을 잡아끌며 시외버스터미널을 잽싸게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돌발 상황이 덮쳤음에도, 오빠들에게 주려고 가져왔던 보퉁이는 악착 같이 움켜지고 있었다. 어머니의 어디에 그런 힘이 숨어있었을까.

얼마나 달렸고, 어떤 길을 통해 어디까지 왔는지 도대체 알기 힘들었다. 그런 것을 따져볼 겨를조차 없었다. 광주가 어떻게 생긴 도시인지 구경할 여유도 전혀 없었다. 오로지, 어머니 손에 질질 끌려오다시피 했다. 어느 허름한 대문 앞에 도착하자, 어머니는 가쁜 숨을 가까스로 부려놓았다.

경철아! 경민아!”

어머니는 굳게 닫친 대문 안쪽을 향해 목을 길게 늘어트리고 오빠들을 불렀다. 평소에 나긋나긋하던 어머니 목소리와 완전히 달랐다. 갈기갈기 찢어진 목소리는 미친 여자가 발광하며 악을 마구 질러대는 것과 흡사했다. 게다가 나무 대문이 부서져라 두드리기까지 했다. 경숙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어깨를 한껏 움츠렸다.

목포로 가는 고속도로는 여느 때에 비해 한가하다. 경숙은 황석어 떼에 에워싸인 환영에서 간신히 벗어난 뒤, 차창 밖을 우두망찰 바라보고만 있다. 남편이 뭐라고 말을 건 듯싶은데 대꾸는커녕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차창 밖의 봄 풍경에 취한 게 아니다. 황석어 떼에게 에워싸인 후유증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이다. 경숙의 남편이 승용차의 음악을 조심스럽게 끄집어낸다. 대화 없이 한동안 운전하는 것이 심심했던지, 아니면 경숙의 마음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호에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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