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홍선기 목포대 교수] 목포시와 신안군의 통합 논의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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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홍선기 목포대 교수] 목포시와 신안군의 통합 논의를 보며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8.1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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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최근 오랜 숙원이었던 목포시와 신안군 사이에 통합에 대한 논의가 다시 진행되고 있다. 내륙의 도시와 바다를 품고 있는 섬 행정구역이 통합을 함으로서 얻어지는 것이 많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목포시 입장에서는 항구도시라는 지리적 입지 한계를 극복하고 바다와 섬을 포용할 수 있는 해양도시의 성격을 갖추게 된다. 신안군은 1000여개의 섬 속에 있는 문화와 생태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섬 관광 사업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천사대교로 연결된 신안 중부권의 도서지역이 현재 목포시와 일일생활권으로 확대되어 섬 주민들의 생활편의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상호적이고 호의적인 아름다운 통합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당사자인 주민들의 의견과 전문가들의 심층적인 논의가 필수적이다.

목포시와 신안군의 통합 논의를 보면서 일본의 세토내해(瀬戸内海) 항구도시인 히로시마현 오노미치시(尾道市)가 생각이 났다. 오노미치시는 세토내해에 있는 여러 항구도시 중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여러 군수공장이 밀집해 있던 해운, 상업, 조선업 중심의 도시이다. 하야시 후미코(林芙美子), 시가 나오야(志賀 直哉) 등 많은 문학 예술인들이 기거하면서 활동했던 곳으로 영화, 문학 작품의 무대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에서도 흔치않은 다이쇼(大正)시대에서부터 쇼와(昭和)시대까지의 근대건물이 많이 남아 있어서 일본 제일의 미항의 도시로 지정되어 있다(1日本遺産). 원래 오노미치시는 에도시대까지 세토내해 섬과는 별개의 항구도시로 발전해 왔으나 1970년대 이후 일본의 산업기반이 연안지역과 섬 지역으로 확장되고, 국토균형발전 측면에서 시코쿠(四國)와 본토인 혼슈(本州)를 연결하고자 하는 일본정부의 국토개조론에 입각하여 1999년에 세토내해를 건너서 시코쿠로 연결하는 국도317호 니시세토자동차도(西瀬戸自動車道)가 건설되면서 도시 확장이 시작된다. 이 자동차도(대교)가 건설되면서 다리를 거쳐 가는 섬 지역의 교통이 편리해지고, 본토와의 접근성이 향상되면서 섬 지역과 오노미치시와의 통합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되었다. 1970년 무카이지마히가시(向島東)를 시작으로 2005년 무카이지마(向島), 2006년에는 인노시마(因島)와 토요타군 세토다 이구치지마(豊田郡 瀬戸田, 生口島)와 통합하였다. 인노시마(因島)는 특히, 우리나라의 임진왜란과 관계가 깊은 곳으로 영화 명량에 나오는 일본 해적들의 본거지였던 곳으로 최근 해적유물전시관이 설립되어 역사적 재조명을 받고 있다. 섬 지역과 통합된 오노미치시는 현재는 인구 15만명이 넘지 않은 항구도시이지만, 근대역사 건물과 아름다운 항구를 이용한 도시재생을 통하여 관광도시로 알려지고 있다. 무카이지마(向島), 인노시마(因島)와 이구치지마(生口島)는 전통적으로 일본 최대의 귤 생산지였고, 세토내해 어장 활동이 활발한 곳이었지만, 최근에는 관광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대교가 건설되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섬들을 방문했지만, 일시적인 현상이었고, 최근에는 대교를 자전거로 횡단할 수 있도록 하여 시코쿠까지 가게 되어 해외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로인해 시마나미카이도(しまなみ海道)의 시발점이 된 오노미치시가 자전거의 도시로 알려지기도 한다. 오노미치와 더불어 섬 지역과 연륙연도교로 연결된 항구도시로 히로시마현 쿠레시(呉市)가 있다. 현재 인구 21만 명으로 히로시마현에서는 히로시마시, 후쿠야마시 다음으로 큰 항구도시이다. 중세시대부터 해적들의 본거지였던 섬들을 평정한 항구도시로 제2차 세계대전에 해군의 근거지로 사용되어 현재 해상자위대가 있는 군사, 조선산업 도시이기도 하다. 쿠레시도 다른 세토내해 도시와 마찬가지로 2000년대부터 주변 섬 지역과 통합을 이루었다. 2003년 시모카마가리지마(下蒲刈島)를 시작으로 2005년에는 쿠라하시지마(倉橋島), 카미가마가리시마(上蒲刈島), 토요시마(豊島), 오오사키시모지마(大崎下島)가 차례로 통합되었다. 이 섬들은 우리나라 조선통신사의 항로 길목에 있던 섬들로 특히 시모카마가리시마는 조선통신사사절단이 머무르며 숙식을 받았던 섬이다. 일본 세토내해 섬지역과 인접 항구도시와의 통합은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겠지만, 대부분 2000년대 후반에 결정된 것으로 오랫동안 통합의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일본의 섬 지역은 중세시대 이전부터 고유한 문화정체성을 가지고 있었고, 중앙정부와 대척하면서도 유사시 협력하는 관계를 형성해 왔다. 세계대전 이후 현대에 들어오면서 경제발전이 본토중심으로 급속하게 발전하였으며, 개발에서 소외된 도서지역의 농수산물을 신속하게 운반하는 수단으로 연륙연도교가 늘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경제적 편익에 앞서 취업, 교육, 의료복지 등 삶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도시로의 이주가 늘어나면서 섬의 인구는 감소하게 되었다.

일본 세토내해 두 지역 사례와 목포-신안 간의 통합의 미래를 비견할 수는 없겠지만, 지리적, 지형적으로 유사한 세토내해 섬 지역과 도시통합의 과거, 현재를 참고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본다. 목포-신안군 간의 통합은, 과거 일본의 농어촌 인구 감소에 대한 대처, 섬 경제상황의 극복, 국가에 의한 하향식 행정구역 조정방안으로 도농통합을 했던 사례와는 다르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 통합의 시점이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시민들과 도민들이 허심탄회하게 토론하면서 지역통합의 상승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충분하게 논의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목포시 인구의 절반 이상은 신안군, 완도군 등 섬 출향인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정체성의 문제는 크게 부각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통합되면 30만의 대도시가 된다고 하지만, 이미 KTX 등으로 서울과 주요 도시와의 접근성이 높아진 목포시이기 때문에 통합 이후 인구증가는 일시적일 것으로 본다. 결국 목포와 신안 각각의 장단점은 무엇이고, 기왕이면 어떤 장점을 극대화하여 상승효과를 낼 것인가에 따라 통합 이후 발전전략의 비전이 짜일 것이다. 통합이 되더라도 섬은 섬으로서의 다면적인 특성, 섬다움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통합 이후에도 섬의 가치는 살아남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섬의 미래 전략은 섬 주민들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본다. 상호 호혜적인 통합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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