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기자의 막간 인터뷰] 시화마을 골목사람들 첫 번째, 환경미술가 김문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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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기자의 막간 인터뷰] 시화마을 골목사람들 첫 번째, 환경미술가 김문석 작가.
  • 김영준
  • 승인 2021.03.17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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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일부라도 오래 살아남길 바란다”
겹겹 세월 쌓인 동네… 4년 전 헌집 수리하다 정들어
동네에 버려진 물건 주워다가 작품 만드는 ‘K오빠’
작품명 ‘갈치’

[목포시민신문=김영준기자] “여기 말고 이런 데는 없어야.” 이 말이 가장 좋단다. 이런데? ‘이런 데60년대 연탄보일러에 푸세식(?) 화장실, 어디가나 똥냄새 나는 곳, 온금동 시화마을 네번째 골몰길. 현재 시화마을 골목길에 작업실을 둔 작가는 열대여섯명 정도 된다. 그중 열명 정도가 네 번째 골목인 바보마당 골목에 몰려있다. 거주 4년차인 환경미술가 김문석 작가(49). 지난 9일 그가 마음에 품은 이런 데서 만났다.

요즘 김 작가는 카페 마무리 작업으로 바쁘다. 아예 눌러 앉을 작정으로 1년 전 보리마당 바로 아래집을 사들였다. ‘카페 빨간머리 앤’, 폐허나 다름없는 헌집을 1년 동안 혼자 뚝딱뚝딱 철거하고 손보고 있다. 이날도 변기 하나 앉히기에도 좁은 화장실에 스피커 4개나 달았다. 넓지않은 카페 안에 단창미닫이 출입문이 울릴정도의 볼룸을 발산하는 진공스피커를 틀며 홀로 만족해 했다. 오는 4월 꽃피는 봄에 오픈 예정이다.

시화마을엔 네 개의 골목이 있다. 그 중 세 개는 목포시가 정비했고 한 개는 이곳에 스며들어온 지역 예술가들이 만들었다. 네 번째 골목, 자생적으로 생긴 창작골목 바보마당에 그의 빨간머리 앤이 있다.

- 김 작가의 인터뷰가 나가면 의아해 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 같다. 자신을 소개해 달라.

이곳 사람들은 K오빠라 부른다. 동네 재생물건 주워다가 이용해 환경미술 작업한다. ‘K오빠 환경미술관을 운영 중이다. 원래 도예가 전공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시작해 30년 넘게 도예를 해왔다. 무안 삼향읍 끝동네 저수지 인근에 작업실이 있다. 김 도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언제 시화마을에 처음왔나?

“3년 좀 넘은 것 같다. 아는 선생님 작업실 구했다고 놀러온 게 인연이 됐다. 한 여름이었는데 할머니들이 대소변을 하수구에 그냥 버리더라. 냄새가 너무 났다. 홍어 썩은 냄새 같이 진동했다. 그때 한두집 수리해 달라 의뢰가 왔다. 그래서 동네 집수리 목수로 수리하다 정들었다.”

-바보마당 조성은?

그때 시화마을 골목은 조성돼 있었고 이곳 네 번째 바보마당 골목은 아무것도 않된 상태였다. 1년 반 쯤 폐가 수리하고 작가들이 입주가 하나하나 이뤄졌다. 이곳에 내 작업실 하나 만들까하는 생각이 들어 폐가를 사들어 고쳐 갤러리로 쓰고 있다. 시에서 바보마당 일대 바닥을 조성해줘 창작 골목이 형성됐다.”

- 도시재생이 진해 중이다. 이곳의 가치는, 그 동안의 변화는?

창작촌이 조성된다고 들었다. 반가운 일이다. 이곳에 들어온 작가들이 원주민들과 어울려 사는 게 때때로 불편한 부분도 발생한다. 가난한 작가들도 들어와 서로 교류하면 작업할 수 있는 창작촌이면 좋겠다. 작가들은 누구나 꿈꾼다. ‘내작업실은 작가들에게 축복이다. 작은 집이지만 싼 집세에 작업실이 있다는 게 큰 메리트였다. 오는 사람들이 적을 땐 아지트 수준이었는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내가 만든 작업을 보여 줄 수 있다는 것, 사람과 소통한다는 게 즐거움이다.”

- 집값 변화는 없나?

“3년 전 보통 4~500만원 선이었다. 그 후 바보마당이 조성 될 쯤 천만원 정도 나갔다. 지금은 3000만원까지 내놓고 있는 것 같다. 집집마다 다 다르다. 땅과 건물 소유주가 다른데도 허다하다.”

- 기억나는 일은?

처음 들어와 이곳 집 하나하나 수리할 때 일이다. 연탄이 방안에 수백장 쌓여있었다. 돈을 주고 그것을 치웠다. 밑에 장판이 몇겹 나왔다. 6.25 전쟁 전후해 지은 집들이다. 장판이 몇겹, 그 위에 전기판넬이 나왔다. 또 그 위에 장판이 또, 장판만 한차가 나왔다. 장롱 들일때 사람이 누울 곳만 보일러를 노은 집도 있다. 마당도 없고 골목도 좁아 장롱을 들어낼 수 없어 보일러 놀때도 사람이 누울 최소한으로 놓았구나 싶었다. 어떤 집은 방안에 얼음이 어는 곳도 있었다. 겹겹이 겹쳐진 삶의 모습이 쌓인 곳이 이곳이다.”

- 이곳에 바라는 바람이 있나?

푸세식 화장실이 집마다 있는 동네는 전국에서 이곳 밖에 없을 것 같다. ‘여기 말고 이런데는 없어야하고 외지인들이 말한다. 난 그말이 듣기 좋다. 계단이 많아 무릎이 아파 이곳을 통증이라고 개인적으로 부른다. 이 동네 일부라도 오래 살아남길 바란다. 이곳 작가들이 작업실에서 오래 작업하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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