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문학상-노성애] 황석어 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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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문학상-노성애] 황석어 ⑪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7.0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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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남도작가상

황석어 찌개도 제사상에 계속 올라오게 되었다.

[목포시민신문]

언니, 빨리 와서 일 거들었어야 하는데 늦어서 미안해.”

준비할 게 그다지 많지 않은데, .”

황시리찌개는 아직 준비하지 않았겠지? 이번에는 내가 요리하고 싶어. 이거는 제사상에 올리려고 흥정도 하지 않고 샀던 것이야.”

경숙이 반 건조된 황석어 상자를 내민다.

부모님이 저세상으로 떠난 후, 작은오빠와 영아언니가 결혼했다. 그리고 작은오빠네가 큰오빠 제사를 모시겠다고 나섰고, 황석어찌개도 제사상에 계속 올라가게 되었다. 영아언니가 어머니의 황석어찌개를 물려받은 것이다. 경숙은 이번 제사만큼은 황석어찌개를 직접 만들어서 올리고 싶어, 뻘낙지 대신에 황석어를 샀던 것이다.

큰오빠가 아주 좋아하시겠네.”

언니, 큰오빠가 땀 뻘뻘 흘리며 대가리나 가시째 우걱우걱 씹어 먹고, 맵고 뜨거운 국물을 훌훌 들이키며, ‘거참, 겁나게 시원허다잉하고 말하실 거야. 항상 그렇게 말했거든.”

제사를 모시고 나서 앞마당으로 다 함께 나온다. 평상에 모여 앉아 밤바다와 밤하늘을 바라본다. 밤바다에서 조업하는 어선들의 불빛이 별처럼 빛나고, 밤하늘의 별들은 어화(漁火)이다. 제사상에 놓은 향불이 혼을 부르듯, 향냄새가 밤의 강물처럼 흐르고 있다. 별똥별 하나가 사선을 그으며 내린다.

저기, 큰오빠가 찾아오시는가 봐…….”

경숙의 목소리가 꼭두새벽의 이슬에 젖는다. 별똥별은 아무런 대답이 없다.

 

※ 노성애 작가의 소설 '황석어' 연재를 마칩니다. 지금까지 애독 해 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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