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향 목포 미술혼을 찾아서 - 상허(尙虛) 김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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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향 목포 미술혼을 찾아서 - 상허(尙虛) 김성준
  • 최지우
  • 승인 2012.06.1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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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는 학문이자 예술이다
▲ 김성준 목포민미협 지부장

신체적 결함을 딛고 글자 한자 한자에 온 정신을 담아 써내려가는 상허(尙虛) 김성준 목포민미협 지부장.

복도에 은은히 퍼지는 묵향을 따라 들어선 서예원은 깔끔하게 정리 되어 있었다.

벽을 둘러 걸려있는 서예작품들은 오는 7월 예정된 6년만의 전시회를 위한 준비라고 했다.

“서예는 학문이고 예술이며 철학이다. 그림은 덧칠이 가능하지만 서예는  단 한 번의 붓질로 완성해야하는 일회성작품이다. 수정이나 연습이 절대 안 된다” 라며 서예의 특성이자 매력을 이야기했다.

전서, 예서, 행서, 초서, 해서로 나뉘는 붓글씨는 예로부터 마음을 다스리는 행위이며 쓰여진 글씨를 보면 그 사람의 인품이 보인다고 한다.

마음을 담지 않은 글씨는 바로 알 수가 있다고며 개인적으로 부족했던 정신의 깊이를 지금도 부족하지만 서예를 하면서 채워간다.

“흑과 백의 논리가 명확한 붓글씨야 말로 오묘하고 깊은 철학이라고 할 수 있으며 순백의 미가 존재 하는 조심스런 작업”이라고 했다.

▲ 김성준 作

虎視牛行(호시우행: 호랑이처럼 보고 소처럼 행동한다)을 항상 가슴에 세기면서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일을 해나가는 김 지부장은 요즘 예술인들과 일반인들의 소통이 제일 문제라고 한다.

“예술인들이 나를 버리고 우리를 생각하면 좋은데 그러질 못해 안타깝다. 예술세계는 나만의 봉우리를 하나 만드는 것이다. 봉우리에 올라 높다 낮다 평가 해주는 건 후손들의 몫이다. 평정심을 잃지 않는 본인과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본다” 라며 일침을 놓았다.

돌 무렵 앓은 소아마비로 평생을 고행하듯 살아온 김 지부장은 초등학교특별활동시간에 선택한 서예반이 인연이 되어 평생 붓과 함께 인생을 동고동락하게 되었다.

우직하고 뚝심있는 성격탓에 다른데 눈 돌리지 않고 오로지 붓글씨만 쓰며 40년의 세월을 보낸 그는 이 길을 선택하길 참 잘했다고 한다.

건강한 몸이였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상상도 할 수 없다며 지금의 김성준을 만들어준건 장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힘들고 재미없는 붓글씨 작업을 해오면서 잊을 수 없는 것은 20살 무렵 혼자서 달력을 보며 연습한 작품으로 전남예술제에서 입상을 했던 일이다. 수많은 공모전에서의 셀 수 없을 만큼의 낙선을 맛본 뒤의 입상이라 감회가 남달랐다.

'나도 할 수 있구나’하는 자신감과 함께 힘들게 작업했던 생각이 떠올라 감격의 눈물을 펑펑 쏟았다고 한다.
▲ 김성준 作

김지부장의 주위 동료들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은 채 정상인과 똑 같은 대우를 해주어 때론 장애인이라는 대우를 받고 싶은 마음도 든단다.

작품 활동을 하면서도 아무런 차별 없이 지금껏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오히려 감사함을 느낀다.

“서예는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이다. 기능만을 배워서는 안되고 정신을 배워야 하는데 요즘엔 정신이 빠져있다”라며 요즘 전통정신이 많이 헤이해져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붓글씨 잘쓰는 법을 묻자 “해서를 쓸때는 행,초서를 쓰는 기분으로 쓰고 행,초서를 쓸때는 해서를 쓰는 기분으로 써야 한다”고 했다.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마음의 중용을 지키며 써 나가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달인만이 할 수 있는 비법을 전수해 주었다.

지금껏 해온 작품을 시대별로 정리해서 먼 훗날 전시회를 하고 싶다는 김성준지부장은 매일매일 까만 먹물속에 마음속의 번뇌와 욕심을 녹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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