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양승희 칼럼니스트] 기억, 풍경, 공간, 장소, 운명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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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양승희 칼럼니스트] 기억, 풍경, 공간, 장소, 운명애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10.21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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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1017, 목포 문학관에서 서영채 서울대 교수를 모셔 기억, 풍경, 공간, 장소, 운명애를 내용으로 한 강의를 들었다. 코로나 19가 많이 약해서인지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왔다. 문학관에서 시와 소설들을 배우는 우리들로서는 이런 프로그램이 고맙기만 하다.

서영채 교수의 시를 두 분이 먼저 낭독했다. 그리고 강의를 시작한 교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목포를 떠났다면서 목포에 대한 사랑과 가족사를 이야기했다. 목포라는 이름의 도시라는 수필을 보면, 방학 때마다 목포에 오는 것은 일종의 제의(祭儀)라고 쓰여 있다. 그만큼 목포에 대한 필연적 애정이 컸던 것이다.

내게 목포라는 지명은 남다른 울림을 가지고 있다. 목포라는 이름과 만나게 되면 일단 마음이 움직인다. 심금이 운다는 표현은 지나치지만 그래도 마음 속에 어떤 가느다란 현이 있어 그 현이 떠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너무 감상적인 게 아니냐고 비웃어도 도리가 없다. 마음이 저 혼자 떨어 수습이 안 될 때가 많다. 목포는 내게는 그런 곳이다. 일종의 질병이다.’ 그의 목포 사랑은 문학관의 강의실에 앉았던 사람들에게 전염되었다.

그런데 서영채 교수 같은 분들이 더러 있다. 내 주변에는 고향이 아닌데도 목포를 다녀가면 또 다시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목포는 묵은 세월을 지니고 있어서일까. 누군가에게는 낯익은 풍경이거나, 공간이거나, 장소일 수도 있었을 터.

우리 몇 명은 서영채 교수의 강의를 재미있게 듣기 위해서 평론집 풍경이 온다를 읽었다. 소설의 배경이라 여기고. 그리고 평론집 죄의식과 부끄러움도 학습했다. 문학 작품의 주제를 파악하기 위해 최인훈의 광장과 장용학의 원형의 전설, 김승옥의 병신과 머저리를 비교한 내용을 학습했다. 죄의식과 부끄러움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주제 파악 능력을 넓힐 수 있기 때문에. 그러나 임철우의 백년여관과 성석제의 투명인간은 혼자서 읽어야 할 터이다.

우리는 1212()까지 매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서효인, 김해자의 시를 낭독하면서 시의 이해를 확대하는 과정을 먼저 갖는다. 또한 목포 출생인 김효은의 아리아드네의 비평을 통해서는 유계영, 안미옥 등 젊은이들의 시를 학습하고 낭독도 해보면서 최근의 작가들을 깊숙이 들여다 볼 것이다. 게다가 목포가 고향인 김지수의 목포 아리랑과 김개영의 소설 거울 사원도 학습한다. 김해자의 해자네 점집.

뿐만 아니라 목포대학교 김선태 교수는 한국 근대문학의 모든 출발점이 사실상 서울과 목포에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김우진, 박화성, 김현, 차범석, 김진섭, 최하림, 최인훈, 김지하, 이동주, 황현산, 천승세, 김승옥, 권일송. 우리에게 낯익은 작가들이다. 대한민국의 최고 작가들이면서 목포가 빚어낸 작가들이다. 채희윤 교수를 비롯한 중견작가까지 헤아리면 목포는 문학인의 도시라 할 수 있겠다.

이 가을에, 그들의 작품에서 목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찾아보노라면 코로나 19도 잊을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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