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2030 young class’ ⑥ 유지영]온라인 그루밍과 소통의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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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2030 young class’ ⑥ 유지영]온라인 그루밍과 소통의 부재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11.0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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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올해 10월 초 연합뉴스를 통해 코로나19로 어린 세대들의 온라인 활동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가 잇따르고 있고 특히 정서적 지지를 해주며 사진이나 영상물을 착취하는 온라인 그루밍피해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 부모님들과 사회에서 많이 염려하고 있을 것 같아 온라인 그루밍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루밍이란 단어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나 애완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단어의 뜻을 알고 있을 것이다. 어떤 모습이 상상되는가? 내가 키우는 고양이가 자신의 혀나 손 및 발을 사용해서 털을 비롯한 자신의 몸을 손질하고 다듬는 사랑스러운 모습이 상상되지 않는가?

어느 날부턴가 이 사랑스러운 모습을 연상시키는 단어에 또 다른 의미가 부여되기 시작했고, 그것은 바로 그루밍 성범죄로 아동이나 청소년들의 성을 착취하기 위해 친밀함과 신뢰 관계를 형성한 후, 성적으로 지배 관계를 만드는 범죄행위이다. 칭찬하며 친밀감을 쌓고 비밀 등을 털어놔 가해자에게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며 이후 성적인 이미지와 영상을 요구하거나 실제로 만나서 성매매를 하기 위한 협박 도구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실제 2017년부터 18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그루밍 성폭력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가해자는 SNS, 온라인 게임 사이트, 랜덤채팅 앱, 블로그/카페, 개인 방송 등 온라인 환경에서 피해자와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1 1 대화가 가능한 다른 플랫폼에서 자신과의 대화를 요청한 뒤 이에 응하면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성적 대화를 시도하고 성적인 사진 전송, 만남, 성행위 등을 요구한다.

2018년 한국 사이버 성폭력 대응 센터 지원통계를 살펴보면 상담한 성폭력 가운데 3건 중 1건꼴로 온라인 그루밍수법을 보이나 경찰에 신고한 비율은 30.8%에 불과하다고 한다. 왜 신고 비율이 낮을까? 피해를 본 아동·청소년이 피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촬영물의 유포, 개인정보 유출을 걱정해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온라인 그루밍 성폭력이 발생하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소요될까?

2017년 국제 실종 및 착취 아동센터가 발표에 의하면 가해자들은 불과 30분 만에 만남을 위해 아동·청소년을 설득할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18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영국 미들섹스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온라인에서 아동들과 채팅을 할 때 불과 3분 만에 성적인 주제를 꺼내며 8분 만에 아동과 유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이렇듯 온라인 그루밍 성폭력은 짧은 시간 안에 이뤄진다.

왜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많이 발생할까?

사춘기의 아이들은 과도한 입시와 교육이 바탕이 된 경쟁 속에 있으면서 친구들과의 사이도 원만하지 않고 부모님과의 대화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하고 싶은 이야기나 속에 있는 말들을 쉽게 털어놓을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그들에게 얼마나 있을까?

내가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인터넷이 보편화되지 않았고 스마트폰 조차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또래 친구들과 밖에서 뛰어노는 시간이 많았고 자연스레 동네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쉽게 하고는 했는데 요즘 아동·청소년의 경우 학교 수업 이후 여러 학원들을 전전하느라 가족 및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해지면서 자연스레 가족, 친구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다. 한 마디로 소통의 부재 속에서 아동청소년들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아동청소년기의 인정 욕구를 이용한 가해자들의 교활하고 집요한 행위(신뢰를 얻기 위해 잘하고 있다고 정서적으로 응원을 해주거나 선물을 사주는 등 관심과 보상을 아낌없이 제공)는 아동과 청소년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렵도록 만든다.

아이들이 온라인 그루밍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려면 평상시 다음과 같은 3가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줘야 한다.

첫째, 누군가가 보호자가 없는 상태에서 금전적 제공품(기프트콘, 선물등)을 줄 때는 경계하고 그들이 보내는 관심이 좋은 관심인지 나쁜 관심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보호자가 뭐든지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아이들에게 낯선 사람은 위험하다고 교육을 하기에 얼굴을 알고 있거나 친밀한 대상자에게 경계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친숙하다 할지라도 본인 스스가 느끼기에 왠지 모르게 불편하다거나 느낌이 좋지 않다거나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바로 보호자에게 말하도록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길들이기 과정에서 신체 접촉이 점진적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본인이 학대를 당하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아이들과 모든 접촉에 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공간에 익숙한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조금 더 귀 기울이고 성에 대해 수용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면 온라인 그루밍에 노출되는 위험성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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