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문학상-노성애] 황석어 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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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문학상-노성애] 황석어 ⑧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6.1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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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남도 작가상
광주 시내는 난리법석이 벌어졌는데

[목포시민신문]

그날, 어머니 손에 이끌려 찾아간 곳은 오빠들의 자취집이었다. 안쪽에서 인기척이 곧장 느껴지지 않자, 어머니는 대문을 부수든지 담장이라도 넘어갈 기세였다.

뉘신게라?”

빗장 따는 소리와 함께 젊은 아낙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라, , 경민이 에미. 내 아그덜 집에 잘 있지라?”

어머니가 대문을 발로 차듯 밀치고 들어가며 오빠들부터 챙겼다. 젊은 아낙네가 어머니를 금세 알아보고 얼굴을 활짝 폈다. 오빠들이 도서관에 갔다고 했다.

거그가 어디에 있다요?”

학생회관에 간다고 혔은께, 시내에 있것지라,”

뭐시라! 시내라고라!”

어머니가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이내 제정신으로 돌아오는가 싶더니 시내를 향해 달려가려고 했다. 아마, 주인집 아낙네가 붙잡지 않았더라면 달려갔을지도 모른다. 아낙네는, 어머니가 시내 지리도 밝지 않을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올 시각이 거의 되었는데 서로 비켜 지나게 되면 낭패라는 말에, 어머니의 성급한 자세가 간신히 누그러졌다. 하지만 어머니는 주인집 툇마루에 걸터앉아 기다리지 않고 대문 밖에서 바장였다.

경숙은 주인집에서 켜놓은 텔레비전에 눈길을 빼앗겼다. 광주시내는 난리법석이 벌어졌는데, 인기 탤런트와 가수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흥미진진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 중에서 조용필이라는 가수가 나와 한창 인기 절정을 치닫고 있는 창밖의 여자를 부를 때, 경속은 두 손을 모아 쥐며 열광했다. 그가 부른 노래는 라디오 인기 연속극의 주제곡이기도 해서 못 따라 부르면 간첩이라는 소리가 나돌 정도였다. 경숙은 조용필 가수의 노래를 입술만으로 따라 부르며, 차멀미나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보았던 흉악한 광경 등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말았다.

우리 예쁜 경숙이가 왔구나. 광주는 처음이지?”

재빨리 뒤돌아보았다. 오빠들과 어머니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특히 어머니는 언제 안달했냐는 듯 입이 귀에 걸려 있었다. 그리고 가져온 보퉁이를 풀고 열무와 상추를 듬뿍 집어서 주인집 아낙네에게 주었다.

오빠들의 자취방은 어머니와 경숙이까지 들어가자 비좁아서 답답할 지경이었다. 그런데다가 가져온 보따리에서 먹을거리를 꺼내어 늘어놓기 시작하자 송곳 하나 꽂을 틈이 없었다. 게다가 오빠들 옷에서 그 알싸한 냄새가 묻어 있어서 다시금 토악질을 할 뻔했다.

오빠들의 자취방에는 텃밭을 종횡무진하며 열무 이파리를 쪼아 먹던 토종 암탉 백숙, 맛깔스러운 열무김치, 호박잎으로 싼 갈치가 놓였다. 큰오빠가 좋아하는 반 건조된 황석어도 빠질 리가 절대로 없었다. 어머니가 부엌으로 부랴부랴 나가더니 저녁밥을 차렸다. 경숙은 그 밥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훤히 짐작하고 있었다.

다음호에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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