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시민신문]
산업혁명으로 인류는 역사상 유래 없는 대량생산 시대를 맞게 된다. 하지만 생산이 미덕인 것도 잠시, 노동력을 제공한 댓가로 임금을 받았던 노동자들에게 예상치 못했던 일이 발생했다. 기계의 발명으로 인간의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 급속히 감소하면서 실업이 증가하게 된 것이다. 세상은 산업화사회란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데 노동자들 시각에는 기계가 자신들의 일자리를 앗아갔다는 사실만 지배적이었다. 일자리를 빼앗긴 보복을 기계가 감수해야 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하는 웃지못할 역사적 경험을 하게 된다.
우리 인류는 신석기혁명으로 시작된 농경사회, 그리고 산업화사회를 거쳐 지식·정보화사회가 안녕을 고하기도 전에 바야흐로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고 있다. 시대는 점점 단축되고 향후 어떤 이름으로 어떤 사회가 우리 미래에 나타날지 모른다. 몇 년 전, 알파고가 천재기사 이세돌을 이기는 것을 보고 소름이 돋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최근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의 주가가 세계 최고의 시가총액으로 등극하였다. 이 기업은 스페이스X라는 우주발사체도 쏘아 올렸다. 현재 인공지능은 우리의 전 영역을 잠식하면서 인간을 밀어낼 기세이다. IBM 인공의료지능 왓슨이 가천의대에서 진료를 시작한 것도 놀라운데 인간의사와 왓슨이 서로 다른 진단을 내렸을 때 환자들이 왓슨의 손을 들어 준다니 인간의 존재가 참으로 초라하게 느껴진다. 인공지능에게 인공법률서비스, 기업분석, 카지노딜러 따위는 식은 죽 먹기이다. 세계적인 투자회사 골드만 삭스에서는 600여 명에 달하는 애널리스트가 사라진 자리를 단 2명의 알로리즘전문 직원이 대신하는 일이 벌어졌다. 얼마 전 까지만 하더라도 기계가 인간 감성이라는 영역만큼은 넘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일본에서 인공지능이 집필한 소설이 출간되는 일마저 현실화 되었다. 과학자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앞서는 시점을 Singularity라고 말한다. 과연 이런 시대가 도래할런지 의문이지만 그때가 되면 인간은 인공지능의 놀잇감이 되지 않겠는가?
인류가 4차산업혁명시대로 진입하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겠지만 사라지는 일자리가 더 많다면 이는 인간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이미 우리는 고용없는 성장이라는 과거사와 현재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아마도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4차산업혁명과 인간의 삶을 평면적으로 고찰한 결론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현대판 러다이트운동 발발을 목전에 두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인간의 노동 해방으로 인식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제레미 리프킨이 말하는 노동의 종말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왔다는 점이 아쉬울 뿐 이제 노동을 바라보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노동의 전통적 의미가 생산수단이자 부의 창출이었다면 노동의 종말은 자아실현이고 행복의 창출이어야 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논쟁의 불을 당긴 기본소득제는 역설적이게도 4차산업혁명의 본질인 행복추구 또는 창출에 다가가는 마중물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귀향한 지 7년째가 되었다. 당시, 아내의 강력한 결단에 떠밀려 왔다고 생각했지만 상당수 중년남성들의 로망인 전원생활은 도시에서의 치열한 삶과 교환의 댓가이다. 덜 경쟁적이고 여유있고 이웃을 바라볼 수 있는 삶, 어린 아이들에게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이 없을까 고민해보는 삶, 이런 삶을 추구하려면 삶의 비용이 낮아야 하고 그런 정신적 여유 가운데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도 싹트지 않을까? 결국, 우리는 행복추구라는 목표를 위해 조만간 담세율과 증세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빌 게이츠가 세계 최고 명문대학을 중퇴하고 창업을 한 것은 생각의 질보다 생각의 속도를 중히 여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4차산업혁명이 코로나19로 인해 위기에 몰린 우리의 삶에 던지는 기본소득 논쟁을 보면서 얼마나 잘 준비해야 하는지 보다 얼마나 빨리 과거로부터 탈피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인간은 긍극적으로 행복해야 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