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와 함께] 대불공단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가 가져올 꿈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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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와 함께] 대불공단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가 가져올 꿈과 희망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03.03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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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현 전남노동권익센터 전문 연구원
노동자 건강권의 구체적 보장, 노동자의 산재와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발걸음
전남노동권익센터 문보현 연구원

기름 때, 유해물질 범벅의 작업복은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세탁했다.

기름 때 묻은 작업복을 빨아줄 곳이 없어 집으로 가져가 가족들의 옷과 같이 세탁했더니, 세탁기 밑에 쇳가루가 떨어져 있고, 얼룩도 지지 않아, 뭔가 찜찜해서, 작업복 전용 세탁기를 하나 사서 빨래를 했는데, 제 아내 피부에 이상이 생긴 거에요. 원인은 알 수 없었지요.” 여수산업단지 플랜트건설 노동조합원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대한민국 산업단지에서 특히 유해 물질을 늘 접하는 환경에 놓인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일상이다. 누구도 일하다 오염된 자칫하면 나는 물론이고 내 가족의 건강 장애를 일으킬지도 모를 눈에 보이지 않는 유해 물질이 미치는 영향을 몰랐다. 어렴풋이 느꼈을지라도 적어도 나에게는 이런 불행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자기 세뇌를 했을지도 모른다. 무지다. 내 권리 위에서 여지껏 잠자고 있었다는 말이다.

전남노동자작업복 세탁소 설치를 위한 토론희.

노동자 공동 작업복세탁소라는 발상과 전국 최초의 세탁소 가야클리닝출현

노동자 공동 작업복세탁소를 만들자는 제안을 한 이는 지난해 1월에 출범한 전남노동권익센터의 문길주 센터장이다. 그는 광주 하남공단에 있는 광주 근로자 건강센터에서 일할 때, 건강 상담하러 온 어느 노동자 손에 들린 세탁물에 눈길이 갔다. 왜 세탁물을 집으로 가져가는지, 회사 세탁실이 없는지 등을 묻고 현장을 돌아다니며, 영세사업장에 형식적으로 갖춰진 샤워실을 겸한 세탁실에서는 기름 때나 유해 물질에 오염된 작업복을 제대로 빨래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 사업장에 제대로 된 세탁실을 갖추는 것은 강제할 법령 미비 등으로 실현되기 어렵다고 판단, 노동단체와 행정당국에 작업복세탁소의 필요성을 알리며 공동세탁소 시설 마련을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었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경남도가 2019.11월 발 빠르게 김해시와 협의, 같은 시내 산업단지에 전국 최초로 노동자 작업복세탁소 가야 클리닝문을 열었다. 한 벌에 500, 겨울옷은 조금 더한다. 현재, 경남 도내 여러 곳에 작업복 개소준비를 하고 있다.

전남의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설치 논의

20201월 전남노동권익센터 개설 첫 사업으로 2월 초부터 전남 소재 유해물질을 많이 다루는 산업단지인 여수국가산업단지와 대불국가산업단지 노동자를 대상으로 공동작업세탁소 수요조사를 했다. 석유화학플랜트 건설이나 보수작업을 하는 여수국가산단의 건설노동자들은 송유관이나 화학물질이 흘러 다니는 관로 등을 떼어내고 안에 쌓여있는 찌꺼기를 떼어내거나, 용접 등 보수작업을 한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98%가 작업 과정에서 각종 유해 물질에 오염된 작업복을 일반 세탁업소에서는 받아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세탁한다고 답했다. 또한, 이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오염된 작업복이 가족 세탁물에 오염돼 일어날 수 있는 건강 장애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불산단 또한 응답률은 75%대로 여수보다 조금 낮았으나, 응답자의 83%50인 미만의 소규모 혹은 영세 사업장에서, 64%가 유해물질 취급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어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응답자의 80%가 세탁소설치를 희망했다.

