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코로나19가 알게 해 준 일상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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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코로나19가 알게 해 준 일상의 교훈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6.0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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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쓸쓸했던 아파트에 층간소음이 컸다. 적막한 저녁시간에 뉴스 앵커의 목소리가 컸다. 외지에서 대학을 다니던 큰 딸이 코로나19 감염을 피해 집으로 스며들었다. 연이어 대학 새내기 둘째 딸도 집에 둥지를 틀었다. 비었던 집에 매일같이 딸들의 앙앙거리는 소리가 시끌벅적했다.

매일 출퇴근을 반복했던 일상에 딸들의 등장은 번잡하고 시끄러움의 연속이었다. 여기에 집사람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면서, 직장이 쉬면서 세 여자는 날마다 집안에서 음식이며 허드렛일로 분주했다. 덩달아 필자의 휴대폰도 집에서 걸려오는 전화로 시끄러웠다.

늘 바쁘게 움직이고, 쉴 틈 없이 달려왔다. 갑작스러운 급제동에 어리둥절해하며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차츰 안정을 찾아갔다. 처음엔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낯설고 불안했다. 외부 생활을 하는 평소에 아무 일정도 없었던 적이 없었고 집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없었기 때문이다. 몇 주의 시간이 흐르면서 또 다른 시간들이 주어지기 시작했다. 평소엔 얼굴을 마주하기도 힘든 가족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산책도 하며, 딸이 좋아하는 드라마도 함께 시청하고,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사실 우리가 무언가에 끝없이 매진하는 이유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함이다. 그 경쟁에서 이미 익숙해져 ''이란 것을 잊고 마침표 없는 일상을 살아왔는지 모른다. 그렇게 끝없이 목표를 향해 달리면 정말 만족하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까. 본인이 가진 일의 발전과 결과를 중시하는 요즘 사회에서 불안이라는 감정은 우리와 너무나도 친숙한 감정이다. 우리는 그 행복을 위해 경쟁을 감수하고, 불안을 받아들이며, 결과를 내기 위해 밤낮으로 무던히 노력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바쁜 삶을 살아가는 우리 앞에 들이닥친 코로나19는 불편하고 위험한 불청객이다. 뭐든지 빠르게 해내는 삶의 속도에 적응된 우리에게 모든 일상의 정지를 요구했고,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치명타였다. 하지만 다른 측면으로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뜻하지 않은 교훈을 주고 있다.

바쁘게만 살던 우리에게 절제의 가치를 알려주고, 그 절제의 필요성과 그로 인해 가지게 되는 행복을 맛보게 해주었다.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이들에게 감사할 여유가 생겼고,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며, 나만 생각하던 마음이 주변에게 나눠지기도 한다. 어쩌면 모든 사회가 잠시 멈춘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너무 바쁘게만 움직이던 우리가 진정 쫓아가던 목표는 무엇이었는지 고민할 시간이 아닐까?

사회가 바라는 기준, 남들의 시선에 맞추기 위한 기준에서 벗어나 한걸음 뒤에서 바라보면, 지금 가진 것들과 내가 누려온 것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된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절제되니 지구가 깨끗하다는 뉴스를 다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제서야 우린 지구를 한번 생각해 보게 되듯이 말이다. 우리의 행복은 바로 거기서부터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 심리학자는 "행복은 인생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는데 달렸다"고 말한다. 그 불편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볼 겨를도 없이 지내온 우리에게 지금 주어진 시간은 참으로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다.

하지만, 우리가 꼭 기억해야할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바쁘게 살아오던 삶을 더 바쁘게 살아내고 있는 의료진, 모든 게 정지되며 타격을 맞은 많은 사람들이다. 우리 모두가 다시 일상을 되찾고, 여유를 가지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맞이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일상을 찾았을 때, 지금의 또 다른 교훈도 함께 공존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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