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목포시의회 파국과 북곽선생
상태바
[편집국에서] 목포시의회 파국과 북곽선생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09.16 08: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용철 대표이사
유용철 대표이사

[목포시민신문] 조선시대 후기 실학자인 연암 박지원의 풍자소설 호질(虎叱)’북곽선생이 나온다. 불혹(不惑)40세에 저서가 15000권에 이를 만큼 학문적 성취가 두드러져 덕망이 높은 선비로 칭송됐다. 그를 황제도 칭찬하고 제후들도 우러러봤다. 하지만 젊은 과부 동리자와 몰래 정을 통하다가 그녀의 아들에게 발각돼 밤중에 쫓겨나 도망한다. 똥통에 빠지고, 호랑이를 만나 크게 꾸지람을 듣는다. 위신과 체면을 구기고 만다.

호질에 묘사된 북곽선생은 겉으로는 점잖은 체하지만 이면 생활은 좋지 못한 이중적 인간이다. 절개와 어진 성품으로 주변의 칭송이 자자한 과부 동리자와 함께 위선자의 전형이다. 이력이나 명함이 번지르르한 이런 사람들이 목포시의회에 횡행하고 있다. 사회지도층을 자처한 이들이 저지른 일이 불법 수의계약, 불법 주차 어린이집 보복 의정활동, 이권개입이 들통나고 있다.

사이비(似而非)라는 말이 있다. 얼핏 보면 그럴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은 것을 말한다. 맹자의 진심편과 논어의 양화편에 나오는 말이다. 공자는 사이비는, 외모는 그럴듯하지만 본질은 전혀 다르고 선량해 보이지만 실은 질이 좋지 못해 덕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했다. 원칙이 무너지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일수록 사이비가 독버섯처럼 확산된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정치적 야욕과 이권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목포시의회를 비정상을 조장하는데 진력을 다한다. 이 때문에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이 떠안게 된다. 이런 이들이 사회 지도층이란 것이 참 부끄럽고 한심한 일이다.

이들에게 인간이 갖춰야 할 도의 가운데 하나가 부끄러움이다. 이들에겐 찾아볼 수 없다. 부끄러움을 느끼는 마음을 수치심(羞恥心)이라 한다. 유가 사상도 부끄러움에 주목했다. 제자는 남을 이기려하고, 자신의 업적을 치장하여 자랑하고, 남을 원망하며 탓하고, 분수에 맞지 않는 사욕을 추구하는 일(克伐怨欲)을 행하지 않으면 어짊()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는다. 공자는 즉답을 피하고 부끄러움을 갖는 것은 사람이 진정함과 나아감을 가능하게 하는 추동력이다고 했다. 맹자는 자기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無羞惡之心, 非人也)’고 했다.

체면(體面)은 남을 대하는 떳떳한 도리다. 그런데도 얼굴이 두껍다(厚顔)는 말을 들으면서도 남에게 피해가 가든 말든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無恥) 후안무치함까지 보이고 있다. 청렴()하고 수치()를 아는 마음이 염치다. 이에 잘못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마음을 파렴치(破廉恥)라고 한다.

파멸은 부끄러움을 외면하는 데서 출발한다. 지금 목포시의회 파국 또한 후안무치에서 비롯했다. 자신의 야욕을 위해 시정을 농단하면서도 아무런 죄책감이 없어 보인다. 이들과 관련된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 잘못을 잘못인 줄조차 모르고 오히려 기고만장이다. 잘못인 줄 알면서도 뻔뻔하게 자기합리화하는 부류도 적지 않다. 부끄러움은 배움과 성찰의 척도다.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사람이다.

공자는 정치란 이름을 바로잡는 것(正名)’이라고 했다. ‘불의를 저지르고 정의라고 이름을 붙이는 권력자들의 행위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사회에 더 이상 사이비 북곽선생이 발붙일 수 없을 것이다. 자정력을 잃은 목포시의회 대신 목포시민사회단체가 이들에 대한 비판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