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문학상 읽기-이윤정 동화 작가]아빠의 봄-1
상태바
[목포문학상 읽기-이윤정 동화 작가]아빠의 봄-1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9.02 0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목포시민신문] 있잖아~ 예니 아빠 다리 봤어?”

그러게.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예니 아빠 다리는 의족이래.”

진짜? 그러면 완전 불군거야?”

그렇지. 잘려진 다리. 생각만 해도소름끼치고 무서워.”

청소 도구를 정리하다가 우연히 같은 반 친구 은채와 유주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만 얼음이 되어버렸다. 세상에서 제일 친한 내 친구, 은채와 유주. 우리 사이에는 어떤 비밀도 없고 거리낌도 없는 진실한 친구 사이라 생각했는데……. 그것은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오늘, 안 것이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돌았다. 둘이 언제부터 아빠 욕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머릿속이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하기만 했다. 은채와 유주는 청소 도구함 문을 닫고 돌아서다 나를 보고는 놀란 토끼눈이 되었다. 하지만 두 아이의 눈을 피한 건 오히려 나였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는 두 아이의 눈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다. 우리 사이에 어색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은채와 유주는 이내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또각또각신발 소리를 내며 교실로 걸어가 버렸다. 미안하다거나 하다못해 어설픈 변명도 하지 않았다. 그런 두 아이들의 당당한 태도에 내 심장은 심하게 두근거렸다.

어린이집 씨앗반 시절. 회사일이 늦어진 엄마대신 아빠가 휠체어를 밀고 나를 데리러 온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날. 다른 아이들의 부모님이 아빠를 바라보는 태도가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휠체어를 밀고 오느라 땀으로 범벅이 된 아빠는 손등으로 연신 송골송골 맺혀 있는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옆에 있던 아줌마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아줌마들의 눈빛은 무언가 놀라고 당황스러워 하는 눈빛이었다. 그리고는 서둘러 아이들의 손을 잡고 종종걸음으로 우리 옆을 스치고 지나가 버렸다. 가다가 뒤를 힐끗 힐끗 돌아볼 뿐. 그 누구도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그때. 알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꼈고 그 기분은 오래도록 내 심장 옆에 새겨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