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읽기 윤소희 작가] 목포문예창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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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읽기 윤소희 작가] 목포문예창작학교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02.1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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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희 (작가‧ ‘동네산책’ 책방지기)

[목포시민신문] 문예창작학과 실기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없나요?”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은 글쓰기 수업이 필수에요.”

중학생 아이가 너무 책을 안 읽어요. 중학생 독서모임반도 가능할까요?”

엄마들이 그림책에 대해 알아야 할 것 같아요. 관련 수업은 없나요?”

교사들을 위한 독서모임에 강사가 필요해요.”

거창하게 자서전이라고 할 건 없고 그냥 인생 정리해보는 글을 좀 쓰고 싶은데요.”

독립출판물은 어떻게 만드는 건가요?”

신춘문예에 응모하고 싶은데 작품 좀 봐주실 수 있나요?”

작가가 되고 싶은 건 아니고 취미 삼아 글쓰기를 좀 배우고 싶어요.”

동화작가 지망생을 위한 강의도 하시나요?”

참으로 다양도 하다.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문의가 부쩍 많아졌다. 그야말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독서와 글쓰기를 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의 매일 문의를 받다시피 하고 있다. 무슨 현상인지 어리둥절하다. 해가 바뀌면서 글쓰기나 독서모임을 새해 계획에 넣는 일은 흔하지만 지금은 코로나 시국 아닌가. 겁 많은 나는 아직까지 새로운 강의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태건만.

문의한 분들 중에는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거나 재택근무로 시간이 많아진 탓에 글쓰기에 도전하려는 경우도 있었다. 대학에 갔으나 제대로 학교를 다니지 못한 채 1년을 보내면서 슬그머니 작가의 꿈을 꾸게 된 학생도 있었다. 오래 전부터 간절히 원하던 것을 감행하려고 용기를 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입시를 준비하는 경우에도 문의가 왔다.

어쨌든 각양각색의 문의를 받으며 생각한 것은 목포에 문예창작학교가 있다면 좋겠다는 것이다. 작은 동네 책방의 소소한 워크숍이나, 아무리 전문가라 해도 한 개인으로서는 저 다양한 욕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없다. 목포살이 3년 차가 되다보니 여기저기서 주워 들은 정보도 아주 없지는 않기에 문예창작 강좌가 전무한 게 아니란 것쯤은 알고 있다. 그러나 각자가 처한 상황에 맞지 않아 선택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강의 프로그램의 종류나 시간에 대한 선택의 폭이 좀더 다양하기를 원하는 이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소설 쓰기를 배운다면,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가볍고 기초적인 수업부터, 단편 쓰기, 장편 쓰기, 등단을 목표로 습작하고 분석하며 합평하는 작가 지망생을 위한 수업까지 다양한 선택을 필요로 한다. 아동문학도 마찬가지다. 그림책과 동시와 동화와 청소년문학은 수업 방식도 대상도 완전히 다른 장르이다. 독서 모임도 무작정 모여서 책을 정해 읽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독서 방법과 토론에 대한 지식과 훈련이 필요하다. 드라마 대본 쓰기를 배우려고 연고 없는 서울에서 자취를 해가며 습작하는 이를 보고 대단한 열정이다 감탄한 적이 있는데, 왜 그래야만 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된다.

소설, , 수필, 동화, 희곡, 시나리오, 웹소설, 평론 등 모든 문예 장르를 전문적으로 숙련할 수 있는 곳은 결국 각 대학의 문예창작 관련 학과 밖에 없다. 그러나 글쓰기를 원한다고 대학입시를 치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서울의 경우, 신문사나 각종 문화재단 등이 운영하며 제법 자리잡힌 문예창작학교들이 있고 책방이나 작가가 운영하는 소규모 워크숍들도 여기저기에 꽤 포진해 있으니 지방에 비해 그나마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온라인 강좌를 하더라도 오프라인 강좌를 겸하지 않고는 한계가 분명히 있는 게 창작 교육이다.

목포는 이미 걸출한 문학인들을 넘치도록 배출한 바 있고, 현재 조용히 활동하고 있는 문인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전문적이고 꾸준한 교육과 탁월한 문인 발굴을 연속한다면 목포는 거대한 문학도시로 다시 태어나지 않을까. 전국의 글쟁이들이 배우러 가르치러 목포문예창작학교로 몰려드는 날을 기대한다. 목포는 문학하기 가장 좋은 도시야, 이 한 마디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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