코로나19사태의 확산과 장기화 속에서 어렵게 지난 512일 전라남도 도의회(좌장 이보라미 의원)에서 노동자세탁소 설치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경남도와 광주시의 추진 사례가 소개됐다. 이어 729일에는 영암군의회(좌장 김기천 의원)에서 토론회가 열려, 경남 김해 가야클리닝의 운영실태와 문제점 등에 대한 보고가 있었으며, 대불산단 내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는 토론참석자는 이미 성년이 된 딸이 지금도 아토피 피부질환으로 고생한다면, 내가 좀 더 유해 물질에 관한 지식이 있었더라면, 집에서 빨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딸의 고통이 내 잘못인 것만 같아 늘 마음이 아프다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영암군 대불산단 문화복합센터와 노동자 작업복세탁소 건립계획

지난해 2월 초부터 시작된 전남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설치의 논의는 여수산단 내 문화복합센터 건립추진에 이어, 영암군 또한 2019년에 대불산단 문화복합센터 건립사업(43억원, 국비 30, 도비 6억원, 군비 6)의 계획을 변경, 51.97(국비 30, 도비 6, 군비15.97)으로 애초 센터 내에 설치하기로 된 노동자 세탁소를 대불산단 내 노동단체와 협의하여 별동으로 하고, 유해물질 정화시설 등을 마련 친환경 세탁소를 세우기 위해 군비를 2배 이상 더 투입하여, 20226월에 문을 열 예정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년 만에 현실화 된 노동자 작업복세탁소의 전남도 조례제정으로 기초자치단체의 사업을 지원

올해 22일 우여곡절 속에 지난해 말 전남도의회 정기회의에서 의결보류 됐던 전라남도 산업단지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운영지원 조례제정됐다. 아울러 여수, 대불에 이어 순천 해룡에도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가 들어설 전망이다.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는 국민이요 노동자의 건강권보장이다.

2005년 일본 사회를 휩쓴 석면 사태조선소 등 석면을 다루는 조선소 등에서 일했던 노동자의 아내 3명이 중피종으로 사망,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석면을 다뤘던 노동자가 아닌 그들의 아내였다. 진단 의사는 중피종의 원인을 남편의 작업복에 부착된 석면이 빨래 등을 할 때, 날린 것을 들이마신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본의 사례는 반면교사다. 지금까지 밝혀진 유해물질 외에도 그 유해의 정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물질도 다수 존재한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유지 증진의무는 정부의 책무인 동시에 사업주의무이기도 하다. 또한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소규모 영세 사업장에서 고가의 오염작업복 전용세탁설비를 갖춘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여서 그 대안으로 노동자 공동작업복 세탁소가 필요하다.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는 영세사업장의 노동자 건강권 보장과 더불어 여러 가지 효과를 가져온다. 노동자 자신은 물론 가족 건강 장애와 산업재해예방이 되며, 이는 양질의 노동력을 보전으로 이어지고 사용자에게는 양질의 노동력을 유지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는 사업장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 뿐만 아니라 산업단지 환경개선으로 청년층이 유입을 유도할 수 있는 하나의 조건을 형성한다.

끝으로 두 가지 점을 제언한다. 지난 1년 동안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의 수요확인과 이를 지원하는 전남도의 조례, 여수와 대불의 세탁소 건립의 추진까지 이뤄졌다. 그렇다면, 노동자 세탁소의 성공적인 개설과 운영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세탁소의 설치운영은 노사민정의 사회적 협약으로 정해야 한다. 이에 관해서 유의해야 할 점은 3가지다. 첫째, 노동자 비용부담의 최소화(무료세탁의 원칙, 이는 산업안전보건과 산업재해예방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세탁소는 본디 사용자가 설치운영해야 하는 사내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이므로 이를 수익자 부담원칙면에서 보더라도 산업재해 예방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둘째로 양질의 충분하고도 친환경적인 설비도입, 세탁기술의 전문성 강화노력을 해야 한다. 셋째로 이용자의 편의 고려, 다양한 비용지급 방식과 세탁물 수거, 배달방식 운용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또 하나는 전라남도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운영지원 조례와 관련한 것이다.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설치 및 운영지원 방향은 첫째, 유해물질과 작업복 유해성에 대한 인식제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둘째, 세탁소 관리 전담인력 배치와 전문교육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하다. 셋째, 세탁소가 양질의 공공형 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지원, 전남 산업단지로 단계적 확산해야 한다. 넷째, 세탁소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기업, 유관기관 네트워크 강화와 노동인권 존중 문화확산, 민관협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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