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문학상-노성애] 황석어 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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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문학상-노성애] 황석어 ⑩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6.2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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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한 음식 냄새가 낑낑거리며 다가와서 먼저 반긴다.

[목포시민신문]

대문 밖에 서서 날이면 날마다 눈물을 흘리느라 눈물샘이 완전히 말라버린 줄 알았는데, 어디서 그렇게 하염없이 솟아나는지 알 수 없었다.

어머니는 큰오빠의 가묘를 만들어준 뒤에 시름시름 앓더니 저세상으로 떠나고 말았다. 아버지는 아무런 병환도 없었는데, 어머니가 저세상을 떠나고 한 달쯤 후에 뒤따라갔다.

경숙은 고향집을 찾을 때마다 부모님과 큰오빠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타날 것만 같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예전에 비하면 마을길도 넓어지고, 조가비를 엎어놓은 것 같던 시골 가옥들도 현대식으로 거의 바뀌어 옛 정취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도 고향에는 바뀌지 않은 게 많다. 비릿한 갯냄새, 방파제에 부딪치는 파도소리, 뒷산마루 노송의 의젓한 자태, 그리고 봄만 구슬피 울어대는 소쩍새가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고 찾아온다.

경숙이 허우룩한 마음이 들어서 코를 훌쩍인다. 어느새 눈가가 축축해진다. 남편이 손수건을 건네준다. 부모님은 멀리 떠났고, 큰오빠는 여지껏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들의 빈자리에 허우룩한 마음이 차곡차곡 쌓이는 동안, 어느덧 경숙의 머리칼도 희끗희끗하게 변해있다.

고향집 앞에 도착한다. 구수한 음식냄새가 낑낑거리며 다가와서 먼저 반긴다. 정차하는 소리를 들었는지 작은오빠와 언니가 대문에서 나와 반긴다. 작은오빠는 명예퇴직을 한 뒤 고향으로 들어와 옛집을 헐고 전원주택을 지어 살고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은근한 눈빛을 주고받았던 영아언니를 짝꿍으로 맞아들여 오랫동안 깨소금냄새를 뿌리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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