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이주의 책] 기묘한 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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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이주의 책] 기묘한 생물학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6.02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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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 가 : 한 혜 연
● 출 판 사 : 거북이북스
● 발 행 일 : 2010. 11. 30

[목포시민신문]

공포영화는 호불호가 나뉘는 장르라 대중적이지 않다. 만화에서도 추리와 공포물은 소수의 마니아층으로 이루어진다. 순정만화 작가라는 타이틀을 지닌 여성작가가 그려내는 공포물은 더욱 드물다. 미스터리한 일상에서 추리와 공포를 잘 뽑아내는 작가 한혜연은 초창기 만화부터 섬뜩한 상상을 꾸준히 발휘해 온 내공 있는 작가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어쩌다 택한 전공이 생물학일 뿐이라지만 생태학과 유전학에 관심이 많은 작가는 전공과 무관하지 않게 생물학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꾸준히 그려왔다. 7년간 7가지의 에피소드를 한 데 모은 단편집이 바로 기묘한 생물학이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아버지에서 아들로 100% 유전되는 한성유전을 소재로 명절 날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으로 시작한다. 두 번째 이야기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되풀이한다란 다소 모호해 보이는 문장은 지금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연관시켜 본다면 의미 있게 읽힐 수 있다. 개체의 죽음이 계통의 죽음으로 이어지고 다른 계통의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세 번째는 연쇄살인을 소재로 한 먹이연쇄’. 우리가 먹는 음식과 연쇄살인의 관계를 기발하게 풀어낸다. ‘You are what you eat.’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을 나타낸다는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짚어보게 만든다. 그리고 2000년에 한강에서 실제 벌어진 사건을 모티브로 한 네 번째 이야기 동기감응과 서울과 강릉에서 일어난 동반자살 사건을 다룬 다섯 번째 이야기 오페론의 유전자’. 기생충과 숙주를 소재로 한 흥미로운 여섯 번째 이야기 완전변태’,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비의 모방을 바탕으로 한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 ‘Butterflies’까지.

현실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과 있을 법한 이야기에 생물학적 지식을 적용한 스토리는 상상력의 지적 세계를 넓히고 더 나아가 일상의 자기검열을 일으키게 되어 그리 편안하게 읽히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담담하고 정적이며 섬세한 성격의 여성 주인공이 그려내는 공포는 참으로 아이러니하고 기묘한 매력이 있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현실, 상상이라 믿었던 안전한(!) 만화적 환상에서조차 빤히 엿보이는 현실에서 작가는 환상과 현실의 경계는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산책서점 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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