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문학상-김정예] 아버지의 갓바위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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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문학상-김정예] 아버지의 갓바위 ②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7.2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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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그 눈물이 썩 이해되지는 않았으나 그 안에는 내가 모를 어떠한 그리움과 애환이 모두 담겨 있으리라 추측했다.

그날도 아버지는 변함이 없었다. 차에서 내려 양팔을 넓게 벌리시고 바다향을 들이마시더니 마른세수를 했다. 코를 킁킁거리며 바위를 찾아가는 내내 아버지의 눈동자가 평소보다 반질반질하게 빛났다. 총기가 아닌 물기였다. 목포항만 찾으면 두 눈에는 흐르지 않는 눈물이 잔뜩 맺혔다. 할아버지 생각이 나신 걸까.

 이게 갓바위라는 거다.”

 처음으로 본 갓바위, 갓을 쓴 사내가 나란히 서있는 동상 모양. 하지만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바위 모양을 보고 신기해하기에는 이미 내가 다 커버린 어른이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갓바위를 소개하는 안내판을 손으로 톡톡 두드렸다. 거기에는 전설이 하나 적혀 있었다. 먼 옛날 아버지에게 효를 다하지 못한 아들이 하늘에 참회하는 마음으로 갓을 쓰고 살다가 죽어 그 자리에 갓바위가 솟아났다는 서사였다.

아버지는 할아버지와 함께 갓바위를 바라보던 순간이 자꾸만 바다향에 되살아난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작은 갓바위를 가리키며 저렇게 변하지 않으려면 효자로 살라고 종종 우스갯소리를 던졌다는 아버지의 말이 습하게 다가왔다. 항상 건조한 표정만 보여주던 분이였는데 그날따라 귓가에 닿는 말들이 참으로 눅눅하여 애처로웠다. 단어에 지난시간 간신히 숨겨온 울먹임이 묻어있었다.

 "밥벌이가 힘들다는 이유로 할아버지의 농담도 외면했어."

비록 전설은 전설일 뿐이지만 어째서 중년의 어른은 바위 앞에서 참회를 하는가. 목포항 초입에서 보여준 마른세수를 연거푸 되풀이하며 눅눅한 말을 이어갔다. 영산강 하구를 바라보는 갓바위를 따라 시선을 옮기면서도 사연은 덤덤히 읊었다. 효도를 다하지 못해 그날의 할아버지가 무척이나 그립다는 요지였다.

발을 헛디뎌 아버지의 관을 바다에 빠트린 전설 속의 사내처럼 아버지의 처연한 옆모습은 꼭 무언가를 회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시큰거리는 콧망울에 물이 고일세라 재차 닦아내는 행위는 평상시의 모습과는 달랐다. 정적인 아버지가 이토록 슬퍼하며 과오를 뉘우치고 있다는 걸 할아버지는 알까. 부자의 끈이 잘려있지만 어딘가에 닿아있다면, 저 목포항 깊숙한 곳에 뱃사람의 혼이 남아있다면 말이다.

다음호에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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