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광장-김경완 시민기자] 미리 병을 막는 예방의학에 매력을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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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광장-김경완 시민기자] 미리 병을 막는 예방의학에 매력을 느끼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03.31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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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정영순과 함양나들이를 가서 (2012년)

[목포시민신문] 194685일 목포중학교를 졸업할 때가 19살이었는데, 해방 이후의 어수선한 상황에서 바로 대학에 진학하지는 못할 상황이 되었단다.

워매, 아부지

아니 뭔 큰일이라도 났냐?”

아따, 수원농대 시험이 엊그저께 있었다는데 그것도 모르고 집에만 있어 부렀네요.”

쯧쯧, 시험을 준비한다는 녀석이 시험 날짜도 모르고 자빠졌단 말이냐?”

그것이 아니고 이제나 저제나 소식이 올까 기다리고 있었는디... 촌에만 있다 본께 그만 놓쳐 버렸그만이라.”

허허... 지난 시험을 어쩌겄냐. 어쩔 수 없는 일이제. 사람 일이라는 것이 꼭 뜻대로만 되는 것은 아닌께 말이다. 혹시 전화위복이라도 있지 안겄냐?”

이렇게 어이없이 대학시험을 치러보지도 못하고 1차는 실패하고 말았단다. 난 체격이 워낙 크고 운동을 좋아해 현장에서 활동하는 직업을 갖고 싶었어. 그래서 수원 농대(서울대 농대의 전신)에 진학해 토목을 공부하고 싶었지. 토목이란 큰 건물을 짓기 위해 산이나 땅을 중장비로 파헤쳐서 기반을 닦는 일이야. 당시에는 토목과가 농과대학에 포함되어 있었거든.

그런데 당시 유행하던 콜레라를 피해 시골에 내려가 있다가 수원농대 입학시험을 놓치고 만 거야. 하는 수 없이 마침 모집 중인 전남대학교 의과대학에 응시하게 됐어. 그때만 해도 1년 후 다시 수원농대에 입학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지.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19479월 의과대학에 입학했는데, 막상 공부를 해보니 뜻밖의 재미가 생기더구나. 의사가 되어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 준다는 매력도 있고 말이야. 그래서 토목과에 들어가겠다는 생각을 포기했지. 정말 우연히 의사가 되는 길에 들어선 것이지.

지금 생각해 보면 환경을 마구잡이로 파괴하는 토목공사 일을 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환자의 건강을 챙기는 의사가 된 것이 훨씬 행복한 일이니까 말이야. 무엇보다 의사가 되었기 때문에 인간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지금까지 생명을 살리는 환경운동을 하면서 내 삶터를 지키고 있잖아.

의과대학에 다니며 예방의학을 배운 것이 나중에 환경운동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단다. 예방의학은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거든. 특히 공기와 물, 토양 등이 우리의 삶과 밀접하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었어. 당연히 주위 환경을 개선해 질병을 미리 막는다는 예방의학의 매력에 푹 빠졌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예방의학 과목의 심상한 교수님의 이야기를 너희들도 들어볼래?

인간을 둘러싼 환경은 무척 중요하단다. 옷을 만들거나 건물을 지을 때 고려할 것이 네 가지 있단다. 첫째는 위생적인가를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해. 빛이 잘 들어오고, 바람이 잘 통하도록 설계하고 만들어야지. 집을 남향으로 지으면 빛이 잘 들어오고, 창문이 서로 마주 보게 되면 환기가 잘되는 거야. 둘째는 능률적이냐? 사용하기가 편리하냐? 그 기능과 역할을 잘 하느냐?이지. 셋째는 적은 비용으로도 경제적으로 잘 만드는 것이고, 마지막이 미관을 고려해 만드는 거야.”

이 말은 60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단 말이야. 위생적이냐, 능률적이냐, 경제적이냐, 미관상이냐 라는 분명한 우선순위가 있는 거야. 그런데 지금 현실은 정반대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보기 좋은 것만 너무 앞세워 냉방이나 난방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건물을 짓는 경우가 있거든.

대표적인 예로 전라남도 도청이 그렇단다. 새로 지은 지 10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외벽을 유리로만 만들어 놓으니 여름철 내부는 온실처럼 더울 수밖에. 그런데 에너지 절약 때문에 에어컨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하잖아. 더운 여름 찜통 안에서 어떻게 효율적인 업무를 보겠어. 정말 바보 같은 짓이지.

환기도 마찬가지야. 입구가 좁고 층층 마다 미로같이 되어 있는데, 방에 창문이 제대로 만들어져 있지 않아. 일반적으로 과학을 맹목적으로 믿는 사람들이 환기 문제를 기계장치로만 해결하겠다고 장담하지만 천만의 말씀이야. 환기 문제는 환기장치라는 기계만으로는 부족해. 건물 안의 창문이 서로 마주 보고 있을 경우 창을 열었을 때 바람이 통하면서 자연스러운 공기순환이 되는거야. 이렇게 간단한 원리가 가장 기본이고 중요한데도 현실에서는 무시되는 것을 볼 때 참 안타깝기만 하단다.

이렇듯 1947년은 내가 의과대학에 입학한 해이기도 하지만, 2월에는 아내 정영순을 만나 결혼한 뜻깊은 해이기도 하구나. 당시에는 부모님들이 결정해 주는 대로 결혼 상대를 만날 때였고, 또 결혼한 후에도 실제로 신방을 꾸려 함께 생활하지도 않았어. 아내는 광주 친정에서 생활하다가, 결혼한지 7개월이 지난 9월이 되어서야 고향마을에 들어와 함께 생활할 수 있었지. 아니, 난 광주에서 대학에 다녔기 때문에 주말에만 집에 돌아오는 신랑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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