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윤소희 작가] 목포라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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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윤소희 작가] 목포라서 다행이야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9.0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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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희 (작가‧ ‘동네산책’ 책방지기)

[목포시민신문] 도서정가제로 전국이 떠들썩하다,고 말하려는 순간 전국의 몇몇 관련 업체 종사자들이 떠들썩하다고 해야 맞지 싶다. 그나마 관심 있는 독자들도 많아 감사한 마음이다. 책방에 오신 분들이 묻는다. 도서정가제가 뭐에요? 왜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건가요? 도서정가제에 관한 여러가지 자세한 질문과 대답들은 조금만 검색해보면 쉽게 찾을 수 있으니 이 글에서는 간략하게만 언급하겠다.

10% 이상 할인을 못하도록 규정해놓은 지금 현재의 어정쩡한 도서정가제로도 동네 책방들은 충분히 불리하다. 규모가 작은 동네 책방들은 애초에 현금을 미리 지불하고 반품도 안 되는 조건으로 책을 입고하기 때문에 할인은 꿈도 꿀 수 없다.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역할만 놓고 봤을 때, 마일리지와 굿즈와 무료배송과 할인으로 무장한 온라인 서점과는 절대로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

그나마 이 마저도 무너지고 책을 마음껏 할인해서 팔게 되면 독자들은 어디가 더 싸게 파는지 일일이 정보를 입수해야 하는 번거로움에 빠지게 된다. 출판사는 베스트셀러와 허접한 책들을 마구잡이로 싸게 판매하여 얻는 수익이 신간을 출간하는 것보다 더 크기 때문에 구간으로 재탕 삼탕을 반복할 가능성이 커진다. 동네 책방은, 그냥 망한다고 봐야 한다. 책의 가치는 떨어지고 출판사와 동네 책방과 독자들은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되는 구조이다.

최근 통계를 보면 전국의 독립서점이 600여 개를 넘어섰다. 이 정도면 출판사들도 동네 책방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수치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책방지기들은 그저 장사꾼 마인드로 일하지 않는다. 출판이나 언론계 출신, 작가, 평론가, 강사, 사서 등 책과 관련된 일을 했거나 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꽤 많다. 대형서점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 보물같은 책들을 골라내 진열하고, 빠른 속도로 신간을 검토하고 판단하여 좋은 책을 선별하고, 짧더라도 서평까지 제공한다. 독립서점의 책들은 단순히 판매용 물건이 아니라 책방지기들의 지적 재산이다. 이런 이유로 어떤 책방들은 진열된 책의 사진 촬영을 금지하기도 한다. 다른 책방들이 큐레이션을 흉내내거나, 일반 독자들이 정보만 쏙쏙 빼낸 후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주문하기 때문이다. 지적 도둑질이나 다름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고 꾸준히 책 소개를 하고 서가를 공개하는 서점들도 많지만, 결국 비슷비슷한 큐레이션과 10%의 할인에 맛을 들인 온라인 구입은 동네 책방의 지속가능성을 점점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동네 책방은 단순히 상품으로서의 책을 파는 곳이 아니다. 전문가가 상주하는 동네의 문화사랑방이다. 책방지기가 엄선한 좋은 책을 접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며, 각종 작은 강좌와 이벤트가 가능하고, 로컬 시대에 걸맞는 하나의 동네 문화를 형성할 수 있으며, 책이라는 공동 관심사로 모여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따뜻하고 유익하다. 작가는 독자들과 가까이에서 만나 작품에 관한 속살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 책방 3개 중에 1개는 꾸준히 폐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올해는 코로나에 장마에 태풍에! 여기에 도서정가제마저 무너지면 책방은 더이상 지속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그럼에도 목포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책방에 와서 책을 사간다. 신기하고 감사하다. 최근 목포는 문화도시 목포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한 문학박람회를 계획하고 있다는 뉴스도 접했다. 내가 감지하기에 목포 사람들은 문학과 인문학에 도저한 관심과 지식을 갖고 있으니 성공적인 프로젝트가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그런가하면, 9월부터 목포공공도서관에서는 서점바로대출서비스를 시작했다. 독자들은 서점에 진열된 책을 대출하거나 주문 신청하고 그 비용은 도서관에서 지불하는 시스템이다. 동네 서점과 독자들에게 작으나마 따뜻한 도움이 되는 일이다. 한편, 목포의 독립 서점 다섯 군데는 서로의 안부를 챙기며 늘 경쟁보다 협력을 우선으로 지내고 있다. 여행 온 이들에게는 반드시 다른 책방에도 가 볼 것을 권장한다. 동네 사람들에게는 다른 책방의 프로젝트를 홍보해가며 참가를 권하기도 한다. 다른 지역의 책방지기들이 부러워하며 벤치마킹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 어려운 시기를 건너면서도 기운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이유, 목포. 목포라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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