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김인숙 칼럼니스트] 고양이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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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김인숙 칼럼니스트] 고양이 예찬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0.12.10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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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민신문] 아침에 나와 저녁에 집으로 들어가기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 역시 나름 치열한 하루를 살아간다. 일과를 마치고 고단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가면 우리 집에 주인님은 누워서 나를 맞이한다. 몹시 지쳤음에도 불구하고 호다닥 달려가 누워있는 주인님 코앞에 얼굴을 대고 갖은 아양을 떨며 혀 짧은 소리로 하루 동안 잘 지냈는지 안부를 묻는다. 혼자 두는 시간이 길어 늘 미안하다가도 아주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이런 호사를 누르고 사는 고양이들에 대한 의문점이 생기기도 한다.

인간은 개를 가축화했지만, 고양이는 인간을 가축화 했다는 어느 인류학자의 말처럼, 개와 다르게 고양이는 주인에게 무조건 순종하거나 한결같이 사랑스럽게 굴지는 않는다. 화장실 청소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이불위에 소변을 보기도 하고, 다른 고양이 냄새를 묻혀 왔을 때는 불같은 화를 내기도 한다. 고양이의 변화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쉬운 상대는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고양이는 특유의 귀여운 외모와 도도한 자태에 마음을 빼앗긴 인간들이 마치 고양이의 주술에 걸린 것처럼 그의 마음을 얻기 위해 몸과 영혼을 바쳐 봉사하고 노력을 아끼지 않는 상황에 이르곤 하는 것이다.

장엄한 분위기 속의 조선왕실에서도 이름난 고양이 집사들이 있었으니, 그들이 현 사회에서도 유명한 숙명공주(1640~1699)와 숙종(1661~1720)이었다. 숙명공주는 현종(1641~1674)의 누나이고, 숙종은 현종의 아들이니 이들은 고모와 조카사이인 것이다. 숙명공주가 애묘가였던 사실은 효종이 시집 간 딸에게 직접 써서 보낸 편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어찌하여 고양이를 품고 있느냐며 사랑하는 딸의 철없는 행동을 꾸짖고 있는 효종의 짧은 편지이다. 공주의 취미생활을 두고 궁궐의 친정아버지까지 걱정할 정도였다면 숙명공주의 고양이 사랑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숙종의 반려묘였던 금묘의 이야기는 현 집사들 사이에서 뿐 아니라 이미 유명인사이다. 금묘는 황금색 고양이었다고 하니 아마 치즈냥이었던 듯하다. 금묘는 궁 안에서 임금을 가까이 모시고 밥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고, 추운 밤이면 감히 용상 곁에서 잠을 잤다고 하니 금묘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극진 했는지 짐작이 간다. 그러나 금묘는 임금님께 올릴 고기를 훔쳐 먹었다는 죄목으로 궁인들에 의해 쫓겨나버렸고, 숙종이 승하하던 그 즈음 곡기를 끊고 밤낮을 슬피 울기만 하다 결국 숨지고 말았다. 끝내 주인을 따라간 금묘에게 감동한 대비는 비단옷에 싸서 숙종의 능으로 가는 길 옆에 묻어 주었다한다. 그를 보고 사람들은 한낱 짐승에 불과하면서도 주인을 사랑할 줄 알았던 고양이에 대한 이 같은 예우는 지난 친 것이 아니라고 평했다.

우리나라의 고양이는 대체로 10세기 이전 중국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이 된다. 그때와 지금의 고양이의 외모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지내는 모양새도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이들은 그렇게 살아왔으며 또 우리는 이들을 그렇게 받들어 모셔야하는 상전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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