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 윤소희 작가] 목포문학상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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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 윤소희 작가] 목포문학상에 거는 기대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7.2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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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작가‧ ‘동네산책’ 책방지기

며칠 전, 목포문학관 관계자 분들이 책방에 전단지를 가지고 방문했다. 2020년 목포문학상 작품 공모를 알리는 내용의 홍보물이었다. 몇 마디 인사를 나누며 대충 훑어보는데, 공모분야에 동화가 없다. 동화를 쓰고 있는 나로서는 조금 의아했다.

동시는 있는데, 동화는 없네요?”

동화는 작년에 있었어요. 아동문학 분야는 동시와 동화를 해마다 번갈아서 교대로 공모를 받고 있어요.”

, 그렇군요. 아동문학만 그렇게 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요, , 응모하는 작품 수가 적어서 그래요.”

왜 응모하는 사람이 적을까. 몇 편이나 되기에 격년제 공모를 받아야 하는걸까. 모 방송국과 대형출판사가 공동주최하는 공모전은 동화 700~800여 편이 몰리기도 하는데, 일단 오랜 기간 널리 홍보가 되고 다른 공모전에 비해 상금이 많기 때문이다. 경쟁률이 쎈 공모전에 당선되면 당선자의 자신감도 커지게 된다. 작가의 자신감은 좋은 작품을 쓰는 동력이 되기도 하고, 작가지망생들은 그런 선례를 통해 실력을 갈고 닦으며 공모전 준비를 할 것이다.

그런가하면, 해마다 11일 자 신문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신춘문예에는 신문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평균 약 300여 편의 동화 작품들이 투고된다. 보통 두 명 정도가 열흘에 걸쳐 그 많은 작품을 읽고 당선작을 가려내야 하기 때문에 12월이면 심사위원들은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린다. 동화의 경우 상금은 200~300만 원 정도지만 아직도 신춘문예의 권위가 막강함을 시사하고 있다. 문예창작학과 입시와 연관되어 있는 문학 공모전을 제외하면, 결국 응모자들이 몰리는 문학 공모전은 상금이 많거나 권위가 높은 문학상으로 크게 나누어질 것 같다. 문학상은 상금이 곧 권위라는 말도 농담 삼아 하고들 있지만, 아무튼.

별도의 수입이 없이 오로지 글로 먹고 살아야 하는 작가나 작가 지망생에게 상금은 절실하다. 작품을 쓰는 동안 버틸 수 있는 생존비용을 벌기 위해 글 쓰는 일 외에 다른 일을 해야만 한다. 전혀 엉뚱한 일보다는 이왕이면 상금이 높은 공모전에 당선되어 다음 작품을 쓰는 동안의 기초생활비라도 되어 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아니 할 수 없다. 권위 있는 문학상에 도전해 당선이 되면 작가로서 당당하게 인정을 받고 청탁과 출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월등히 높아지므로 이 또한 작가로서는 절실하다. 집필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할 수 있게 되기까지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치며 작가로서 살아남아야 하는 현실이다. 대개의 문학상은 작가지망생을 작가로 만들어주고 조금이나마 경제적 갈증을 해결해줄 수 있는 마중물로써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미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에게도 마찬가지다.

일반문학이든 아동문학이든 작가의 상황은 똑같다. 작품에 들이는 공력도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거의 대부분의 문학상이 아동문학을 차별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공모분야의 리스트에도 아동문학은 맨 아래에 명시된다. 상금도 가장 적다. 문학상 공모 안내를 볼 때마다 아동문학이 홀대를 받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 억울한 기분이 되고는 한다. 문학이 대접 받으려고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나의 억울함은 사실상 답답함이라고 해야 맞겠다.

아동문학은 인생에서 가장 처음 접하는 문학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장르이다. 이미 아동문학의 중요성을 인지한 많은 공모전들이 아동문학의 비중을 높이고, 일반 문학과 비슷하거나 동일한 상금을 책정하여 진행하기 시작했다. 아동문학의 질이 점점 높아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물론, 소설과 동화의 분량을 놓고 봤을 때 물리적 노동 강도는 소설이 더 높을 수 있지만 문학적 완성도에서 차이가 난다고는 할 수 없다.

문학상을 운영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주최측마다 떠안고 있는 여러 가지 내부적인 상황의 어려움과 복잡함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목포문학상에 기대를 걸어 본다. 고만고만한 지역 문학상과 달리 전국적으로 문을 열고 있는 문학상이 아닌가. 문학의 생명에 뜨거운 피를 돌게 할 수 있는 권위적인 문학상으로 점점 세력을 불려 갈 수 있으면 좋겠다. 몇몇 지자체에서 이미 아동문학을 특화시키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미래 세대를 위한 아동문학이 목포의 거대 담론으로 회자되며 세계적인 아동문학인을 배출할 수 있게 되기를. 이 글을 읽은 모든 분들, 목포문학상에 도전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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