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정은채 목포과학대 교수] 섬 주민들의 교통권과 기본 생존권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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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정은채 목포과학대 교수] 섬 주민들의 교통권과 기본 생존권은 어디에?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7.0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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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사람들이 서울시한복판에 모였습니다. 지난 612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사단법인 한국섬주민연합중앙회(이사장 이정호) 발기인대회와 창립을 위해서 모였습니다. 우리나라 섬주민 106, 섬 출향민은 2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섬 출향민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서울에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이정호 이사장은 섬은 그 자체로 소중하고 미래성장 동력으로 무한한 자원이며, 섬 주민이 수백 년의 문화, 역사를 지니고 있다.”며 섬주민들과 함께 포스트코로나의 신성장동력으로 만들어가고자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섬주민연합중앙회 발기인대회 및 창립총회는 해양수산부, 행정안전부, 서울시, 전남도, 경남도, 목포과학대학교가 후원을 하고, 섬의 가치를 살리고 섬 주민들의 교통권 및 기본 생존권 확보 등에 그 핵심을 두고 있습니다.

지난 515일 인천 옹진군의 백령도에서 50일 된 아이를 둔 20대 여성 주민 한 분이 화물차에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이 분은 오전 1140분께 사고를 당했지만 10시간이 지난 뒤에야 응급수술을 받았습니다. 기상이 좋지 않아 헬기가 뜰 수 없어 육지의 병원으로 후송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인천의 가천대 길병원 의료진이 해군 고속정을 타고 들어가 밤 10시가 돼서야 응급수술을 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분은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섬에 살았기 때문에 목숨을 잃은 것입니다. 육지에 살았다면 살아났을 목숨이 섬이라서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아니 응급수술만 좀 더 일찍 받았다면 살았을 목숨을 잃고 만 것입니다. 이런 일은 결코 백령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모든 섬들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육지와 멀리 떨어진 백령도, 흑산도, 추자도, 거문도, 울릉도 등 먼바다 섬들은 상황이 더욱 열악합니다. 응급수술은 물론이거니와 간단한 골절 환자 하나도 치료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합니다. 게다가 의료진 또한 대학을 갓 졸업한 공중보건의들이 대부분입니다. 작은 섬들은 공중보건의조차도 없습니다. 무상의료를 원하는 것도 아닙니다. 자기 돈을 들여 치료받고 싶어도 치료받을 시설이 없습니다. 섬의 의료 환경은 수십 년째 제자리입니다. 섬 주민들은 살 수 있는 권리마저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국민이면 당연히 누려야 할 의료 기본권조차 보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명백히 섬에 대한 차별입니다. 수백, 수천 년 바다 국경을 지켜온 것이 섬 주민들입니다. 그렇다고 특별대우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육지 사람들이 누리는 기본적 권리라도 보장 받게 해달라는 것뿐입니다. 섬들에도, 특히 백령도, 울릉도, 흑산도, 거문도, 추자도 같은 먼 바다의 거점 섬들만이라도 응급의료 시스템이 구축 되어야 마땅합니다. 전문 의료 인력과 장비가 확보돼야 섬 주민 의료 소외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섬 개발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도서종합개발 사업으로 31천억원의 예산을 투자 했고, 향후 10년 동안 4차도서종합개발 사업으로 15135억원과 기타 예산 27624억원 등 4조가 넘는 예산을 섬에 투자할 예정입니다. 거기다 해수부도 어촌 뉴딜 사업으로 어촌, 섬 등에 3조 원의 예산을 투자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정작 섬 주민들의 생명과 직결된 응급의료 시스템 구축 같은 데 배정된 예산은 없습니다. 대부분은 물양장, 선착장, 다리 건설 등 토목사업과 관광개발 사업들뿐입니다. 정부는 섬 개발 예산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서 주민 생존권과 관련된 응급 의료 시스템 구축, 여객선 공영제 같은 곳에 우선적으로 투자해야 마땅합니다.

주민 교통사고 사망 후 백령도의 한 주민이 지난 5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고와 관련해 청원 글을 올렸습니다. "섬 내 자체 응급수술이 가능한 전문의료팀과 다양한 진료과를 배치해 달라"는 내용입니다. 청원한 주민분은 "섬이라는 이름 때문에 섬 자체 의료복지 등보다 관광상품, 시설, 특산물 등 외부적인 요소로만 변질해 가는 현실"이라며 "서해5도를 포함, 많은 섬들이 저희 섬과 같은 열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너무도 정확한 지적입니다. 그런데 이 청원에 대한 동의는 616일 현재 3343명뿐입니다. 안타깝기만 합니다. 부디 섬 주민들의 목숨을 살려달라는 간절한 청원이 묻히지 않게 많이 동참해 주시고 널리 공유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6월 12일 열린 사단법인 한국섬주민 연합중앙회 발기인대회 및 창립총회

 

백령도 국민청원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9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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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휴 2020-07-04 11:18:53
멋집니다. 동참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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