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우화(羽化)를 꿈꾸다
–이매방*의 승무를 보며
어깨를 들먹이며 흐느끼다
울음 끝 곤한 잠에 취하다
한 사람의 생애는 웅크림으로 시작되는가
온몸이 오므라드는 고독
손가락 하나 펼 수가 없다
이승의 사랑을 두리번거린 죄일까
꽃을 상상하는 동안
수천 번 눈물을 퍼 온 무늬가 온몸에 새겨진다
몸 밖으로 나가고 싶은 춤이 천천히 발끝을 내민다
꽃향기가 반짝이는 순간,
단 한 번의 날갯짓을 위해
안간힘으로 몸을 비튼다
연못을 건너가는 노래들의 수런거림
오래 따르던 욕망의 길들이 흩어져 가는
풍경의 한 모서리에서
사랑이여, 얼마나 울었던가
그림자가 허공을 휘청이며 건너가
걸음만 남기고 사라진다
끝끝내 몸 속에서 살던 춤은 몸 밖으로 나왔다
그의 몸은 사라지고 춤만 거기 남아서
생의 가장 눈부신 날개를 햇살에 말리고 있다
*이매방(1927~2015): 목포 출생의 한국 전통춤 거목. 중요 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예능 보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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