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문학상 읽기-소설 본상 조계희]아주 멀리 가는 빛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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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문학상 읽기-소설 본상 조계희]아주 멀리 가는 빛①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11.11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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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를 떠난다

[목포시민신문] 대형 캐리어 한 개를 끌고 배낭을 멘 채 휴스턴 공항에 도착했다. 머릿속으로 수없이 그렸던 장면이었다.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을 만큼 가슴이 조여들 때마다 휴스턴 공항을 떠나는 내 모습을 떠올렸다. 다니엘이 태어난 후로는 다니엘과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 다니엘을 두고 나 혼자 떠나는 것은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다.

탑승 수속을 해 주던 항공사 직원이 비행기 이륙이 지연될 거라고 했다. 비행기가 뜨기를 기다리는 동안 여기 남아서 다니엘을 만나기 위해 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더 유능한 변호사를 만났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대기 시간이 조금만 더 길어졌더라면 항공권을 취소했을지도 몰랐다.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을 무렵 탑승안내 방송이 들렸다.

비행기 안으로 들어서면서 한국인 승무원의 인사를 받자 마음이 벌써 촉촉해졌다. 텍사스의 공기는 가끔 내장마저 말라비틀어지는 것은 아닐까 싶게 건조했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수면제를 먹고 승무원에게 도착할 때까지 깨우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했다.

비행기는 하늘로 솟구치고 나는 잠 속으로 하강했다. 수면제의 도움을 받은 잠은 깊었지만 어지러운 꿈이 자꾸 파고들었다. 꿈속에서 나는 심하게 흔들리는 배 위에서 자꾸 넘어졌다. 다니엘이 아끼던 인형과 장난감이 바다에 빠졌다. 파도에 휩쓸려가는 것들을 잡으려고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조 계 희

1964년 전남 승주 출생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현재 전업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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