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단상-정성우 감독] 우리는 잊지 않았습니다.
상태바
[수요단상-정성우 감독] 우리는 잊지 않았습니다.
  • 목포시민신문
  • 승인 2021.03.31 2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성우 감독

[목포시민신문] 4월이다. 2021년 한해의 4분의 1이 훌쩍 지나버렸다. 전 국민에게 코로나19는 삶의 유연함과 행동반경을 줄이게 했고 되도록 집에서 머무르기를 희망하고 권장했다. 그래서 그런지 유난히도 지난 시간들이 빠르게 잊혀지기도 한다. 아마도 그건 우리의 잠재적 즉 기억들을 각자의 마음속 깊이 숨겨버리고 싶은 마음이지 않을까 하는, 물론 어디까지나 각자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적 생각일 뿐이다.

이렇게 우리는 저마다 개인적 경험과 지극히 개인적 사건들이 엉켜서 잘 풀리지 않는 매듭처럼 우리의 의식들 안에서 끊임없이 떠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한번씩 어떤 순간에 맞닥뜨렸을 때 그 기억들을 하나씩 끄집어 낸다. 물론 좋은 기억들이 전부였으면 좋겠지만 때로는 너무나도 무섭고 폭력적이며 잔인할 수도 있다. 또 누군가는 벚꽃이 흩날리는 아름다운 꽃처럼 달콤한 행복의 기억들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유명한 시인 엘리엇의 시처럼 4월은 잔인한 달...이라며 그렇게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이렇게 해마다 똑같이 다가오는 4월은 저마다의 기억들이 자리잡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4월이면 나와 너 우리 모두가 함께 끄집어 내어야만 하는 기억이 있다. 끄집어 내어야만. 왠지 기억해야만 하는 우리들의 책임처럼 기억하고 말해야 하는 것.

20144월은 우리에게 그런 기억이다. 개개인의 모든 기억들이 다 달라 겠지만 그날의 기억과 그날의 모습과 그날의 소리와 그날의 슬픔과 그날의 분노는 똑같은 경험과 슬픔으로 우리 기억 속에 차곡차곡 쌓여만 왔다. 그 기억으로 인한 경험들은 아직도 현재진행이며 풀리지 않은 숙제처럼 남겨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기억이라는 것은 자칫 망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망각은 너무나 무서운 것임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다시 노란 물결로 뒤덮여질 목포, 그 거리마다의 다양한 추모행사를 누군가는 비방할 것이며 가슴을 후벼 파는 시선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직도? 라며... 당시의 기억을 자신도 망각하며. 망각이라는 것은 어떤 사실을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결국 사실을 부정한다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그 누군가들 역시 그때에는 슬퍼하고 분노하고 함께 울었기 때문에. 우리는 이 기억들을 4월이 되었을 때 때로는 의무감처럼 기억해 내고 있지만 7년의 시간동안 매일 똑같은 분들이 있다. 바로 유가족분들이다. 세월호 참사 7년의 시간이 다가왔지만 여전히 변함없는 것들. 진상규명 이루어지지 않았고 책임자 그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그래서 차가운 바닥에서 여전히 목소리를 내고 있고 있다.

우리는 해마다 기억하고 약속하고 있다. 잊지 않겠습니다. 반드시 진상규명 하겠습니다. 책임자를 처벌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그것만큼은 우리 공통의 기억과 경험으로 실천해 오고 있다. 이번주에 개봉하는 당신의 사월을 우리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서로가 서로에게 괜찮다고 위로해줄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의 기억들을 함꼐 공유하고 싶다.

우리는 잊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함께 하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