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문학상시 본상 -김수형] 나비, 우화(羽化)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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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문학상시 본상 -김수형] 나비, 우화(羽化)를 꿈꾸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10.28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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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형 시인
김수형 시인

나비, 우화(羽化)를 꿈꾸다

이매방*의 승무를 보며

 

어깨를 들먹이며 흐느끼다

울음 끝 곤한 잠에 취하다

한 사람의 생애는 웅크림으로 시작되는가

온몸이 오므라드는 고독

손가락 하나 펼 수가 없다

이승의 사랑을 두리번거린 죄일까

꽃을 상상하는 동안

수천 번 눈물을 퍼 온 무늬가 온몸에 새겨진다

몸 밖으로 나가고 싶은 춤이 천천히 발끝을 내민다

꽃향기가 반짝이는 순간,

단 한 번의 날갯짓을 위해

안간힘으로 몸을 비튼다

연못을 건너가는 노래들의 수런거림

오래 따르던 욕망의 길들이 흩어져 가는

풍경의 한 모서리에서

사랑이여, 얼마나 울었던가

그림자가 허공을 휘청이며 건너가

걸음만 남기고 사라진다

끝끝내 몸 속에서 살던 춤은 몸 밖으로 나왔다

그의 몸은 사라지고 춤만 거기 남아서

생의 가장 눈부신 날개를 햇살에 말리고 있다

 

*이매방(1927~2015): 목포 출생의 한국 전통춤 거목. 중요 무형문화재 제27

승무 예능 보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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