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서점 추천 이주의 책] 공부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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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 추천 이주의 책] 공부란 무엇인가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9.02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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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라는 긴장에서 휴식이라는 이완까지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어크로스/ 2020810일 발행)

[목포시민시민] 이번에는 공부로 을 푼다. 첫번째 산문집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와 두번째 책인 논어 에세이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을 통해 특유의 경쾌한 입담을 여지없이 보여준 김영민 교수가 세번째 산문집 공부란 무엇인가를 출간했다.

그를 단번에 인기 저자로 등극시킨 칼럼 추석이란 무엇인가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기에, 이번 책 역시 그의 유쾌한 화법 속에 숨은 날카로운 통찰로 이어지는 산문의 연속이려니 여겼다. 물론, 그 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으나 이번 책은 의외로 실용서다. 공부의 의미와 재미를 추구하는 것에서 조금 더 나아가 공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펼치고 있다. 그의 직업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이니 공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할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겠는가. 대학 강의실 장면을 그대로 옮겨 온 듯한 글에 더해, 혼자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태도, 좋은 강의를 찾아내는 안목 등을 두루 다루고 있다. 물론 구체적인 공부 방법들을 제안하기에 앞서 공부의 진정한 의미에 대한 저자의 성찰이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는 하다.

호기심에서 출발한 지식 탐구를 통해 어제의 나보다 나아진 나를 체험할 것을 기대한다. 공부를 통해 무지했던 과거의 나로부터 도망치는 재미를 기대한다. 남보다 나아지는 것은 그다지 재미있지 않다. 어차피 남이 아닌가. 자기 갱신의 체험은 자기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보고 있다는 감각을 주고, 그 감각을 익힌 사람은 예속된 삶을 거부한다.”

공부가 가진 속성을 가장 정확히 진술하고 있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공부는 왜 하는가. 학벌과 체면과 잘난체를 위해 공부하는 지적 사기꾼들에게는 한 마디도 닿지 않을 저자의 진정성이 함축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피력하고 있는 공부에 대한 가운데 가장 백미는 에필로그 휴식에 대한 공상이라 여겨진다. 아무리 위트 있는 글쓰기라 해도, 저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공부 이야기만 했더라면 아마 나는 다시 그의 책을 보지 않기로 마음 먹었을지도 모른다. 공부에 매진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휴식에 대한 공상이 그의 공부론을 신뢰하게 만든다.

그나저나 서평을 쓰며 협박을 당하는 기분은 처음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서평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을 통해 서평을 쓸 사람들에게 이렇게 미리 경고하고 있다.

서평은 서평 대상이 된 책에 대해서 말해주는 것만큼이나 그 서평을 한 사람에 대해 무엇인가 의미심장한 것을 말해준다. 서평은 서평 대상이 된 책뿐 아니라 서평자 자신의 지력, 매력, 멍청함, 편견 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좋은 기회다.” 물론, 아님 말고다.

동네산책 책방지기/윤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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